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빈상자

 

 

35년 만에 나온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작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데커드 포함)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장면 중의 하나는 세월을 비껴간 젊은 레이첼(숀 영)의 모습이었다. 막연하게 CG겠지 추측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기술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데커드도 깜빡 속을 뻔했으니까.

 

 

이미지: 소니 픽쳐스 ‘블레이드 러너 2049’

 

이 장면의 재현에는 세 명이 직접적으로 관련되어있다. 지금은 나이가 든 배우 숀 영과 젊은 레이첼의 신체를 닮은 배우 로렌 피타, 그리고 CGI 전문가인 존 넬슨이다. 우선 새 영화에 맞춰 로렌 피타와 숀 영은 같은 대사로 같은 연기를 했다. 그다음 모든 것은 존 넬슨에게 맡겨졌다. 넬슨은 먼저 원작 [블레이드 러너]는 물론 비슷한 시기에 출연했던 다른 영화의 이미지를 모았다. 수집한 수많은 이미지를 현재 숀 영의 이미지와 결합하여 재생한 CGI를 로렌 피타의 얼굴 위에 입혀 우리가 본 젊은 레이첼을 완성했다. 존 넬슨은 이와 같은 작업은 상당히 어렵고 시간이 소요되므로 배우들이 CGI에 연기를 뺏겨 실직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안심시켰다.

 

 

이미지: MPC

 

하지만 이러한 기술은 생각보다는 우리와 가까웠던 것 같다. 그리고 실직이 문제도 아니었다. [원더 우먼]이 작년 크게 성공하는가 싶더니, 작년 말 갤 가돗이 출연한다는 짧은 포르노그래피 영상이 나돌기 시작했다. 미국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서 흘러나온 이 영상은 다행히(?) ‘deepfakes’라는 아이디를 사진 사람이 개인적으로 제작한 합성 영상으로 드러났다. 포르노그래피 영상에 나오는 다른 배우의 얼굴에 갤 가돗의 얼굴 이미지를 입힌 것이다.

 

 

이미지: DailyPost

 

사실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영상에서 배우의 얼굴이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얼굴을 바꿔주는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어서 만들어 봤다는 ‘deepfakes’의 말처럼 비전문가의 부족한 기술이 드러났다. 하지만 부족하다고는 해도 당사자와 수많은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고, 기술 악용에 대한 걱정을 키우기에는 충분했다. 피해 여배우는 갤 가돗에 그치지도 않았고, 이러한 영상(이제 ‘deepfake’라고 불린다)을 제작하는 사람이 ‘deepfakes’ 혼자인 것도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영상들을 만들어 유포한 사람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도 현재로서는 없다.

 

 

 

이미지: 위키피디아

 

이러한 영상을 만들기가 얼마나 쉬웠는지를 알면 그 걱정은 더 커진다. ‘deepfakes’가 사용한 텐서플로(TensorFlow)는 구글에서 오픈소스로 무료로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후 레딧의 또 다른 레디터(Redditor)인 ‘deepfakeapp’은 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FakeApp’를 만들어 공개했다. 모두 입력된 데이터를 가지고 기계가 스스로 학습해가는 딥 러닝(deep learning)의 알고리듬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들이다.

 

 

이미지: 애플 스토어

 

이처럼 탄생과 거의 동시에 악용되고 근심을 키우던 신기술이 최근에는 긍정적인 용도를 드디어 찾은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도 피해자는 필요했으니 바로 니콜라스 케이지다. 아들 이름을 슈퍼맨의 본명인 칼엘(Kal-El)로 지을 만큼 슈퍼맨(그리고 코믹스)의 광팬인 니콜라스 케이지에게 슈퍼맨은 오랜 숙원인 배역이었다. 20년을 질질 끌던 그의 슈퍼맨 프로젝트가 결국 무산되자 레디터들이 그를 위로(?) 하기 위해 [맨 오브 스틸]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할 수 있도록 힘을 썼다. 다만, 슈퍼맨으로는 아니다.

 

 

‘맨 오브 스틸’의 로이스 레인

 

 

위의 이미지는 [맨 오브 스틸]에 나오는 슈퍼맨의 연인 로이스 레인 역으로 출연하는 에이미 아담스의 얼굴에 니콜라스 케이지의 얼굴을 입힌 영상의 스틸사진이다. 레디터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슈퍼맨 이외에도 여러 영화의 다양한 캐릭터로 니콜라스 케이지를 출연시키기 시작했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인디아나 존스

 

‘터미네이터 2’의 T-1000

 

지금 기세로는 곧 세상의 모든 영화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하는 날이 올 것만 같다. 영상이 아닌 이미지까지 더한다면 그가 ‘실제로’ 출연한 91편의 영화 말고도 이미 수십 편에서 일수백 편에 이르는 영화가 존재한다.

 

 

 

물론 니콜라스 케이지의 움짤이 주는 즐거움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기술에 대한 우려를 그만둘 수는 없다. 포르노그래피와의 합성뿐만 아니라 페이크 뉴스에도 악용되면 영상에 대한 신뢰성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도 보인다. 지금으로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늘 그랬듯이 윤리적·법적인 선이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만이라도 기술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쪽으로 흐르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굴 바꾸기(face swap) 기술은 니콜라스 케이지에게는 굴욕감을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니콜라스 케이지가 우려만 높아가던 이 신기술에 나름 긍정적인 바람을 불어준 셈이다. 그도 모르는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