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개봉한 [50가지 그림자: 해방]이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 3억 달러를 돌파하며 ‘그레이 시리즈’ 합산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 시리즈는 [트와일라잇] 팬픽으로 유명해진 E.L 제임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편 개봉 이후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3편까지 나왔지만, 비평 및 관객평은 연이어 죽 쑤고 있다. 이처럼 높은 수위로 출격해 흥행한 영화가 있는가 하면 흥행, 비평 모두 쪽박찬 영화들도 셀 수 없이 많다. 두 케이스에 해당하는 영화들을 모아봤다.

 

1. 스트레인저 (1995)

출처 : TriStar Pictures

 

출처 : Rottentomatoes

 

정열적인 미청년 이미지로 90년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영화는 다중 인격을 연구하는 매력적인 정신과 의사가 쇼핑몰에서 만난 낯선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단 망작의 한 요소로 꼽히는 발연기는 이 영화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이 영화의 수준을 떨어트렸다. 일단 반데라스가 연기한 ‘토니’는 라틴계 연인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들의 범벅에, 스토커인지 아닌지 종잡을 수 없는 불친절한 캐릭터라 보는 이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또한 수많은 베드신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개연성으로 엄청난 빈축을 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애초에 제작비를 많이 들이지 않아 욕먹은 것에 비해서는 덜 망한 편이다.

 

 

2. 킬링 미 소프트리 (2002)

출처 : Metro-Goldwyn-Mayer

 

출처 : Rottentomatoes

 

[패왕별희], [황토지]와 같은 훌륭한 작품들을 연출한 첸 카이거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이다. 데뷔작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게, 첸 감독은 이 영화가 대차게 망한 이후 할리우드에서 종적을 감췄기 때문이다. 영화는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 낯선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원래 사귀고 있던 남자를 차버린다는 내용이다. 어떤 부분이 최악이라고 말하는 게 힘들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다. 에로틱 스릴러의 주요 감상 포인트인 정사씬도 영화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는데, 마치 따로 찍어서 CG로 억지로 합쳐놓은 듯한 두 주인공의 몸짓에 스릴러보다는 코미디에 가깝다는 평을 받았다.

 

 

3. 갱스터 러버 (2003)

출처 : Columbia Pictures

 

출처 : Rottentomatoes

 

개봉 당시 약혼 관계였던 벤 에플렉과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청불 로맨스 코미디. 영화는 범죄 조직의 일원인 ‘래리’와 레즈비언 암살자 ‘리키’의 묘한 관계를 다룬다. 이 영화가 얼마나 망했는지는 수치로 파악 가능하다. 영화의 극장수는 개봉 주 2,215개에서 상상 이상의 형편없는 비평 및 흥행으로 3주차에 97개로 줄었다. 박스오피스 최종 성적은 720만 달러로, 제작비 5400만 달러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다. 제니퍼 로페즈는 이 영화 개봉 당시를 ‘본인 커리어의 바닥’이라고 칭했고, 에플렉의 절친 맷 데이먼은 어디선가 이 영화가 언급될 때마다 에플렉의 눈에 경련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영화는 벤 에플릭의 ‘래리’가 내뱉는 시대착오적인 대사들의 향연으로도 많은 욕을 먹었다. 두 사람은 이 영화 개봉 이후 3개월 만에 헤어졌다.

 

 

4. 슬리버 (1993)

출처 : Paramount Pictures

 

출처 : Rottentomatoes

 

[원초적 본능]으로 사상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샤론 스톤 주연의 스릴러. 영화는 [로즈메리의 아기]를 쓴 아이라 레빈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진정한 관계를 갈망하며 고층 아파트에 이사 간 여자에게 끔찍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이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 먼저 감독인 필립 노이스에 의하면, 주인공 샤론 스톤과 윌리엄 볼드윈은 실제로 서로를 싫어해 가능하면 장면을 따로 찍기를 원했다. 이로 인해 영화에서 두 캐릭터의 케미는 실종 수준이었고, 배우들의 개인적인 요구로 많은 장면이 재촬영되거나 편집됐다. 또한 원작에서의 중요한 서사를 생략하거나 활화산 근처에서의 촬영 중 헬리콥터 사고로 촬영분이 전부 소실되는 일도 있었다. 그나마 제작비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흥행을 거두며 어느 정도의 체면치레는 했다.

 

 

5. 트러블 메이커 (2013)

출처 : IFC Films

 

출처 : Rottentomatoes

 

할리우드 악동의 대명사였던 린제이 로한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저예산 고퀄 영화의 야심을 품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후원을 받아 제작했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후원자들의 귀한 돈을 바닥에 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린제이 로한은 스타를 꿈꾸며 살다가 타락의 길에 빠진 ‘타라’를 연기했다. 캐릭터 설명만 놓고 보면 그녀에게 이만큼 어울리는 역할도 없을 것이다. 할리우드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와 [택시 드라이버]의 감독, [아메리칸 사이코]의 원저자가 만나 탄생한 이 작품은 보기만 해도 짜증 나는 캐릭터들, 조악한 연출과 전개로 ‘막장 드라마들을 억지로 합친 혼종’, ‘지루하게 만드는 것이 올림픽 종목이었으면 금메달감’이라는 신박한 혹평을 받았다.

 

 

6. 쇼걸 (1995)

출처 : United Artists

 

출처 : Rottentomatoes

 

[로보캅], [원초적 본능], [토탈 리콜] 등의 수작을 찍은 폴 버호벤 감독의 흑역사로 남은 작품. 변두리 클럽에서 일하는 ‘노미 말론’이라는 여성이 라스베가스의 럭셔리한 호텔의 쇼걸을 꿈꾼다는 내용의 영화다. 제작 초기 파멜라 앤더슨부터 안젤리나 졸리, 샤를리즈 테론까지 당대 섹시스타들이 오디션을 봤지만 노미 역에는 엘리자베스 버클리가 뽑혔다. 영화의 소재가 소재인 만큼 엄청난 노출 수위로 개봉 당시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비평가들은 영화와 성인 비디오 사이를 오가는 수위, 유연한 동작을 요하는 역할임에도 뻣뻣하기 그지없는 버클리의 몸짓에 혹평을 쏟아냈다. 그 결과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감독상, 작품상을 포함한 7관왕을 달성했고, ‘지난 10년간 최악의 작품상’까지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극장 흥행은 처참하게 끝났지만, 홈비디오 시장에서 초대박이 나며 꽤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7. 더 보이 넥스트 도어 (2015)

출처 : Universal Pictures

 

출처 : Rottentomatoes

 

2013년 [파커] 이후 아메리칸 아이돌 심사위원, 월드 투어 등 가수 활동에 좀 더 집중했던 제니퍼 로페즈가 주연 및 제작까지 맡은 작품이다. 남편과 떨어져 살고 있던 여성이 옆집 연하남과 하룻밤을 보내고 난 다음의 다이내믹을 그린다. 망작 영화라 해도 개중에 즐거운 요소가 있는 망작이 있는 반면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망작이 있는데, 이 작품은 후자에 속한다. 진부한 소재와 뚝뚝 끊기는 편집, 보는 사람이 민망한 베드씬의 삼위일체로 비평가들의 융단폭격을 받았다. 하지만 4백만 달러라는 저예산에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 5200만 달러라는 성과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