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옥돌

 

 

3포, 4포를 넘어 N포 세대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청년에게 세상은 늘 호락하지 않다. 여성에겐 더욱 만만치 않아 보인다. 여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맞서거나 세상을 견뎌내는 영화 속 인물들이 있다.

 

 

 

1.소공녀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한국영화에 그동안 없던 캐릭터가 등장했다.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는 주인공 미소(이솜)다. 미소는 3년 경력의 가사도우미로 일한다. 미소는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 친구(안재홍)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새해가 되자, 집세도 오르고 담배와 위스키 가격마저 오른다. 일당은 그대로다. 미소는 자신의 기호품이 비싸져 집을 포기한다. 집이 없지만,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꾸려가는 현대판 ‘소공녀’의 이야기를 영화로 담아낸다.

연출을 맡은 전고은 감독은 연출 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담배를 사랑하고 있거나 한때 담배를 사랑했던 사람들, 월세가 없어도 술을 마시는 사람들,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춥고 지독한 서울에서 만난 게 그래도 반갑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족구왕], [범죄의 여왕] 등을 만든 광화문시네마의 4번째 장편영화이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상,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2.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이미지: 오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잉여로움으로 세상과 맞서는 캐릭터가 여기 있다.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의 주인공 사카이 다마코는 고향에서 그냥 노는 걸로 세상에 맞서는 대졸자다.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녀는 대학 졸업 후 고향에 돌아와 아버지 집에 머무른다. 다마코가 하는 일은 먹기, 자기, 만화 보기. 구직 활동은 하지 않는다. 다마코는 집순이 생활이 좋다. 새싹이 돋고 꽃피는 봄이 되자 다마코도 약간의 취업 의지가 생긴 듯 면접용 옷을 사고 머리도 한다.

[린다 린다 린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을 연출한 야마시타 노부히로가 감독을 맡았고, 감독과 대학 동창이자, [린다 린다 린다], [심야식당] 등을 다양한 영화를 함께 작업해 온 각본가 무카이 코스케와 시나리오 작업에 합류했다. 일본의 아이돌 AKB49의 가장 인기 많은 멤버로 손꼽히는 마에다 아츠코가 주인공 다마코 역을 맡아 제대로 망가진다.

 

 

 

 

3. 백만엔걸 스즈코

 

이미지: 스폰지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묵묵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독립을 꿈꾸던 스즈코는 룸메이트 타케시와 다툼 끝에 결국 전과자가 된다. 출소 후, 스즈코는 자신이 전과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곳에서 백만 엔을 모으면 또 다른 곳으로 떠나리라 결심한다. 바닷가 마을 작은 식당 종업원을 시작으로 스즈코는 백만 엔이 모이면 계획대로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

언제나 매력적인 아오이 유우가 단독 주연을 맡아 열연하며, 상처받길 두려워하는 스즈코의 내면을 섬세히 그려낸다. 여성 감독 타나다 유키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스즈코와 사랑에 빠지는 연인 역할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모리야마 미라이가 맡았다. 산과 바다, 소도시 곳곳을 다니며 촬영한 영화는 일본의 소박하고 다양한 풍경을 보여준다. 세상살이가 맘대로 되지 않아 힘들거나 지칠 때, [백만엔걸 스즈코]를 통해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 불량공주 모모코

 

이미지: CJ엔터테인먼트

 

여기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캐릭터가 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다니는 모모코는 동네에서 별나도 한참 별난 소녀다. 18세기 프랑스 공주이길 꿈꾸며, 로코코풍 드레스를 일상복으로 입고 다니는 모모코에게 중요한 건 드레스뿐이다. 드레스만 입을 수 있다면 친구도, 애인도, 가족도 중요하지 않다. 모모코는 유럽 귀족들이 입을 법한 드레스를 입고서 자신만의 행복을 느낀다.

모모코는 드레스를 사기 위해 아버지가 팔다 남은 짝퉁 베르사체를 인터넷으로 팔기로 하고, 물건을 사러 온 폭주족 이치코를 만난다. 그리고 모모코와 이치코의 이상한 우정이 시작된다. 드레스에 목숨 거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불량공주 모모코]는 현실적인 영화다. 모모코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끈기 있게 나아갈 줄 안다. 일본의 권위 있는 영화 잡지 [키네마 준보]가 선정한 2004년 일본 영화 베스트 10에 선정되면서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았고, 당시 일본의 아이돌 스타 후카다 쿄코가 모모코 역을 맡았다.

 

 

 

5. 백엔의 사랑

 

이미지: 씨네룩수

 

서른두 살 이치코(안도 사쿠라)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백수 상태다. 이치코는 부모님 집에 얹혀살며 연애도 못하고 있다. 동생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어느 날, 이치코는 동생과 가족들 앞에서 머리채를 잡고 대판 싸우고, 홧김에 독립을 선언한다. 그리고 백엔샵에서 심야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최저시급에 점장은 우울증에 걸렸고 동료는 변태 이혼남이다. 이치코는 홀로서기 위해 고단한 나날을 보내던 중, 권투를 시작하고 링에 오른다.

[백엔의 사랑]의 이치코 역을 맡은 배우 안도 사쿠라는 배역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했다. 게으른 32살의 백수 ‘이치코’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촬영 전에 최대한 체중을 늘렸고, 촬영 후반에는 식사 조절과 혹독한 운동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여 복서처럼 단련된 몸을 만들었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단 2주 만에 촬영을 끝냈다고 한다. 배우의 노력에 힘입어 [백 엔의 사랑]은 제16회 일본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비롯한 많은 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