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지난 몇 년간 미국 독립영화계에 신흥 강자가 떠오르고 있다. 바로 국내 영화 팬들 사이에서도 믿고 보는 독립영화 제작배급사로 통하는 A24가 주인공이다. 2012년에 설립한 A24는 로만 코폴라 감독의 [글림프스 인사이드 더 마인드 오브 찰스 스완 3세]의 제한 상영을 시작으로 해마다 독특한 시선을 가진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A24가 오늘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그들의 위상을 공고히 해준 작품을 소개한다.

 

 

 

 

문라이트

 

이미지: 오드

 

바로 1년 전 [문라이트]의 활약은 대단했다. 공개 후 끊임없는 찬사를 받으며 각종 시상식을 휩쓸더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역사상 두 번째로 작품상을 수상한 흑인 감독의 영화로 기록됐다. [문라이트]의 무엇이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을까. 영화는 흑인 청년 샤이론의 고단하고 외로웠던 지난날과 현재를 시적인 영상과 음악, 절제된 언어로 풀어낸다. 어느새 푸르른 달빛 아래에서 더욱 빛나는 그의 삶에 이끌리며 마법 같은 감정의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의 20세기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

 

[우리의 20세기]는 변화의 기점에 선 모든 이들의 성장담이다. 현재가 시작되는 1970년대 후반, 낭만적인 정취가 물씬한 산타바바라를 배경으로 세대와 성별이 다른 5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들은 서로 간의 친밀한 유대감과 삶의 가치, 순간적인 관계를 통해 인생의 퍼즐을 맞추어 나간다. 또한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에서 우러난 영화는 지나온 시대에 대한 향수와 어머니에 대한 찬사를 감추지 않는다.

 

 

 

더 랍스터

 

이미지: (주)영화사 오원, (주)브리즈 픽쳐스

 

이토록 사랑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그린 영화가 있을까. 서로에게 완벽한 짝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그곳에서 사랑은 살아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사람들을 도태되지 않기 위해 짝을 찾고, 또 다른 곳에서는 이를 거부하며 사랑을 금지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기묘한 상상이 돋보이는 [더 랍스터]는 로맨스 영화에 그치지 않고, 불신과 억압, 불안과 냉소가 뒤섞인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기괴하게 비틀어 보여준다.

 

 

 

고스트 스토리

 

이미지: 리틀빅픽처스

 

애틋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본다면 당황스러울지 모른다. [고스트 스토리]는 연인이 돌아오길 바라며 함께 했던 공간을 떠나지 못하는 유령의 이야기를 통해 슬픔과 상실의 감정을 폭넓게 성찰한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고독과 절망은 깊어지고, 처량하고 씁쓸한 감정만 생채기처럼 쌓여간다. C의 감정을 이해하면서도 무한한 기다림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고스트 스토리]는 로맨스의 전형적인 서사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절제된 언어로 상실과 고독의 풍경을 처연하게 담아낸다.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이미지: ㈜티캐스트

 

자유분방한 청춘들이 꿈을 안고 광활한 미국 대륙을 떠돈다. 내일이 없는 삶을 살아가던 스타는 마트에서 우연히 만난 제이크를 따라 잡지를 파는 무리에 합류한다.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은 길 위를 떠도는 청춘들의 일상과 자유로운 열기를 오감을 자극하는 영상과 음악으로 섬세하게 포착한다. 또한 사샤 레인이라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예고하고, 한동안 부침에 시달리던 샤이아 라보프의 존재감을 새삼 알려준다.

 

 

 

언더 더 스킨

 

이미지: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A24의 초기작 [언더 더 스킨]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초현실적 드라마로 인도한다. 마이클 파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외계행성에서 지구로 건너와 매력적인 여인의 몸속에 들어간 외계인 로라의 이야기다. 도발적인 홍보 문구와 달리 불친절한 내러티브는 난해하고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절대적인 고립과 고독의 감정은 인간을 달리 바라보는 시선을 제공한다.

 

 

 

엑스 마키나

 

이미지: UPI 코리아

 

[엑스 마키나]는 화려한 특수효과 대신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진지한 태도로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다.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인공지능 분야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 비밀연구소에 초대받아 매혹적인 A.I. 에이바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된 인간과 로봇의 이야기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흥미롭게 다루며 철학적인 사색의 여운을 남긴다.

 

 

 

프리 파이어

 

이미지: (주)영화사 오원

 

영화 포스터처럼 총격전이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다. 무기 거래를 위해 모인 브로커와 두 조직은 한 발의 총성을 시작으로 끝없는 총격전을 벌인다. 이들의 총싸움은 그동안 숱하게 보았던 원샷원킬과 거리가 멀다.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무차별 난타전은 우스꽝스럽기도 잔인하기도 하다. 방향 감각을 상실한 마구잡이식 폭력과 수위를 넘나드는 시시껄렁한 농담이 뒤섞인 영화를 좋아한다면, 충분한 장르적 쾌감을 안겨줄 것이다.

 

 

 

굿타임

 

이미지: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코니의 극적인 하룻밤은 광란의 전율이 지배하는 폭주기관차 같다. 지적 장애가 있는 동생과 은행강도로 나섰다가 혼자만 도주에 성공한 코니는 동생을 빼내기 위해 있는 힘껏 발버둥 친다. 그런데 그럴수록 코니의 희망사항은 점점 멀어지고, 상황은 계속해서 꼬여만 간다. 조슈아&베니 사프디 형제는 단순히 코니의 불운을 드러내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날 밤 코니가 만난 사람들을 통해 사회 안전망에서 위태위태한 약자들의 삶까지 강렬하게 훑어낸다. 로버트 패틴슨의 인생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모스트 바이어런트

 

이미지: 영화사 진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욕망은 범죄가 아니다. 젊은 야심가 아벨은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하며 성공에 집착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결국 그는 원칙을 고수하려는 욕망을 져버리고 혼탁한 세상과 타협한다. J.C. 챈더 감독은 성공에 집착하는 남자의 비정한 변화를 건조하고 사실적인 시선으로 묵직하게 담아낸다.

 

 

 

잇 컴스 앳 나잇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불안은 모든 파국의 근원이다. 전염병으로 인류가 거의 사라진 시대, 살아남은 가족은 깊은 숲에서도 단단히 고립된 집에서 은둔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들의 공간에 낯선 이가 침입하면서 은둔 생활은 변화를 맞기 시작한다. 가족은 갈 곳 없는 젊은 부부를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만, 의심을 버릴 수 없다. 그렇게 불안감은 고조되고, 파국은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다가온다. [잇 컴스 앳 나잇]은 공포의 순간을 포착하는 대신, 불신과 불안이 조성하는 두려움에 초점을 맞춘다. 심리적 긴장을 형성하며 마지막 아이러니한 비극의 순간으로 끌어낸다.

 

 

 

 

이미지: ㈜영화사 빅

 

납치, 감금, 탈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방식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영화다. [룸]은 십대 시절 납치 감금된 뒤, 출산까지 경험한 여성이 어린 아들과 7년 만에 가까스로 탈출한 이야기를 다룬다. [룸]이 특별한 점은 영화가 주목하는 시선이다. 영화는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탈출 이후 세상과 직면한 여성과 아들이 느끼는 혼돈과 그들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태도에 주목한다. 미디어에서 흔히 소개되는 감동 실화의 이면을 보여주며 진짜 필요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셈이다. 브리 라슨과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놀라운 연기는 특별한 모자의 사연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이미지: 오드

 

디즈니 월드 건너편 싸구려 모텔에 사는 무니와 친구들은 그들을 둘러싼 가난한 삶에 잠식당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때 묻지 않는 천진난만함과 귀여운 장난기가 가득하다. 션 베이커 감독은 파스텔톤의 따사로운 색감으로 아이들의 일상을 에피소드처럼 늘어놓는다. 그렇다고 마냥 기분 좋은 즐거움이 팽배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아이들의 모습과 대비되는 어른들의 사연도 잊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불평등의 현실을 말하지 않아도 디즈니월드 맞은편에 자리 잡은 매직 캐슬 사람들은 어쩐지 씁쓸하기만 하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윌렘 대포) 후보에만 올라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레이디 버드

 

이미지: UPI 코리아

 

새크라멘토를 벗어나 뉴욕으로 대학 진학을 꿈꾸는 레이디버드는 그레타 거윅의 분신과도 같다. 영화를 연출한 거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시얼샤 로넌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부딪히고 갈등하는 10대 소녀를 연기한다. 공개 후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오는 3월 4일(현지 시간) 열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수상 결과가 기대된다.

 

 

 

킬링 디어

 

이미지: A24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최신작 [킬링 디어]는 특유의 냉소와 서늘함이 지배하는 영화다.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아가는 성공한 외과의사 스티븐은 자신의 과실로 죽은 환자의 아들을 외면하지 못한다. 그렇게 시작된 호의는 점차 그를 점차 압박하고, 안정된 삶은 점차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소년의 치밀한 복수가 만들어낸 부조리한 풍경은 관객을 불편하게 하며 섬뜩한 긴장을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