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인 사유를 느낄 수 있는 SF 세계는 오감을 자극한다. 영원한 삶과 행성 간의 순간이동처럼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실감 나는 그래픽으로 정교하게 재현되는 데다 첨단 기술에 대한 고뇌와 문명의 갈등을 제법 묵직한 메시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보는 즐거움은 물론 의미 있는 메시지까지 담아내 녹슬었던 상상력을 스트레칭 할 수 있는 넷플릭스 SF 시리즈를 추천해본다.

 

 

 

갈아입는 육체로 영원을 산다 – 얼터드 카본(Altered Carbon) 

 

 

[얼터드 카본]은 250년 만에 새로운 육체로 다시 태어난 엘리트 용병 타케시 코바치의 두 번째 삶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아바타 제작자 라에타 칼로그리디스의 총괄로 동명 소설을 영상화해 많은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얼터드 카본은 주연 배우들과 총괄 프로듀서가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기자회견으로 내한하기도 했다.
[얼터드 카본]은 한 사람의 성격과 기억을 비롯한 모든 것을 USB와 같은 ‘스택’에 저장해, 이것이 손상되지만 않는다면 영원히 육체 ‘슬리브’를 바꿔가며 살아갈 수 있는 미래의 내용을 그렸다. 이런 미래의 세상은 온전한 죽음을 택할 수 있는 권리조차 일종의 특권이다. 반대로 영생을 꿈꾸는 자는 돈만 있다면 원하는 몸으로 다시태어나 부귀영화를 영원히 누릴 수 있다. 과학이 죽음의 의미를 바꾼 250년 후 세상이다.
[얼터드 카본]이 흥미롭다면, 사후세계를 다룬 영화 [디스커버리(The Discovery)]를 추천한다. 과연 영혼이 존재한다면 인간이 죽은 뒤에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영혼을 붙잡아 다른 육체를 입고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

 

 

 

복잡 미묘한 사후세계는 이런 느낌이란다 – OA 

 

7년 전 실종됐던 눈먼 딸이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이 회복된 채로 돌아왔다. 자신을 ‘OA’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지칭하는 프레이리는 다섯 명의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이 지난 7년 동안 어떤 일을 겪고 시력을 어떻게 되찾았는지 전한다. 사후세계와 초자연적인 경험을 다룬 시리즈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사후에 정신이 떠도는 세계에 대한 음울한 주제를 [OA]는 안무팀과 영상팀의 합작으로 아름다운 영상미를 그려냈다. 영적 세계에 대한 느낌적인 느낌을 전달하고자 전반적으로 몽롱하고 잔잔한 시리즈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음미하면 내용뿐만이 아니라 시리즈 전반에서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OA]와 닮은 꼴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독일 드라마 [다크(Dark)] 또한 실종된 어린아이 둘을 둘러싼 네 가족의얽히고 설킨 이중생활과 마을의 초자연적인 힘을 다뤘다.

 

 

 

이게 그냥 간단한 기술로만 보이니? – 블랙 미러 (Black Mirror) 

 

 

핸드폰 위치 추적 기능을 이용해 행방불명자를 찾거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온라인 데이트 상대를 만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로 사생활까지 낱낱이 보이거나 삶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종당한다면? 기술의 발전은 삶을 편하게 해주지만 너무 앞서간 기술이 새로운 제약이 되지 않도록 인간은 그 중간 지점을 찾는 새로운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
영국 특유의 감성으로 그려낸 [블랙 미러]는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각 에피소드를 보고 내용을 음미할 수 있다. 과연 과학 기술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까?
과학 기술에 대한 염세주의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명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에서 이미 큰 조명을 받았다. 고삐가 풀린 채 극에 치닫는 과학기술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블랙 미러]와 함께 보면 좋을 클래식 영화다.

 

 

 

좀비가 되어도 심각하지만은 않단다 – Z 네이션 (Z Nation) 

 

 

바이러스로 모두가 좀비로 변하는 세상의 종말을 앞두고 좀비 백신으로 생존한 주인공. 인간의 마지막 희망이지만 그 또한 완벽하진 않다. 좀비와 사람의 중간 형태로 몸이 변하는가 하면, 피부가 파랗게 물들기도 한다. 좀비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생존자들은 세상을 되돌리기 위한 여정을 떠나지만, 그 과정은 물론 쉽지 않다. 죽은 자들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 사는 소수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다. [Z 네이션]은 각종 패러디와 블랙코미디로 구성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좀비 시리즈다.
물론, 좀비 영화가 잘 나오지도 않던 한국에서 고어스러운 장면도 없이 너무나 웰메이드였던 영화로 국외에서 더욱 좋은 평가를 받은 [부산행(Train to Busan)]이 빠질 수 없다.

 

 

(제공: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