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Y

 

 

21일 오후,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7년의 밤]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7년의 밤]의 추창민 감독과 류승룡, 장동건, 송새벽, 고경표 네 분의 배우가 함께했다. 배우는 각 최현수, 오영제, 안승환, 최서원 역을 맡았다.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7년의 밤]은 문단의 극찬을 받은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세령마을’이라는 안개 자욱한 신비한 공간 속에서 긴장감 있게 그려내 많은 관객의 호기심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7년의 밤]은 2018년 3월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배우들은 영화를 보고 여운이 가시지 않아 아련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사뭇 진지하게 답했다.

 

 

 

Q1) (류승룡에게) 광기를 분출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연기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가장 힘들었거나 기억나는 장면이 있는지 궁금하다.

 

류승룡:
현수가 오영제란 인물을 마주치기 전까지의 긴장감, 마주쳤을 때의 숨이 멎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용서를 구할 때가 기억에 남는다. 교도소에서 머리를 깎은 현수가 사회에 있으면서도 창살에 있는 것처럼 머리를 깎고 있는 아들과 7년 만에 대면하는 장면도 여운이 남는다.

 

 

 

Q2) (고경표에게) 영화의 주요 사건이 등장하는 장면엔 아역배우가 출연하는데, 인물의 감정선을 이어나가기 어려웠을 것 같다. 그 감정선을 어떻게 만들어 나갔는지 궁금하다.

 

고경표:
아역 배우 한준상과 연결점을 잘 찾아야 된다 생각했다. ‘준상’군을 워낙 믿고 있기도 했고, 영화를 보니 신기하게도 준상군이 표현하는 눈과 내가 표현하는 눈이 닮아있다 느껴져서 신기했다. 준상군에게 고생했고 수고 많았다 얘기해주고 싶다.

 

 

Q3) 원작 소설은 문장과 호흡이 짧아 스릴러성이 강조됐는데 영화에선 드라마성이 더 부각된 것 같다. 작품을 각색하고 연출하면서 원작과 어떤 차별점을 두었는지?

 

추창민:
원작은 스릴러적인 요소가 강하다. 특히 오영제란 인물이 단순한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살인마로 표현되는데, 나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연출을 잘 할 수 없기에 영제를 설득력 있게 만드는 게 주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영제에게 원작과는 또 다른 사연이 필요했고 아마 이 부분이 원작과 가장 다른 차별점이 아닐까 싶다.

 

Q4) [광해]나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같은 감독님의 이전 작품들을 보면 따뜻하고 인간적인 감성을 다룬 것이 많다. 그에 반해 이번엔 인간 내면의 가장 어두운 내면을 파고드는 연출을 보여줬다. 작품세계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데, 연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궁금하다.

 

추창민:
나에게 가장 어려웠던 건 원작이다. 원작이 워낙 뛰어나 사람들의 기대도 매우 컸다. 그 뛰어난 문학성을 엄연히 다른 장르인 영화에 어떻게 녹여 내느냐가 가장 큰 숙제였다. 기존에 찍었던 영화들은 따뜻하고 휴머니즘이 가득했는데, 이번엔 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다.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 이 작품의 기초는 ‘성악설’인데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어봤다. 난 그 악에도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생각하기에 이를 단순히 악으로 풀지 않고 어떤 이유를 들어서 표현하고 싶었다. 그것이 이 작품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Q5) (류승룡, 장동건에게) 배우가 이런 극단적인 감정을 연기하다 보면 후유증이 남아 감정을 씻어내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영화를 촬영하는 긴 기간 동안 어땠는지 궁금하다.

 

류승룡:
한 인간이 인생을 살면서 크나큰 태풍과 같은 사고를 겪었을 때 어떻게 본능적으로 반응할 것인지, 그리고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잃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들의 끝에 대한 추구와 탐구가 있었다. 촬영 내내 그 감정을 유지하고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보통은 작품이 끝나자마자 빨리 빠져나오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데, 이번엔 유독 여운이 많이 남는다. 그래서 차기작을 선택할 때도 [염력], [극한직업] 등 웃으면서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했다.

 

장동건:
배우는 보통 처음 역할을 만났을 때 ‘나라면?’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내겐 딸이 있어 연기하며 그러한 상상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 자신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촬영할 때마다 감정을 만들기 위해 그런 상상을 하면서 용제란 인물의 심리와 조금씩 가까워졌다. 촬영 현장 분위기가 역할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했다. 감독님이 워낙 작품 생각만 하시기 때문에 현장에서 나눈 이야기 대부분이 다음 씬, 찍었던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덕분에 역할에 몰입하는 게 수월한 환경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엔 감정적인 후유증보다도, 영화 찍는 내내 유지했던 M자 탈모 머리를 되돌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Q6) 원작에 흐르던 정서를 어떻게 해석했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극 중 현수와 영제 두 인물의 정서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하다.

 

장동건:
원작 소설과 가장 다른 지점이 오영제란 인물이다. 원작에선 사이코패스라 규정됐고 심리 묘사가 굉장히 구체적으로 서술됐는데, 영화에선 이를 물리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워 배우의 감정과 느낌만으로 설명해야 된다. 영제는 딸을 학대하는 아버지이기에 이 캐릭터의 복수심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긴 어렵다. 딸을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가 됐겠지만 영제의 경우엔 무엇을 위해 복수하려는지 이유가 복합적이고 그 심리나 행동의 동기를 하나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난 오영제의 딸을 향한 마음도 부성애라 생각한다. 그것이 그릇되고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됐지만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딸을 키우려 한 것 같다. 그래서 오영제란 인물이 인간적으로 이해가 되고 스스로도 설득이 되는 캐릭터로 만들고자 많이 노력했다.

 

류승룡:
최현수는 자신의 성장 드라마를 극복하려고 발버둥 친다. 지나고 보면 그 삶이 퍽퍽하고 힘들지만 그 삶의 일상이 주는 고귀함과 행복함이 깨졌을 때 오는 큰 태풍과 같은 휘몰아침, 또는 아버지이기 때문에 이유를 불문하고 아들을 지키려는 부성애의 절절함, 공포, 두려움, 죄의식, 회개 등등의 정서가 복합적으로 있었던 것 같다.

 

Q7) 류승룡 배우와 장동건 배우의 몸싸움 액션 장면이 많았는데 촬영하면서 어땠는지, 크고 작은 부상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류승룡:
촬영 당시엔 부상이 있어도 잘 알지 못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움직여야 될 팔이 안 움직이기도 했는데 촬영하면서는 못 느꼈던 것 같다. 굉장히 추운 날씨에 촬영하기도 했는데 춥다는 것을 못 느끼기도 했다. 그때는 잠시 무감각하게 그 상황에만 집중을 해서 그런지 육체적이거나 환경적인 어려움을 별로 못 느꼈다.

 

장동건:
이 영화의 액션 장면들은 액션 영화의 액션들과는 달리 감정이 담겨 있어야 하고, 액션이라기엔 영제가 일방적으로 밀치는 상황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동작 자체의 난이도가 어렵다기보단 영제란 캐릭터에게 맞는 폭행 방법이 무엇일지가 고민이었다. 현수와 싸우다 벽에 부딪치는 장면을 촬영하다 귀를 다쳤는데 1cm 정도 연골이 찢어졌다. 당시 40바늘을 꿰매기도 했는데 덕분에 영화 전과 후의 귀 모양이 달라졌다.

 

 

 

Q8) (송새벽에게) 잠수부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어떻게 연습했는지, 그 캐릭터만의 차별화된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송새벽:
공교롭게도 촬영 예정이 없었을 때 스킨 스쿠버 자격증을 땄다. 그래서 역할을 받았을 때 인연인가 보다 생각했다. 두 주인공이 동전의 앞면과 뒷면과 같다면 안승환은 그 동전이 세워져 있는 상태인 것 같다. 무언가 조력자가 되는 입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Q9) 원작의 스릴러적인 요소를 걷어내는 대신 아버지의 감정을 부각시켰는데, 모든 아버지의 부성애가 비뚤어져 있다. 관객 입장에선 절대적으로 악한 사람은 없기에 두 주인공을 공평하게 바라보게 되는데, 감독 입장에선 끝까지 치닫는 두 아버지를 보며 관객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좋겠는지 궁금하다.

 

추창민:
원작에서 부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부각시켰다. 특히 ‘피의 대물림’이라 생각하는데 어린 서원한테는 3명의 아버지가 있다. 나를 낳아준 아버지, 내가 외면하고 싶고 나를 힘들게 하는 오영제와 같은 아버지, 그리고 나를 지켜주는 승환과 같은 아버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긍정적인 삶을 살았다면 좋은 아버지의 모습이 강했겠지만 삶이 팍팍하고 ‘좋지 않은 피’를 갖고 태어나는 사람들에겐 외면하고 싶은 아버지의 모습이 더 크게 남는다. 그 속에서 피의 대물림을 끊고 더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는 방법, 어린 서원이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마지막에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 정면 전까진 아버지의 모습이 전반적으로 부정적이게 그려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Q10) (고경표에게) 영화에서 시체를 건지는 등 수중 장면이 많은데, 이를 위한 준비 과정과 기억에 남는 순간이 궁금하다.

 

고경표:
수중 장면 촬영을 위해 스쿠버 다이빙을 (자격증까지 따진 않았지만) 강습을 받았다. 촬영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서원이가 웃는 엔딩 부분을 촬영할 때인데, 마치 콘크리트에 핀 민들레 같은 서원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관객분들도 그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Q11) 안개가 자욱한 댐의 모습, 굿하고 있는데 새들이 날아가는 모습 등 분위기를 형성하는 소재들이 인물 못지않게 영화의 밀도를 높인 것 같다. 이런 장치들 중 관객이 집중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추창민:
원작을 보면 작품에서 극의 공간은 주인공 못지않게 중요한 또 다른 캐릭터와 같다. 그 공간을 실망스럽지 않게 표현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꽤 오랜 기간 공간을 찾고자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적합한 시간에 촬영을 하려고 애썼다. 실제로 극에 보이는 안개나 공간 대부분은 CG가 아닌 현실이다. 일부 첨가된 것도 있겠지만 현실감 있게 찍기 위해 시간에 맞춰 촬영하도록 공을 많이 들였다. 관객들도 보면서 ‘이게 CG가 아니라 현실이구나.’ 하고 보면 재밌지 않을까.

 

Q12) 고경표 배우와 아역 배우의 눈빛 연기가 강렬하다. 눈빛 연기를 할 때 내면적으로 어떤 점을 주의했는지, 감독과 어떤 측면에서 이야기를 나눴을지 궁금하다.

 

고경표: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대본으로 읽을 때보다도 영화로 마주할 때 더 크게 와닿았다. 서원을 연기하면서 유약하면서도 피폐한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말수 없이 나를 고립시키려고 했다. 준상군과 나의 눈빛이 잘 연결된 게 신기하다. 감독님께 감사하다. 이렇게 영화의 여운이 오래가는 것도 처음이다.

 

추창민:
촬영 때도 준상과 경표씨가 굉장히 닮았단 얘기를 많이 들었다. 염두에 두고 캐스팅 한 건 아니지만 찍고 나니 둘이 참 닮았단 생각이 들었다.

 

 

 

추창민 감독과 배우들은 영화가 관객에게 무언가 화두를 던지고 신선한 자극이 되길 바란다는 바람과 함께 간담회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