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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트맨에서 영화감독으로 전향한 이들의 르네상스”

written by 크리스 리

translated by 띵양

 

이미지: Amazon Studios

 

유머와 풍자, 액션이 버무려진 R등급 코미디 [그링고]를 연출한 내쉬 에저튼은 영화감독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흔치 않은 길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쉬는 애당초 영화감독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던 사람이다. 시드니 토박이였던 그는 스턴트맨으로 영화계에 진출하기 위해 자신의 스턴트 퍼포먼스가 담긴 데모 테이프를 제작하는 것에 열중했다. 동생 조엘 에저튼은 그의 연기를 돕다가 나중에 연기 학교에 입학하면서 배우로 활동하게 된다.

 

“나와 조엘이 각자 스턴트맨과 배우로 활동할 수 있도록 테이프 제작에 전념했다. 데모 테이프를 만들기 위해 영상 촬영, 편집, 음향 등 여러 가지를 배워야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차 발전해나갔다! 완성본을 남에게 보여주자 그는 그것을 ‘굉장한 단편 영화’라고 칭찬했고, 우리는 ‘단편 영화가 뭐지?’라고 되물었다.” – 내쉬 에저튼

 

이미지: UPI 코리아

 

시간이 흐르면서 내쉬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턴트맨으로 거듭났다. 그는 [스타워즈] 프리퀄 삼부작, [매트릭스] 삼부작, 동생의 스턴트 대역으로 참여했던 [제로 다크 서티], [슈퍼맨 리턴즈]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에서 활약했다. 동시에 내쉬는 여러 단편 영화를 연출해 수상의 영예를 맛봤고, 2008년 호주를 배경으로 한 네오-누아르 스릴러 [스퀘어]로 장편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갑질 하는 고융주들(조엘 에저튼, 샤를리즈 테론 분)에게 등 떠밀려 멕시코로 보내진 불행한 주인공(데이빗 오예로워)이 셀프 납치극을 벌이다 갖은 재난을 초래하는 이야기’인 [그링고]의 각본이 자신의 손에 들어왔을 때, 내쉬는 자신의 연출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이 혈기왕성한 코미디를 맡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이제 갓 두 번째 장편 영화를 연출하게 된 전직 스턴트맨은 “스턴트 시퀀스를 짜는 것은 난제를 푸는 것과 같다. 위험천만하거나 관객들의 눈을 속일 수 있는 장면을 탄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반복이 가능하고 안전한 스턴트를 짜는 것은 그보다 더 복잡하다. 마치 마술과 같다. 영화 연출도 마찬가지다. 물론 스케일이 훨씬 커지지만 말이다”라고 말했다.

 

내쉬 에저튼이 갖은 고생을 겪으면서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예로운 자리로 꼽히는 연출가 의자에 앉은 유일한 스턴트맨 출신 감독은 아니다. 활동 중인 영화감독 중 가장 대중적인 액션 영화를 연출하는 채드 스타헬스키와 데이빗 레이치 역시 훌륭한 팝콘무비인 [엑스맨 탄생: 울버린], [300],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닌자 어쌔신] 등의 작품에서 스턴트를 구상하고 격투 시퀀스를 촬영했다. 그러다 둘은 2014년 87Eleven Action Design(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격투 촬영 스튜디오 겸 체육관 겸 제작사)를 공동 설립한 뒤 2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키아누 리브스의 복수 스릴러 [존 윅]을 연출하면서 감독으로 전향했다(데이빗 레이치는 엔딩 크레디트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당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에서 8800만 달러를 거두어들인 [존 윅]은 어느덧 삼부작 시리즈로 성장했으며, 세 번째 작품은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미지: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이후 레이치는 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80년대 첩보 액션 [아토믹 블론드]를 연출했고, [데드풀 2]의 후반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스타헬스키는 프랜차이즈로 성장할 가능성이 다분한 베스트셀러 작가 리차드 카드리의 동명 소설 시리즈 원작 [샌드맨 슬림]의 연출가 자리에 앉았으며, 라이온스게이트에서 리부트 되는 스릴러 [하이랜더]를 연출할 예정이다.

 

“스턴트맨은 제2의 연출가다. 배우들과 스턴트 시퀀스를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턴트 시퀀스는 곧 촬영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촬영감독과도 밀접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액션을 더욱 박진감 넘치게 만드는 팁들을 배우게 된다. 시퀀스를 가까이서 촬영해 속도감을 더한다거나, 일부러 긴 렌즈로 촬영해 속도감을 줄이는 방법이 대표적인 예다” – 데이빗 레이치

 

물론 [더 크로우], [식스티 세컨즈], 장 끌로드 반담의 [하드 타겟] 등의 작품에서 스턴트맨으로 활약했던 릭 로먼 와우를 빼놓고 감독으로 전향한 스턴트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 그는 다소 흔한 스토리를 살짝 비틀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스턴트 배우를 암살하는 킬러의 이야기’를 그린 2001년 스릴러 [인 더 셰도우즈]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전향했다. 릭은 이후 드웨인 존슨 주연 [스니치]와 니콜라 코스터 왈도 주연의 2017년 작품인 [샷 콜러]의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스턴트맨에서 연출자로 전향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감독들이 진두지휘하는 현장을 수백 시간 동안 지켜보며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스턴트맨 릭 로먼 와우가 아닌 ‘인간 릭 로먼 와우’를 좋게 봐주고 지지해준 감독들과 일한 것은 행운이었다. 특히 토니 스콧은 내가 연출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촬영장에서 사람들을 존중하는 방법과 내가 존중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현장의 수장으로서 그들을 올바르게 지도하는 방법이나 확신을 가지고 내 주장을 펼치는 방법들 말이다” – 릭 로먼 와우

 

이미지: Warner Bros., Sony Pictures Classic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관계자들은 이상하리만치 영화계 내에서의 직업 전향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예를 들면 음향 디자이너나 영상 편집자, 조명 담당자, 혹은 촬영감독이 연출가로 전향하는 것에 엄청난 거부반응을 보인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전향한 벤 애플렉, 클린트 이스트 우드나 촬영 감독 출신인 얀 드봉, 장예모, 하스켈 웩슬러는 굉장히 이례적인 케이스다. 그러나 그보다 30여 년 전, 할 니드햄이 스턴트맨에서 감독으로 전향하면서 길을 개척했다. [서부 개척사], [프렌치 커넥션] 등의 작품에서 스턴트맨으로 활약한 그는 버트 레이놀즈 주연 [빅턴]이나 [캐논볼]을 연출하면서 감독으로 탈바꿈했다.

 

감독으로 전향한 스턴트맨들의 공통적인 연출 특징을 꼽자면, 액션을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는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를 사용하는 트렌드와는 정반대다. 내쉬 에저튼은 워쇼스키 형제(당시에는)의 [매트릭스]가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고, 컴퓨터 그래픽 사용을 지양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되어주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미지: 영화사마농

 

“네오가 모피어스를 구출하는 장면이 있다. 네오는 헬리콥터를 타고 빌딩을 향해 총을 쏘고 있고, 모피어스는 에이전트들에게 붙잡혀 있는 장면이다. 건물 안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해서 물바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피어스는 결박을 풀고 빌딩 밖으로 점프를 했고, 네오가 헬리콥터 와이어에 매달린 채 그의 손을 붙잡고 탈출한다. 나는 당시 현장에 있었는데, 그 촬영을 지켜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전부 실제로 촬영된 장면이라는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단순히 장면을 합치려는 용도로만 사용되었다. 완성된 장면은 며칠 동안 여러 장소에서 찍은 결과물이다. 그 방식이 제대로 통했고, 생동감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인간의 눈은 정확하다. 컴퓨터 그래픽이 너무 많이 사용되면, 성형 수술한 얼굴을 본 느낌이 든다. ‘뭔가 부자연스러운데?’라고 느껴진다” – 내쉬 에저튼

 

과거 스턴트계에서 알아주던 내쉬는 연출에 있어서 최대한 클리셰를 피하려 한다. “내가 스턴트를 사랑하는 만큼, 단순히 스턴트를 뽐내기 위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싫어한다. ‘이 장면에서 자동차가 최대한 멀리 날아가야 해!’는 싫다. 스토리와 상황에 맞는 적절한 스턴트가 필요하다”라고 그는 말했다. 내쉬는 현재 호주에서 방영 예정인 미니시리즈 [미스터 인비트윈]의 후반 작업에 한창이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The Stuntman-Turned-Filmmaker Renaiss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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