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개봉한 두 편의 영화가 화려한 액션으로 관객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하고 있다 .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마블 신작 [블랙 팬서]와 강동원의 신작 [골든 슬럼버]가 그 주인공들이다. 마블 최초의 흑인 히어로물로 주목받으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블랙 팬서]와 강동원, 한효주, 윤계상 등 화려한 라인업을 앞세운 도주극  [골든슬럼버]는 흥미로운 대결 구도를 그리고 있다. 이번 주말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고 있다면, 테일러콘텐츠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사진 출처: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디터 띵양 : [블랙 팬서]는 130분짜리 아프리칸 매직이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홀린 것 마냥 빨려 들어갔고, 마지막 쿠키 영상이 끝나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또 한 명의 흑인 히어로를 다루었던 넷플릭스 [루크 케이지]가 한 장의 힙합 앨범이라면, [블랙 팬서]는 거기에 심장을 뛰게 만드는 북소리가 더해졌다. 흑인들의 힙함과 정체성, 전통성이 멋진 조화를 이루며 상징적인 히어로 영화를 탄생시켰다. 단순히 주인공을 살리기 위해 소비되는 캐릭터들이 수없이 나오는 요즘, [블랙 팬서]는 캐릭터 모두에 영혼을 불어넣고 사연을 담아 “그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제시한다. 거기에 영화의 음악, 액션, 스토리,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스웨그 넘치고 역동적이면서 아름답다. 그냥 보라는 뜻이다.

 

에디터 겨울달 : 취향을 타는 영화다. 강렬한 색감, 낯선 리듬, 웃음기 뺀 담백함은 우리가 아는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와 다르다. 하지만 부지런히 쌓아올린 갈등이 분출하는 가장 크리티컬한 순간은 모든 혼란을 상쇄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캐릭터다. 할리우드에서 연기 잘 하고 스타성 있는 아프리카계 배우는 모두 모았으니 배우들도 캐릭터도 모두 매력이 넘친다. 거기다 하나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고, 각자의 행동에 충분한 설명도 제공한다. 눈길이 가는 요소 하나 하나에 집중해서 보면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이다. 이미 예매 2회 완료.

 

에디터 Alex : 스웨그를 통째로 갈아 넣은 히어로물이다! 영화 내내 발견할 수 있는 에스닉한 무드 가득한 미술 장치와 와칸다라는 배경이 아프리칸 정체성을 짙게 나타내며 특별한 존재감의 히어로를 탄생시킨다. 캐릭터들의 쿨한 제스처와 힙한 스코어가 영화 내내 보고 듣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 영화는 섹시 빌런 ‘킬몽거’를 등장시켜 여심을 마구 공략하기까지 한다. 개봉 시 잠을 아껴서라도 아이맥스관 관람을 사수해야 한다.

 

 

사진 출처: CJ 엔터테인먼트

 

에디터 Jacinta : 검은 음모의 희생양이 된 남자의 숨 가쁜 질주극은 처음부터 답답하다. 쉽게 속단하기 힘든 세상에서 스스럼없이 사람들을 믿고 호의를 베푸는 착한 성격은 알겠는데, 백치미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지나치게 순박하다. 검은 음모를 계획한 세력의 사악한 존재감을 느끼기에 너무 착한 성격은 도주극의 묘미를 떨어뜨린다. 좀처럼 이입이 되지 않는 데다 올드팝 감성은 이질감을 불러온다. 도무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는 사이 영화는 서둘러 결말로 향한다. 결말의 통쾌함을 바란 건 아니었으나 착한 감성을 내세우다 긴장감을 잃은 도주극은 아쉽기만 하다.

 

에디터 띵양 : [골든 슬럼버]는 ‘적당히’라는 말을 모른다. 드라마, 스릴러, 유머 기타 등등 수많은 영화 코드를 한 그릇에 콸콸 넘치도록 쏟아내니 너무나도 희미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말 그대로 “맛이 없는(無味)” 영화다. 기본양념이 부실하니 재료가 아무리 훌륭한들 소용이 없어진다. 그러나 재료들도 영 상태가 신선하지 못하다. 설정은 대패로 썬 것 마냥 얇고 캐릭터는 하나 같이 매력이 없다. 세상에, 대선 후보를 순식간에 처리한 사람들이 고작 착해빠진 시민 하나를 못 잡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거기다가 평생을 손해만 보며 살아온 바보같이 착한 사람을 모두가 알아서 도와준다니. 물론 강동원의 미모를 가지고 있다면 가능할 법한 일이기도 하지만 도무지 영화에 몰입이 안되고 공감이 가지 않는다. 단 하나 마음에 들었던 것이 있다면 오래간만에 듣는 비틀즈의 노래 가사였달까.

 

에디터 Alex: 너무 많은 재료를 넣어 실패한 비빔밥 같은 영화다. 가슴 쫄깃한 스릴러를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유머와 휴먼 감동까지 전하고자 하는 연출에 당황하게 된다. 스릴러에 은근슬쩍 드라마와 코미디를 끼워 넣은 이 영화는 어느 장르 하나도 주축이 되지 못하고 여러 장르가 물과 기름처럼 부유한다. 주인공 캐릭터도 문제다. 인간애를 저버릴법한 상황에서도 ‘손해 좀 보고 살면 어떠냐’며 소리치는 주인공은 선의의 가치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분명한 코미디 영화가 아니기에 비상식적인 상황 판단을 반복하는 캐릭터는 감동보다는 황당함을 느끼게 한다. 주인공이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도 다소 진부하다. 이미 많은 서스펜스 영화들이 선택했던 결론이 떠오르는 극의 후반부는 마지막까지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관을 빠져나올 때 내가 무엇을 본 것인지 정의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운 영화였고, 많은 관객들이 여전히 기대하고 있는 강동원의 ‘미남력’을 더 매력적으로 살릴 수 있었던 설정의 이야기였기에 아쉬움은 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