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개봉한 두 편의 영화가 관객들의 손을 땀으로 흥건하게 하고 있다.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사라진 밤]과 새로운 라라 크로프트의 처절한 생존 액션 [툼 레이더]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독특한 스토리와 반전으로 관객들의 ‘완벽 몰입’을 이끌어내고 있는 [사라진 밤]과 ‘앤젤리나 졸리’를 이을 주인공으로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캐스팅되며 제작 단계부터 큰 주목을 받은 [툼 레이더]의 대결구도가 흥미진진하다. 이번 주말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고 있다면, 에그 테일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사진 출처: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에디터 띵양: [툼 레이더]를 보고 나면 몸이 욱신거린다. 라라 크로프트의 기원을 다룬 리부트에서는 원작 게임이나 영화에서 ‘먼치킨’이었던 그녀의 모습은 볼 수 없다. 시종일관 부딪히고 얻어맞고 굴러다니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내가 흠씬 두들겨 맞은 기분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아직은 어수룩한, 그저 운동신경이 좋은 일반인쯤에 불과한 라라가 역경을 이겨내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흡사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한 쾌감을 준다. 물론 원작 게임 시리즈의 퍼즐적인 요소가 부족하고 액션 시퀀스도 예고편이 전부일 정도로 부족하다. 하지만 너무나 강했던 안젤리나 졸리의 라라 크로프트에 익숙해있던 우리에게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선사한 어딘가 엉성하고 신선한 라라의 모습은 그 공백을 어느정도 달래준다. 게임의 명대사 “저 여자가 우릴 다 죽일거야”가 나오길 은근 바랐는데 아쉽다. 속편이 제작된다면 공포에 질린 수많은 적들을 일격에 처리하는 라라의 통쾌한 액션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에디터 겨울달: 리부트 된 [툼 레이더]는 대표 여전사 캐릭터 ‘라라 크로프트’의 탄생부터 시작한다. 아버지의 실종에 얽힌 비밀이나 신비의 섬에서 벌어지는 극한 생존 투쟁까지, 액션 히어로의 기원을 밝히는 영화에서 볼 만한 내용은 다 나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도 러브라인도 없이 오로지 액션으로만 가득해서, 자꾸만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이 계속 생각난다. 차이점이라면 고물 비행기에 매달려 고공 액션을 선보이는 사람도, 무덤 속 함정에 빠지는 위기를 해결하는 것도 결국은 여자인 라라다. 그래서 완벽한 액션 히로인이 된 비칸데르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 다만 이런 멋진 액션을 보여주는 여성이 한 사람뿐인 게 아쉬워서, 속편이 제작된다면 라라의 사이드킥도 여자이길 바라본다.

 

에디터 Jacinta: 생존형 액션 여전사가 탄생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2대 ‘라라 크로프트’를 맡은 [툼 레이더]는 섹시함을 배제하고, 오로지 강인한 체력과 기지로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협에 맞서는 과정을 진땀 나는 액션으로 담아냈다. 새로운 전사의 탄생을 예고하며 포문을 연 영화는 마치 게임 속 레벨을 한 단계씩 돌파하듯, 아버지의 흔적을 추적하는 라라가 점차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다소 빈약해 보이는 스토리에도 고통스러움이 확연히 전해지는 비칸데르의 사실적인 액션 연기는 [툼 레이더]가 그동안 선보인 여성 주연의 액션 영화와의 차별점을 드러낸다. 쉴 새 없이 구르고 뛰며 몸을 사리지 않는 라라의 액션은 현란한 시퀀스의 액션 대신 처절한 사투로 시선을 끄는데, 보면 볼수록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과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가 떠오르기도 한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비칸데르의 연기력을 만난 액션은 그 자체로 충분한 볼거리가 되지 않을까.

 

 

사진 출처: 싸이더스

 

에디터 띵양: [사라진 밤]은 친절하다. 원작 [더 바디]와 전체적인 흐름은 같지만, 그것을 관객들에게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다. [더 바디]는 인물의 감정이나 이야기가 아닌, 순간순간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것에 무게를 실었다. 그래서 보는 내내 긴장감이 유지되지만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라면 [사라진 밤]은 인물과 이야기에 초점을 두면서 개연성을 더했다. 영화가 전개될수록 비었던 퍼즐 조각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스토리에 빈틈을 없애주었다. 그것이 [사라진 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친절해진 대신에 긴장감과 반전의 묘미가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이 아쉬움을 달래준 것은 바로 배우들의 퍼포먼스다. 형사 전문가 김상경 배우의 연기나 김희애 배우의 연기도 무척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 김강우 배우의 연기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극의 중심에서 모든 스포트라이트와 추궁을 받아 무너져내리는 ‘진한’을 김강우보다 잘 살릴 배우가 과연 있을까?

 

에디터 겨울달: 포스터만큼 서늘한 느낌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이야기는 담백하고 감정은 뜨거운 스릴러다. [사라진 밤]은 화려한 반전의 기교보다는 흩어진 퍼즐을 꼼꼼하게 맞춰가는 방식을 택했다. 여러 단서가 계속 등장하면서 진실의 무게에 짓눌린 남자의 감정도 더욱 격해진다. 이 두 가지가 리듬감 있게 교차하며 어느덧 빠르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감정과 상황을 정신없이 쫓아가다 보니 잠깐은 쉬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내를 죽인 범인을 연기한 김강우, 털털한 형사를 연기한 김상경 두 배우는 영화 전체에 힘을 불어넣는다. 이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 티켓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에디터 Jacinta: 밤은 길고, 인간의 욕망은 어리석음을 자초한다. 스페인 영화에서 기본 틀을 빌려온(리메이크) [사라진 밤]은 살해한 아내의 시신이 사라지면서 용의자로 몰린 남편의 긴박감 넘치는 하룻밤 이야기다. 영화는 시간대별로 흘러가면서 용의자로 몰린 남편과 그를 추궁하는 형사, 두 인물의 심리를 바짝 따라간다.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자신만만했던 남편과 때때로 지나칠 정도로 사건에 집착한 형사와의 관계 구축은 하룻밤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긴장감을 놓지 않으며 탄력 있게 흘러간다. 특히 김강우는 제짝을 만난 듯 파멸을 자초하는 인물에 완벽히 동화된 연기를 선보이며, 후에 드러날 반전에 힘을 실어준다. 다소 부족한 개연성과 지나친 감정적 비약에도 반전의 묘미가 느껴질 수 있던 것은 플롯을 더욱 단단하게 느끼게 한 김강우의 연기가 있기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