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는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작품들 사이에서 내 취향에 딱 맞는 영화를 골라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물론 그 작품들 중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화나 극장에서 개봉조차 하지 못한 영화들은 대부분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IPTV로 직행했겠지만, 이 작품들 중에서도 꽤나 괜찮은 영화들이 있기 마련이다. 수많은 IPTV 개봉작들 중 에디터가 직접 보고 선별한 최신 B급 개봉작들을 살펴보며 이번 주말 소파에서 편히 TV를 켜고 리모컨을 누를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떨까? 무궁무진한 IPTV의 바다에서 나에게 딱 맞는 취향의 영화를 찾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1. 샤크네이도 스톰 (Sharknado 3: Oh Hell No!)

이미지: Syfy

 

B급 재난 목버스터(mockbuster: 블록버스터를 모방해 만든 아류작) 제작의 일인자로 꼽히는 어사일럼의 세 번째 [샤크네이도] 시리즈다. TV 영화로 제작되었던 1편 [샤크 스톰]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현재 5편 [샤크네이도 5: 글로벌 스워밍]까지 제작되었다. 전작들에서 뉴욕과 LA를 상어 비(雨)로부터 구한 핀 셰퍼드가 이번 작품에서는 대통령을 구하고 토네이도를 잠재우기 위해 우주로 나가게 된다. 독특한 상상력으로 호평을 받았던 첫 작품 이후 평가는 점점 안 좋아지고 있으나 헛웃음이 나오는 억지 설정과 배우들의 연기, B급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값싼 CG와 고어한 액션에 여전히 컬트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시리즈는 예상치 못한 조연들이 등장하는데, [샤크네이도 스톰]에는 WWE 프로레슬러 크리스 제리코가 깜짝 등장한다. 그의 연기가 링 위에서만 빛난다는 결론이 났지만, 이런 부분이 영화를 보는 데에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2. 거대 불개미의 습격 (It Came from the Desert)

이미지: 주식회사 루믹스미디어

 

[거대 불개미의 습격]은 시네마웨어의 1980년대 동명 비디오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B급 괴수 & 하이틴 무비다. 광활한 사막에서 펼쳐지는 뜨거운 청춘들의 파티, 라이벌과의 모터사이클 경주, 괴물 개미들과 벌이는 처절한 생존 게임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대다수 B급 괴수 영화가 그렇듯 [거대 불개미의 습격]의 설정 역시 폭소를 자아낸다. 정부에서 군사 목적으로 비밀리에 괴물 개미 부대를 양성하고, 그중 가장 우수한 개미들이 탈출해 살육을 벌인다. 이 거대 불개미들은 체내에 에탄올이 있어야만 번식이 가능한데, 그래서 이들이 파티 현장을 습격해 앞다리로 맥주를 통째로 들고 마시는 진기하고도 웃긴 장면을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다. 물론 개미들을 창조해낸 CG는 조악하기 그지없고 각본 역시 엉성하지만, 끔찍한 살육의 현장에서도 종종 터지는 개그 요소들에 피식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3. 레지던트 이블 좀비 (Dead 7)

이미지: Syfy

 

좀비는 B급 영화에서 괴물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레지던트 이블 좀비]는 좀비 군대를 이용해 세계를 정복하려는 사악한 마녀를 저지하는 일곱 영웅의 이야기가 담긴 좀비 호러 서부극이다. [샤크네이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어사일럼에서 제작된 TV 영화지만 [레지던트 이블 좀비]에는 특별한 구석이 있다. 90년대를 호령했던 그룹 가수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메인 보컬 닉 카터가 각본을 쓰고 영화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닉 카터는 같은 멤버인 A.J. 맥린과 하위 도로우뿐만 아니라 ‘엔싱크’ 등 미국 유명 보이 밴드의 스타들을 대거 영화에 출연시켜 화제가 되었다. 제법 좀비 분장에도 불구하고 구멍 뚫린 각본, 노래로 세계를 휘어잡았던 ‘오빠’들이 배우가 아닌 탓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력과 보여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TV에서 보는 그들의 모습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면 결제에 사용되는 몇천원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4. 프로젝트 메자 (Kill Order)

이미지: 주식회사 레드아이스

 

[프로젝트 메자]는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고등학생의 이야기다. 기억을 잃고 매일 밤 악몽을 꾸며 괴로워하던 데이빗은 자신을 쫓는 악당들로부터 도망치며 자신의 정체와 초인적인 힘의 진실을 깨닫는다. [퍼시픽 림], [점퍼] 등 수많은 작품에서 스턴트맨으로 활동한 제임스 마크의 연출/각본/제작 데뷔작이며 동생 크리스 마크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크리스 역시 형을 따라 스턴트맨으로 활동했는데 [워크래프트],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에서 스턴트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턴트맨 출신 감독과 배우답게 액션 시퀀스는 공을 들인 티가 날 정도로 수준급이다. 그러나 액션을 제외한 각본, 연출, CG, 연기력이 화려한 액션 시퀀스의 장점을 모조리 상쇄시켜버릴 정도로 어설프다. IMDb의 한 이용자는 “이 영화를 볼 시간에 개를 데리고 나가 산책하는 것이 낫다”라고 의견을 남겼지만, 스트레스 쌓인 날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영화다.

 

5. 뱅크 잡: 리뎀션 (South of 8)

이미지: 주식회사 풍경소리

 

[뱅크 잡: 리뎀션]은 위 작품들과 달리 미국 내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작품상 등을 수상한 작품이다. 물론 세계적인 영화제가 아닌 ‘다운타운 로스 엔젤레스 영화제’나 ‘샌디에고 영화제’지만 말이다. 범죄 액션 스릴러 [뱅크 잡: 리뎀션]은 두 번째 경제 공황 이후 범죄자와 실업자가 급증한 미국 샌디에고를 배경으로 한다. 감옥에 다녀온 이력 때문에 취업이 안되던 빅터는 한탕을 꿈꾸는 식당 웨이터 라이언, 동료들과 함께 사회적 약자와 범죄자를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경찰들을 따돌리며 은행을 털고 나중에는 시민들에게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영웅으로 추앙받기에 이른다. 하이스트 무비 치고는 이들의 강도 작전이 매우 단순하고 액션, 연기 등이 어딘가 부족해 보이지만, 영화에 나타난 사회 문제들이 굉장히 현실적인 데다가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담고 있어 심심할 때 보기 좋은 타임 킬링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