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은퇴 선언을 한 뒤 한동안 영화계를 떠났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케이퍼 무비 [로건 럭키]로 돌아왔다. 화려한 출연진과 한방을 노리는 범죄라는 점에서 얼핏 과거 [오션스] 시리즈의 향기가 나기도 하지만, [로건 럭키]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풀어낸 영화다.

 

 

 

전문 범죄자 NO! 한방을 꿈꾸는 루저들

 

이미지: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케이퍼 무비에서 전문 범죄자는 빠질 수 없는 존재다. 그들은 저마다 특출난 능력으로 퍼즐 조각을 맞추듯 치밀한 범죄를 선보이며 관객을 홀린다. [베이비 드라이버]만 봐도 박사의 지휘 아래 팀원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능수능란한 모습으로 범죄를 실행한다. 그런데 [로건 럭키]는 출발부터 다르다. 전문 범죄자는커녕 제대로 된 범죄를 저질러 본 적도 없는(?) 실패한 인생에 가까운 자들이 범죄를 계획한다.

한탕을 노리는 범죄의 주요 멤버만 봐도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로건 징크스’라는 흑역사가 전통으로 자리 잡은 로건 남매는 범죄와 거리가 먼 인물이다. 다리가 불편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지미, 군 복무 중 한쪽 손을 잃은 바텐더 클라이드, 스피드에 빠진 미용실 직원 막내 멜리까지, 그들은 딱히 내세울 것 없는 인생들이다. 형제의 요청으로 팀에 합류한 폭파 전문가 조 뱅과 그의 동생들 역시 겉모습부터 허술함을 잔뜩 풍기며 화려한(?) 범죄 세계와 멀어 보인다.

 

 

 

아기자기한 소동극 같은 범죄

당연히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범죄는 준비 단계부터 치밀함으로 반짝이지 않는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모를 만큼 느릿하게 흘러간다. 레이싱 경기를 노리는 범죄는 그저 소품처럼 느낄 정도로 한방을 노리는 범죄보다 구성원들의 나사 빠진 모습을 더 많이 비춘다. 시작부터 그랬지만, 작정하고 세련된 범죄를 보여줄 생각이 없음이 점점 더 분명해진다. 오히려 범죄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오합지졸이나 진배없는 인물들의 느릿느릿한 동선은 한바탕 소동극처럼 느껴진다.

 

 

 

기대를 배반하는 화려한 캐스팅

 

이미지: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종종, 입금 전과 입금 후가 다른 할리우드 배우들이 화제가 되곤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애당초 폼생폼사 범죄 영화와 선을 그은 [로건 럭키]는 채닝 테이텀, 다니엘 크레이그, 아담 드라이버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비틀며 신선한 재미를 준다. 근육 미남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눌하고 어리숙한 동네 형 혹은 양아치의 모습으로 스크린을 꽉 채운다. 특히 다른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코믹한 연기를 선보인 다니엘 크레이그와 아담 드라이버는 유쾌한 배반감이 들 정도다. 또한 세바스찬 스탠, 캐서린 워터스톤, 힐러리 스웽크, 세스 맥팔레인이 뜻밖의 지점에서 등장해 깜짝 즐거움을 선사한다.

 

 

 

인간미 넘치는 뜻밖의 반전

 

이미지: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속도감 넘치고 스타일리시한 쾌감 대신 아날로그 감성의 정겨운 정서가 영화 곳곳에서 감지된다. 비주류 인물들이 엮어내는 한탕 범죄는 최첨단 장비도 그 흔한 총 한 자루도 없다. 그들의 무기는 무모하리만치 대책 없는 믿음과 어쩐지 친근해 보이는 인간미다. 그런 까닭에 스릴 넘치는 긴장감을 기대하기에는 느슨하다. [로건 럭키]는 예측 불허의 전개로 긴장감을 조성해야 하는 지점에서 속도감을 확 줄이고 엉뚱한 상황으로 웃음을 터뜨린다. 소더버그 감독은 이후 여러 영화에 영향을 미친 [오션스] 시리즈에서 선보인 재기 발랄한 리듬감을 스스로 배반하며 독특한 범죄극을 창조해낸 셈이다.

 

전형적인 케이퍼 무비에서 벗어난 영화는 끝까지 관객의 기대를 저버린다. 어설픈 범죄가 성공적으로 끝난 이후 전개되는 뜻밖의 상황은 애당초 세부적인 묘사에 집중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한다. 인생 역전의 한탕 범죄를 다룬 영화는 유쾌한 반전을 통해 쉽게 간과되는 소박한 행복을 전한다. 지미와 그의 딸 새디가 부르는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는 불신과 결핍이 만연한 지금의 사회에서 따뜻함과 그리움의 정서를 환기시킨다. 이들의 범죄가 기대했던 것만큼 통쾌하지 않아도, 즐거웠던 까닭은 인간미를 잃지 않은 그들이 진짜 주인공이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