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한 발짝 더 성큼 다가왔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봄 냄새가 제법 느껴지는 오늘은 바로 3월 14일 화이트데이다. 남자에겐 그동안 감춰왔던 마음을 달콤한 사탕과 함께 전하는 고백의 날이자, 여자에겐 밸런타인데이에 전한 사랑을 확인해볼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그 어느 쪽도 어젯밤 쉽게 잠들지는 못했을 터.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들은 물론, 매일 밤 연애상담을 요청해오는 친구의 연애마저도 쉬워 보이건만 정작 내 연애는 쉽사리 진척을 보이지 못한다. 화이트데이인 오늘, 연애의 시작이 쉽지만은 않은 넷플릭스의 캐릭터들을 통해 긴장되는 마음을 달래보자.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의 노아
나이 불문하고 남자라면 누구나 가슴속 깊은 곳에 아련한 첫사랑이 있기 마련이다. 곡의 제목으로도 쓰였던 바로 그 말처럼 남자의 첫사랑은 정말 무덤까지 가는 것일까? 적어도 [우리 처음 만났을 때]의 주인공 노아만큼은 그럴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짝사랑해왔던 친구 에이버리의 결혼식에 초대받은 노아는 찢어지는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그녀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결국 술을 진탕 마시고 인사불성이 돼 식장을 빠져나온 그는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 함께 갔던 바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신비한 포토부스를 발견하게 되고, 곧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3년 전 그날로 무 한 번 돌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에이버리를 되찾고자 몇 번이고 시간여행을 시도하는 노아. 고백을 앞두고 있다면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노아를 만나는 것을 추천한다.
사랑은 활짝 열린 문, 금사빠 공주의 로맨스 ‘겨울왕국’의 안나
화이트데이에 꼭 남자만 고백하란 법 있을까.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는 둘 중 누가 언니이고 동생인지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확연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매사에 신중하고 현실적인 엘사와 달리 밝고 낙천적인 안나. 그녀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결국, 나이도 성도 모르는 서던 제도의 13번째 왕자 한스와 사랑에 빠져, 만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결혼을 약속한다. 언니인 엘사는 한스가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라고 굳게 믿는 안나에게 처음 만난 남자와는 결혼할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한다. 좋게 보면 사랑이 넘치는 사랑 둥이, 나쁘게 보면 금방 사랑에 빠지는 구제 불능 ‘금사빠’인 것. 그러나 빈틈 가득한 안나만이 내뿜는 사랑스러움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언니 못지않게 용감한 안나가 진정한 사랑을 배워가는 법을 확인해보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은 별난 게 아니다. ‘별나도 괜찮아’의 페이지
[별나도 괜찮아]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10대 소년 샘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성,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이다. 가족들 눈에는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지만 누구보다 자기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한 샘에게 어느 날 이성 친구 페이지가 다가온다. 그러나 연애 경험이 없는 그에게 ‘나눔’이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페이지를 집에 초대했지만, 방 안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던 샘은 결국 그녀를 벽장 안에 가두게 된다. 그 모습을 보고 경악을 한 샘의 아빠를 향해 페이지는 오히려 “프레첼 같은 것 좀 넣어 주시면 안 돼요?”라고 대꾸했다. 페이지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별난’ 샘을 그 자체로 사랑하고 그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한 그녀지만 샘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한다. 페이지의 사랑이 별난 샘에게 과연 닿을 수 있을까?
죽음 앞에서도 변함없는 일편단심 ‘대체불가 당신’의 샘
어린 시절부터 줄곧 함께였던 샘과 애비. 임신인 줄 알고 결혼식 케이크 맛을 고르고 다이어트를 하던 애비는 몸속에 아이가 아닌 큰 종양 여러 개가 자라고 있음을 발견한다. 하루아침에 부모가 될 기대감에서 당장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시한부의 절망감으로 휩싸이게 된다. 애비는 자신이 죽으면 혼자 남을 샘이 걱정되어 그의 새로운 짝을 찾아 주기로 결심한다. 멋진 옷을 사 입히며 헤어스타일을 만져주고, 새로운 모임에 나가게 만들었지만 샘은 요지부동! 오직 애비만 바라볼 뿐이다. 자꾸만 자신을 밀어내는 애비가 서운한 그는 불같이 화를 낸다. 하지만 사랑하는 그녀가 불안하지 않고 행복해한다면 애비가 자기 몰래 가입한 연애 앱의 프로필과 사진 수정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정작 마지막으로 함께 하는 현재의 행복을 놓치고 있었던 애비에게 내 인생의 진정한 사랑이 당신임을 고백하며 프로포즈한다. 진정 어린 고백과 지고지순한 사랑의 형태 모든 것을 [대체불가 당신]에서 찾아보자.
찌질한 사람에게도 쿨한 사람에게도 연애는 어렵다 ‘러브 시즌 3’의 미키
너무 잦은 애정표현으로 바람맞은 남주 ‘거스’가 있고 알콜 중독에 이어 애정 중독에까지 시달리는 여주가 ‘미키’가 있다. 학창시절 같은 반이었다 해도 말 한마디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그들은 각자의 연인과 헤어진 다음 날 편의점에서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대망의 첫 데이트를 한 뒤에도 이렇게 핫한 미키가 자신과 진지하게 만날 리 없다는 생각에 거스는 확신이 없고 반대로 늘 연인의 애정에 만족이 없는 미키는 기대도 없다. 사실, 평범한 사람들 눈에야 순진과 찌질을 넘나드는 거스나 감당하기 어려운 성미의 미키 둘 다 쉽게 곁에 두기는 힘든 민폐 캐릭터에 가깝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남들의 시선 따위 안중에도 없고 어떤 중대사보다도 중요한 게 각자의 연애일 터. 과연 진심을 먼저 터놓는 사람은 둘 중 누구일지 시즌 3로 돌아온 [러브]에서 확인해보자.
(제공: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