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레드써니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마블 영화는 우스개 소리로 올림픽과 월드컵 다음 최고의 글로벌 이벤트로 불리며 전 세계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뿐만 아니라 슈퍼히어로 영화와 관련된 소식은 이제 어떤 장르보다 높은 파괴력을 드러내며 폭발적인 관심과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슈퍼히어로 무비에 대한 이 같은 열광은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발현되었다. 2000년 이전에도 [슈퍼맨], [배트맨] 등 걸작 슈퍼히어로 무비가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문화 현상에 가까운 열기는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걸작으로 평가받는 몇몇 제품을 제외한) 슈퍼히어로 무비는 유치한 스토리와 조악한 완성도로 B급 영화로 취급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슈퍼히어로 무비 역사를 바꿀 작품들이 나오면서, 이제는 각 스튜디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마이너 장르로 인식되었던 슈퍼히어로 무비를 오늘날의 자리에 있게 한 작품으로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2000년 이후 슈퍼히어로 무비 역사를 바꾼 작품들을 살펴본다.

 

 

 

1. 엑스맨(2000)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유주얼 서스펙트]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브라이언 싱어의 다음 프로젝트는 마블 코믹스 원작 [엑스맨] 을 스크린에 선보이는 것이었다. 2000년에 개봉한 [엑스맨]은 한 명의 영웅이 아닌 다양한 히어로 캐릭터를 등장시켰고, 이들의 화려한 능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만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엑스맨’으로 대변되는 마이너리티, 아웃사이더에 대한 진지한 시선과 정치·사회적 메시지도 동시에 담아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정의 찬가’만 외치는 슈퍼히어로 대신 어둡지만 진지하며 두렵지만 성장하는, 관객과 같이 호흡하는 슈퍼히어로가 탄생했다. 이 같은 전개로 [엑스맨]은 향후 슈퍼히어로 무비의 캐릭터 구축과 서사 방향에 큰 전환점을 제시했다.

 

 

 

 

2. 스파이더맨(2002)

 

이미지: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엑스맨]의 성공 이후, 슈퍼히어로 무비의 작업은 계속 이어져갔다. 마블 코믹스 인기 캐릭터 [스파이더맨] 역시 2002년 5월 전 세계에 선보였다. [스파이더맨] 영화화에는 당연히 많은 관심이 몰렸다.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하고 싶었고, 주인공 ‘피터 파커’ 역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름까지 올랐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이블데드]의 샘 레이미 감독과 당시로서는 신인 배우였던 토비 맥과이어였다. 원작의 엄청난 인기에 비해 감독과 주연의 이름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실패작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컸다. 그러나 개봉 첫 주말 동안, 슈퍼히어로 무비로는 물론 북미 박스오피스 역사상 최초의 1억 달러를 돌파하며 흥행 신화를 터뜨렸다. 최종적으로 북미에서만 4억 달러, 전 세계적으로 8억 달러 흥행을 거두며, 2002년 최고 흥행작이 됐다. [스파이더맨]은 슈퍼히어로 무비의 산업적 가능성을 넓혔다. 일부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장르가 아닌 박스오피스를 강타하는 인기 장르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각 스튜디오들의 슈퍼히어로 무비 제작 붐을 일으켰다.

 

 

 

3. 다크나이트(2008)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1997년 [배트맨과 로빈]의 처참한 흥행과 비평을 보고 다들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배트맨의 영화화는 없다.” 하지만 [메멘토]의 천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에 의해 [배트맨] 시리즈는 다시 만들어졌고, 2005년 [배트맨 비긴즈]의 흥행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이후 놀란은 ‘조커’가 등장하는 [배트맨] 시리즈를 준비했다. 거기에 후속 영화에 제목에는 ‘배트맨’이 들어가지 않는다. ‘배트맨’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 ‘배트맨’ 영화라는 도전에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향후 슈퍼히어로 무비는 물론 2000년 이후 할리우드가 만든 최고의 블록버스터로 손꼽히게 된다. 바로 [다크나이트]다.

[다크나이트]는 슈퍼히어로 무비가 가진 대중성을 넘어 예술의 영역까지 도달한 작품이다. 선과 악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히스 레저의 신들린 ‘조커’ 연기, 그리고 슈퍼히어로 버전 [대부]를 보는 듯한 완벽한 연출력이 만났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스파이더맨]이 기록했던 흥행을 뛰어넘으며 당시로는 1997년 [타이타닉] 이후 북미 최초로 5억 달러를 돌파하고, 슈퍼히어로 무비 최초의 전 세계 10억 달러 흥행을 달성했다.

[다크나이트]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변화도 이끌어냈다. 평단의 엄청난 찬사와 다르게 [다크나이트]는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에 오르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에 많은 영화 팬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같은 여파로 보통 4~5 작품에 불과했던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가 다음 해 무려 10 작품 이상 올라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다크나이트]는 슈퍼히어로 무비의 클래스를 한 단계 높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 아이언맨(2008)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올해로 마블 스튜디오는 10년을 맞이한다. 첫 번째 신호탄이 2008년에 공개한 [아이언맨]이다. [아이언맨]은 마약 중독으로 몰락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할리우드의 아이콘으로 부활시켰으며, 향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초석이 된 작품이다. 특히 엔딩 크레딧의 ‘닉 퓨리’의 등장은 재미있는 쿠키 영상을 넘어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신의 한 수가 된다. 흥행 역시 북미에서 3억 1천8백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큰 성공을 거뒀고, 이 작품의 성공으로 마블 스튜디오의 빅 피쳐가 시작됐다.

 

 

 

5. 어벤져스(2012)

 

이미지: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팀으로 합친 영웅들의 파워는 거대했다. 슈퍼히어로 무비 최초의 북미 6억 달러 흥행을 돌파했고, 전 세계적으로 15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거뒀다. 이 기록은 현재 마블, DC 등 슈퍼히어로 무비 중에서도 역대 1위다. 마블을 영화계 최고의 흥행 브랜드로 만들었고, 팀 업 슈퍼히어로 무비의 잠재력을 최상의 결과로 이끌어냈다. 이를 지켜본 라이벌 DC 진영에도 긍정적인 자극제로 다가왔고, 소위 ‘유니버스’라는 세계관 공유 시리즈의 모범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후 슈퍼히어로뿐만 아니라 다른 스튜디오의 프랜차이즈 시리즈에도 ‘유니버스’의 도입을 가속화시켰다.

[어벤져스]는 마블 스튜디오의 다음 작품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아이언맨] 시리즈 외에는 흥행이나 비평으로 큰 인상을 주지 못했던 마블 스튜디오 작품들을 [어벤져스]를 거쳐 보다 관객에게 가깝게 다가가게 했고, 이제는 그들 작품만으로도 엄청난 흥행과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