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msohigh

 

 

예술가들은 영감을 받기 위해 시와 산문을 탐색하고는 한다. 하지만 때로 시각적으로 참조할 만한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훌륭한 영화 제작자들이 현대 미술에 영감을 주었듯이, 위대한 화가 역시 영화사에 걸쳐 영화감독과 촬영감독들이 미장센을 만드는 데에 영향을 끼쳤다.

회화는 종종 간단한 오마주로 재탄생되는데, 이런 그림들이 전체 장면의 구조와 주제, 그리고 때에 따라 영화 전반에 대한 정보를 내포하기도 한다. 해외 매체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 글을 참고해 영화 속 장면에 직접 영향을 준 회화를 소개한다.

 

 

 

 

1. 셜리에 관한 모든 것(2013)과 뉴욕 영화관(1393)

 

이미지: 영화사 진진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은 한 여성이 살아가는 30년간의 삶을 그려낸 영화다. 관객들은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20세기 중반 미국 문화와 시대정신을 표현한 ‘에드워드 호퍼’의 장편 오마주를 맞닥뜨리게 된다. 세심한 묘사가 압권이며, 미국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화가 호퍼의 그림 13점은 구스타프 도이치 감독에 의해 되살아난다. 영화관이 예술관이 되는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된다.

 

 

 

2. 마리 앙투아네트(2006)과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1801)

 

이미지: 소니픽쳐스 릴리징 코리아㈜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결국 자신을 짓밟을 분노와 혁명에 무지했던 순진하고 젊은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기로 했다. 커스틴 던스트가 연기한 젊은 여왕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삶에 치이고 만다. 영화의 대단원에서 성난 군중이 베르사유의 문을 부술 때, 나폴레옹이 화면에 잠깐 비친다. 그는 말 위에 앉아, ‘자크루이 다비드’의 유명한 그림과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기서 나폴레옹은 극중 앙투아네트의 연인으로도 등장하는 제이미 도넌이 연기했다. 다비드의 그림과 마찬가지로, 나폴레옹은 남성적인 미남으로 묘사되어 영화를 보는 이에게 강렬한 눈빛을 선사한다.

 

 

 

3. 님포매니악(2013)과 죽어가는 예술가(1901)

 

이미지: 무비꼴라쥬

 

 

 

라스 본 트리에 감독은 [님포매니악]의 거의 매 장면마다 유혹을 녹여냈다. 조(샤를로뜨 갱스부르)의 감정이 배제된 쾌락주의적 욕망은, 죽음에 대한 인간적 공허함이 일명 번뇌라 불리는 고통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조와 셀리그먼(스텔란 스카스가드)이 함께 있는 장면은 젊은 청년의 침대 곁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죽음의 징후를 표현한 ‘지그문트’의 ‘죽어가는 예술가’와 비슷하다.

 

 

 

4. 판의 미로(2006)와 아들을 잡아 먹는 사투르누스(c. 1819-1823)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죽음에 대한 생각과 고국의 내전으로 비관적인 세계관을 갖게 된 스페인 예술가 ‘고야’는, 마드리드 근처 2층 빌라 벽에 어둡고 충격적인 연작 벽화를 남겼다. 이 벽화 중 하나는 고대 로마 신인 사투르누스가 자기 아들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에게 영향을 끼친 고야의 작품은 영화 [판의 미로]의 한 장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바로 페일 맨이라는 존재가 방 안을 날아다니는 요정들의 머리를 뜯어먹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관해서 감독 본인이 “특히 페일 맨과 관련하여 고야의 작품을 참고했다. 사투르누스가 그의 아들을 잡아먹는 그림이다.”라고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바 있다.

 

 

 

5.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와 푸른 옷의 소년(1779)

 

이미지: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영화의 의상 디자이너 섀런 데이비스는 배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그녀가 ‘토머스 게인즈버러’의 유명한 그림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후, 타란티노 감독은 푸른색으로 된 옷이 장고의 별난 감성을 보여주는데 딱 들어맞을 것이라 여겼다고 밝혔다. 자신을 멋쟁이라 여기는 장고의 시대착오적인 선택을 보면 이 유머러스한 장면이 흥미로울 수 있는데, 이는 그가 선택한 복장이 18세기 게인즈버러 시대 귀족의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6. 문라이즈 킹덤(2012)와 프린스 에드워드 섬으로(1965)

 

이미지: 영화사 진진

 

 

 

대칭적 장면 구성의 대가 웨스 앤더슨 감독과 로버트 예오만 촬영 감독은 주인공 수지가 등대 난간 안쪽에 서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콜빌’의 그림 ‘프린스 에드워드 섬으로’를 그대로 반영하여, 수지는 쌍안경을 통해 관객을 응시한다. 그림과 영화 모두, 피사체의 얼굴이 부분적으로 가려지는데, 이를 통해 신비감을 자아낸다. 실제로, 불확실함과 회피는 문라이즈 킹덤의 주된 플롯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