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다가온다는 것이 느껴지는 이번 주, 두 편의 로맨스 영화가 관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손예진 & 소지섭의 케미가 돋보이는 판타지 로맨스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오연서 & 박해진의 달콤 살벌한 캠퍼스 라이프가 담긴 로맨스릴러 [치즈인더트랩]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일본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치즈인더트랩] 중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승자가 누가 될지 흥미진진하다. 이번 주말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고 있다면, 테일러콘텐츠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에디터 DY: 봄은 특별할 것도 없이 매년 찾아온다. 그럼에도 막상 봄내음을 한껏 들이키면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그런 영화다. 일본 원작과의 차별성도, 그렇다고 특출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의 감성이 약간 더해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원작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보면서 설레고, 웃고, 울고를 반복했던 이유는 배우의 힘이다. 힘을 뺀 소지섭의 일상 연기도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무엇보다도 손예진의 존재감이 영화를 빛나게 했다. 치밀하게 계산되었을 그녀의 손짓, 표정, 말투는 자칫 과잉 신파로 빠질 수 있던 영화를 꽉 붙잡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회심의 한방쯤으로 여겼을 개그 요소는 안타깝게도 몰입을 방해했고, 영화를 늘어지게 한 장본인이었다. 거기다가 ‘그 장면’을 말로 구구절절 설명하다니, 안 그래도 울어서 아픈 머리를 부여잡게 만든 악수다. 하지만 이 아쉬움을 잊게 해줄 정도로 두 배우의 케미와 따스한 영화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선다면 확연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추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왔다는 것을 말이다.

 

에디터 J: 촉촉한 단비가 마음을 아련하게 물들인다. 소지섭, 손예진 두 멜로 장인의 환상적인 호흡과 담백한 연출로 완성된 영화는 모처럼 기분 좋은 아련함으로 극장 문을 나서게 한다. 죽은 아내가 1년 후 돌아온다는 자칫 신파로 손쉽게 빠져들 수 있는 내용을 구구절절 늘어놓으며 감정몰이를 하는 대신 말랑말랑한 화법으로 동화 같은 판타지로 완성했다. 유머가 많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으나 웃음을 유발하는 주체가 우진(소지섭)을 비롯한 평범한 인물이라는 데서 자연스러운 공감을 형성하며 극의 흐름을 저해하는 요소로 다가오지 않는다. 또한 두 배우들의 나이를 잊은 비주얼은 물론 싱그러운 여름의 녹음을 실컷 감상할 수 있어 스토리와 별개의 눈호강마저 누리는 기분이 든다. 너무 잘 가공된 팬시 영화라는 느낌도 들지만, 요즘의 혼란스러운 정세에 비춰 때 묻지 않은 이야기는 정화와 힐링의 여운을 선사한다.

 

에디터 W: 원작이 있기 때문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내용은 몇 번의 검색만으로 다 알 수 있다. 결국 리메이크에서 어떤 요소를 배치하고 이용하는지에 따라 결말을 알고 있는 멜로 영화가 힘을 얻는 것이다.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은 손예진과 소지섭이다. 영화 전체가 뿜어내는 싱그러운 매력의 7할은 두 사람에게서, 특히 ‘멜로 퀸’ 손예진의 표정과 몸짓과 눈빛에서 나온다. 덩굴과 꽃으로 덮인 산골짜기 작은 집은 현실과 한 발짝 동떨어진 그들의 짧은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차별화 요소였을 유머는 고창석의 펭귄 의상 슬랩스틱 말고는 모두 강박처럼 느껴졌고, 두 사람의 회상을 내레이션으로 이끌어간 점은 다소 아쉽다. 하지만 영화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아름다운 이미지와 영화를 보며 느낀 설렘 덕분에 그 단점을 잠깐 동안은 잊게 된다.

 

이미지: 리틀빅픽쳐스

 

에디터 J: 원작 팬덤을 믿고 정체불명의 영화가 나온듯하다. 캠퍼스에서 펼쳐지는 로맨스와 수상한 미스터리를 함께 다루고자 했지만, 도저히 화합할 수 없는 이야기를 억지로 끼워 맞춘 모양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오글거림은 둘째 치고, 에피소드 사이사이의 얼개가 너무나 헐겁다.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나열하며, 인물들의 관계 형성과 감정 변화를 짜집기 하더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봉합으로 마무리한다. 영화가 끝난 뒤, 포스터에 제대로 낚이고 한방 얻어맞은 기분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불쾌감만 유발하는 미스터리를 어설프게 가져와 캠퍼스 로맨스의 낭만마저 무너뜨렸을까. 열일하고자 했던 배우들의 비주얼도 허술한 스토리에 묻혀버렸다.

 

에디터 W: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의 양이 방대한 만큼 영화화하는 방식도 다양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유정과 홍설, 그들의 로맨스를 선택했다. 다른 캐릭터는 두 사람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는데, 그렇다고 유정과 홍설이 매력적이지도 않다. 한때 ‘종이 남자 친구’의 대명사였던 유정 선배인데 이렇게 무색무취할 줄이야. 스릴러로 만들기 위한 사건의 배치는 더욱 무감각하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종류도 다양하고 정도도 심각한데 자꾸만 일어난다. 사건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인데 그 해결책은 결국 사적 폭력에 머무르고, 사건은 두 연인의 결속을 공고히 하는 기능만 수행한다. 영화가 제대로 해놓은 건 캐릭터의 비주얼 싱크로율밖에 없다.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치인트]가 되길 바란 건 헛된 희망이 되었다. 유정 선배는 그냥 책 지면으로만 만나야겠다.

 

에디터 DY: 캐스팅이 전부다. 외모가 열일하는 배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면, 말리지 않겠다. 그러나 제 아무리 ‘완벽한 캐스팅’, ‘만화를 찢고 나온듯한 싱크로’를 위안 삼으려 해도, 이 영화가 가진 구멍들을 전부 메울 수 없다. 연출, 캐릭터 등에서 느껴지는 허술함과 부자연스러움은 시공간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또한 ‘로맨스릴러’랍시고 추가한 모종의 사건들은 그것을 해결하는 인물들을 멋지게 부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결 과정에서 그들이 선택한 방식이 결국은 똑같은 폭력이라는 사실은 카타르시스는커녕 불쾌함만 안겨준다. 거기에 그 사건들이 우리에게 사회적 메시지를 주기 위함인가? 아니다. 단순히 홍설과 유정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주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다. 원작을 본 뒤 드라마에 걸었던 기대와 실망감을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어쩌면 더 많이 느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