신개념 SF 스릴러 ‘얼터드 카본’은 어떻게 흥미로운가?

 

by. 겨울달

 

넷플릭스의 야심작 [얼터드 카본]이 곧 그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주 주연 배우 조엘 킨나만, 마사 히가레다, 디첸 라크먼과 제작자 레이타 칼로그리디스가 한국을 방문해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얼터드 카본]은 꽤 큰 예산이 들었을 법한 화려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 화려한 액션 시퀀스 또한 시선을 빼앗는다. 하지만 감탄할 만한 비주얼의 아래에는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콘셉트와 캐릭터가 자리 잡고 있다. 2월 2일, 본편 공개 전 알아두면 좋을 내용을 정리했다.

 

1. ‘얼터드 카본’이란?

이미지: 넷플릭스

[얼터드 카본]은 지금으로부터 300년 후, 의식을 디지털화해 저장하고 육체를 교환하는 것이 가능해진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돈으로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는 미래에서, 250년 간 의식의 감옥에 갇혀 있던 용병 타케시 코바치는 다른 사람의 몸을 빌어 감옥에서 풀려난다. 그를 깨운 억만장자 로런스 밴크로프트는 코바치에게 영원한 자유를 약속하며 자신의 타살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의뢰하고, 코바치는 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쉽게 풀릴 거라 예상했던 사건은 수사를 거듭할수록 미궁에 빠져들고, 그 와중에 코바치의 육체와 정신의 과거가 현재와 만나면서 혼란은 더욱 커져간다.

 

[얼터드 카본]은 SF의 거장이라 평가받는 리처드 K. 모건의 2002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다른 SF 소설이 미래를 보통 AI와 인간의 공존 또는 대립으로 그린 것과 달리, 모건의 소설은 인간의 육체 자체가 상품이 된 미래 세계를 펼쳐놓았다. 필립 K. 딕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만큼 영상화에 대한 기대가 큰 작품이다. 실제로 영화로 만들려는 시도도 있어왔지만, 결실을 맺지 못하다가 출간 16년 만에 10부작 TV 시리즈로 제작됐다.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쇼 러너 레이타 칼로그리디스([셔터 아일랜드] 각본, [아바타] 총괄 제작)은 섹슈얼리티와 폭력성이 짙은 어두운 테마가 극 전반에 깔려 있는 원작을 극화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시청 환경과 영화 같은 TV 시리즈가 등장하면서 원작 소설이 TV에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얼터드 카본]의 각 에피소드의 연출은 TV 시리즈 분야에서 인정받은 감독들이 맡았다. [왕좌의 게임]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미구엘 사포크닉을 비롯해 닉 허런, 유타 브리즈위츠 등 실력 있는 감독들은 원작의 독창적 세계를 각자의 시각과 해석으로 표현했다. 시각효과와 프로덕션 디자인 또한 300년 후의 복잡하고 암울한 양극단의 세계를 화려한 비주얼로 구현했다. 특히 상위 0.00001%가 살 만한 하늘 저택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과 땅 위의 어둡고 음울한 공간이 명확한 시각적 대조를 이루는 것은 아찔하기까지 하다. 이 모든 요소들이 만들어낸 [얼터드 카본]의 세계는 아주 먼 미래에 우리 인류가 경험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설득력을 갖췄다.

 

 

2. ‘얼터드 카본’ 속 용어

출처: 넷플릭스

 

‘교환 가능한 신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만큼 [얼터드 카본]의 세계에는 독특한 용어가 있다. 먼저 ‘얼터드 카본’은 ‘슬리브’라 불리는 육체에 기억을 저장하는 ‘코티컬 스택’을 삽입해 탄생한 새로운 인간을 의미한다. 코티컬 스택은 디지털화된 인간의 의식과 기억이 저장된 메모리 칩으로, 이것만 있다면 인간의 삶은 육체를 갈아타며 영속할 수 있다. 인간의 기억과 의식이 육체에서 육체로 옮겨가는 것이 가능한 세계에서 가진 사람들은 영생으로 부와 권력을 축적하고 다시 생을 이어갈 방법을 찾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육체는 형편에 따라 맞춰서 살아가야 하는 도구가 될 뿐이다.

 

직접 자신의 육체를 복제해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최상층, 메트족(또는 므두셀라)은 영원한 생과 부, 모두를 손에 쥐고 하늘 위 자신들만의 대저택에서 살아간다. 반면 스모그가 가득한 땅 위에서 사는 ‘그라운더’들은 자신의 육체를 돈을 주고 거래하거나 육체를 도난당하기도 한다. 이 세계에서 육체의 의미는 21세기 초인 지금의 ‘육체’와 완전히 다른 의미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얼터드 카본]의 24세기에서는 건전한 정신을 위해 건강한 육체를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삶을 건강하게 지속하는 권리조차 빈부격차로 갈리게 되는 극단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한때 이에 대항하는 세력도 있었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영생을 거부하고 진짜 죽음을 선택한 ‘언보이족’은 용맹한 리더 아래 권력을 탐하는 메트족과 일전을 펼쳤다. 하지만 언보이족은 모두 토벌되어 지금은 박물관에서야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존재로 남았다. 메트족과 언보이족의 대결은 죽음과 삶에 대한 인식의 체계를 지배하기 위한 전쟁이었고, 승리한 메트족은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다시 써 내려갔다. 이런 환경에서 주인공 타케시 코바치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3. ‘얼터드 카본’ 속 캐릭터

이미지: 넷플릭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타케시 코바치라는 언보이 족 용병이다. 메트 족에 대항하다가 잡혀 의식의 감옥에 갇혔던 코바치는 250여 년 만에 새 육체에서 다시 깨어난다.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자신이 알던 사람, 사랑하는 사람도 모두 죽어 버렸으니, 더 이상 삶을 이어갈 의미가 없다. 그를 깨운 억만장자 로런스 밴크로프트의 제안 또한 의미 없는 일일 뿐이다. 하지만 코바치가 땅 위의 더러운 뒷골목에서 죽음을 기다릴 때, 그는 멘토이자 연인이었던 퀠크리스트 팰코너를 본다. 팰코너를 통해 투영되는 무의식은 코바치에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준다. 그래서 코바치의 태도는 현재의 삶과 영생에 대해 냉소적이지만, 자신의 과거와 현재가 충돌할 때는 필사적으로 생존하려 한다.

 

타케시 코바치를 의식의 감옥에서 꺼낸 자는 로런스 밴크로프트다. 자신의 클론을 복제해 육체를 교환하면서 영원한 삶을 누려온 메트족이다. 자신만의 작은 세계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가족의 삶을 부와 폭력으로 통제하는 괴물 같은 면도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그 삶을 증오하고 뛰쳐나가고 싶은 욕망도 가진 사람이다. 밴크로프트는 자신이 죽은 사이 사라진 48시간의 기억을 찾기 위해 코바치를 고용한다. 코바치의 수사가 점점 더 깊은 비밀을 밝혀내면서 자신이 쌓아온 완벽한 세계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지켜본다.

 

타케시 코바치의 전생과 현생에는 그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여성들이 있다. 앞서 언급한 퀠크리스트 팰코너는 코바치를 훌륭한 용병으로 만들어준 멘토이자 연인으로, 코바치에게는 삶의 버팀목인 존재다. 여동생 릴린과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지만, 고아원에 맡겨지며 연락이 끊긴다. 릴린의 존재는 코바치의 의식뿐 아니라 [얼터드 카본]이 품은 미스터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현생의 코바치를 감시하면서도 도와주는 경찰 오르테가가 있다. 현생의 코바치와 오르테가는 또 다른 인연으로 얽혀 있는데, [얼터드 카본]은 이들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탐구한다. 칼로그리디스는 오르테가와 코바치의 관계를 이번 작품 속에서 사랑의 화학적, 신체적, 심리적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 예고했다.

 

 

4. ‘얼터드 카본’에서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미지: 넷플릭스

[얼터드 카본]의 사건을 이끌어가는 중심 내용은 로런스 밴크로프트의 살인 미스터리다. 코바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메트족의 하늘 대저택에서부터 땅 위 사창가까지 돌아다니며 진실을 추적한다. 밴크로프트 살인 사건에는 인간의 의지로 영원한 삶을 선택할 때의 부작용, 생명의 영속을 돈으로 사고파는 극단적인 빈부 격차 등 극한의 상상력이 구성한 사회의 문제가 모두 녹아 있다. 상황이 극단적이긴 하지만, 개인의 경제력이 수명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현재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코바치의 수사 과정에서는 24세기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다양한 상황과 장면들도 등장해 흥미를 자아내기도 한다.

 

코바치의 사랑 이야기 또한 [얼터드 카본]의 또다른 이야기 동력이다. 250년 간 한 사람만을 마음에 품어 온 코바치는 연인이자 멘토인 팰코너의 가르침과 정신에 의지하여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현생의 코바치, 정확히는 코바치의 육체와 인연이 있는 오르테가와는 묘한 케미를 자아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인이 기억을 잃어버렸을 때 옆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캐릭터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오르테가가 코바치를 보는 눈빛은 이와 비슷하면서도, 24세기의 삶의 방식이 반영된 이해와 감정이 투영되어 있기도 하다. 서로의 수사를 돕는 파트너로서, 연인과 낯선 사람 사이의 단계에서 피어나는 묘한 긴장감을 보면 흥미와 설렘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