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개봉한 두 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황홀하게 한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타지 로맨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과  대표적인 19금 로맨스  [50가지 그림자: 해방]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일찌감치 골든 글로브를 비롯한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과 결혼 생활을 시작한 후 더 큰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한 아나스타샤의 모습을 예고하며 큰 기대를 모았던 [50가지 그림자: 해방]의 대결구도가 흥미진진하다. 이번 주말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고 있다면, 테일러콘텐츠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사진 출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에디터 겨울달: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보며 영화를 만드는 연출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인간과 괴물의 사랑 이야기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 혈안이 된 1960년대 냉전 시대, 욕실과 수조, 비로 화면을 가득 채운 물, 옛날 영화 음악 같은 스코어가 더해지며 기괴하고 독특한 영화가 됐다. 담긴 용기에 따라 만들어지는 ‘물의 형태’처럼, 영화는 한편으로 보면 세상 어디에도 없을 로맨스이지만 다른 한 편에서 보면 인간의 욕심과 집착, 폭력에 대한 우화다. 각각의 색깔이 뚜렷한데 하나로 모아 놓은 완성품 또한 훌륭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법에 홀린 듯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아, 정말 좋았어.’라고 감탄 또 감탄하게 될 될 것이다. 기이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매달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장인정신이 2018년 빛을 보게 된 것이 정말 기쁘다.

 

에디터 Jacinta: 작정하고 괴물과 사랑에 빠진 로맨스는 익숙함을 전복하는 데서 황홀한 감정을 안긴다. 델 토로 감독은 사회에서 소외받는 인물에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하며, 그들의 약점을 강점으로 뒤바꾼다. 엘라이자와 괴생명체의 유일한 소통 수단인 눈빛과 손짓은 로맨스의 어떤 주인공보다 두근거리는 긴장으로 아찔한 감정을 선사하는데, 둘의 관계는 때때로 에로틱한 무드마저 품고 있다. 또한 낭만적인 음악은 제2의 언어가 되어 그들의 로맨스에 몰입하게 한다. 냉전 시대, 백인과 남성 중심의 사회에 맞서는 약자들의 승리라는 숨은 메시지도 있지만, 관능과 낭만을 오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로맨스라는 장르로만 놓고 봐도 충분히 매혹적이다.

 

에디터 띵양: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직설적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제목,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꽉 찬 돌직구로 던진다. “사회적 약자도 똑같은 인간이다. 사랑의 본질은 같다. 겉모습이 괴물이라고 내면도 같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인간의 탈을 쓰고 있다고 해서 내면까지 인간인 것도 아니다”라고 말이다. 날카롭지만 한편으론 낭만이 있는 이 메시지를 델 토로 감독은 냉전시대라는 영화의 배경; 엘라이자, 젤다, 스트릭랜드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사회적 위치와 성격; 물이라는 소재와 색감으로 만들어진 화면 연출; 음악에 놀라우리만치 정교하고 아름답게 담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영화에 나타나는 폭력성에 움찔하면서도 이내 엘라이자와 괴물의 로맨스에 자연스레 빠져들면서 델 토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괴물과 인간의 로맨스’라는 줄거리에 “이런 내용이 극찬을 받을 정도로 재미있다고?”라고 의구심을 품었던 나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한다. 그릇된 선입견을 가지고 누군가의 사랑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파괴하려는 괴물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사진 출처: UPI코리아

 

에디터 Alex: 그레이와 아나스타샤 둘만의 세계인 플레이 룸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소프트한 S&M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좋은 눈 요깃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전작 시리즈를 한 번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관람해도 극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는 스토리에 깜짝 놀랐다. 깊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영화에는 ‘먼치킨이지만 상처를 가진 주인공’, ‘어떤 상황도 통제 가능한 부와 능력을 가진 남자 주인공’, ‘연인의 위기를 담보로 성장하는 남자’와 같은 유치한 설정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영화를 보고 있다 보면 정말이지 영화관에서 ‘해방’되고 싶어진다. 짜증 나는 마음을 간신히 누르는 것은 OST뿐이다. 리타 오라, 두아 리파, 헤일리 스테인 필드, 시아와 같은 라인업으로 구성된 배경 음악을 큰 사운드로 듣는 재미 하나는 확실하지만 그레이 씨는 책으로만 만나도 충분할 것 같다.

 

에디터 Jacinta애초 팬픽에서 출발한 영화는 삼부작으로 이끌기에 스토리의 견고함이 부족했다. 시리즈는 갈수록 휘청거렸고,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어리둥절함과 당혹스러움을 안긴다. 유치한 로맨스는 그나마의 빛도 상실하고, 에로틱한 장면은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한다.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는 두 사람 사이에 어설픈 갈등 관계를 심어두는데 그마저도 참 밋밋하게 흘러가다 맥없이 해결된다. 그나마 시리즈의 장점이었던 OST는 구심점을 상실한 스토리를 무마하려고 애쓰지만, 고군분투는 버거워 보인다. 무엇보다 무려 세 번째 영화임에도 캐릭터에 녹아들지 못하는 두 배우의 뻣뻣한 연기는 이 영화가 ‘해방’이란 부제로 끝난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여길 정도다.

 

에디터 띵양: [50가지 그림자: 해방]은 두 마리의 토끼 중 하나를 놓쳤다. 이 시리즈가 비평가들에게 모진 혹평을 받으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흥행 대박을 친 이유는 주 타겟층이었던 여성 관객들의 시점에서 백마 탄 왕자님 판타지와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주어서다. 백마 탄 왕자님 이야기는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충족시켰다. 거기에 제작비의 절반을 부었다는 말이 돌았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던 1, 2편과 마찬가지로 OST도 좋다. 그러나 영화의 정체성 중 하나였던 “야함”이 사라졌다. 영화는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펼쳐지던 살색의 향연과 SM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에 집중을 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시리즈를 흥행케 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성적 판타지의 실현이었다면, 그리고 분량이 적다면 더욱 정성 들여서 연출해야 했다. 이제는 배우들을 벗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인물 간의 분위기, 음향, 화면 구성만으로도 얼마든지 야한 장면을 연출해서 관객들이 침을 꼴깍 삼키게 할 수 있는데, [해방]은 그 부분을 놓치면서 자극적인 [늑대의 유혹] 정도에서 머무르고 말았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나스타샤의 활용이다. 그녀는 [해방]에서 주도적인 여성으로 변화하는 인물이지만, 그것을 표현해내는 방식이 너무나도 단편적이다. 영화 후반부에서도 결국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이 시리즈의 어설픈 마무리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