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omato92

 

영화가 엄청난 흥행 성적을 거둔 후, 속편이 나오는 것은 할리우드에서 꽤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속편행이 확정되면 보통 주연급 배우들과 새로 계약을 하는데, 이 절차에서 배우 개인 사정이나 제작사의 요구로 주인공이 교체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속편에 새로 투입된 배우들은 캐릭터에 활기를 불어넣어 칭찬을 받는가 하면, 전작에 출연한 배우들이 구축한 캐릭터에 휩쓸려 개성을 잃고 비판에 시달리기도 한다. 후자에 속하는 배우들을 소개한다.

 

 

 

 

1. 알라딘 ‘지니’ : 로빈 윌리엄스 → 댄 카스텔라네타

 

이미지: CBS, Metro-Goldwyn-Mayer

 

[알라딘]은 의심의 여지없이 디즈니가 만든 가장 재밌는 영화 중 하나일 것이다. 영화가 성공하게 된 8할은 극중 ‘지니’ 역을 맡은 로빈 윌리엄스의 맛깔난 연기다. 지니의 대사 중 다수는 윌리엄스가 녹음에 임하며 즉흥적으로 생각해낸 거였다. 이와 같이 위험한 모험 이후 탄생한 그의 캐릭터는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 마디로 말해, 알라딘 속편이 나오면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배우는 애초에 없었다. 원작의 성공 2년 후 나온 [알라딘 2 : 돌아온 자파]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디즈니와의 계약 문제로 작품에서 하차했고, 이 자리는 당시 성우로 활약했던 댄 카스텔라네타에게 돌아갔다. 카스텔라네타는 전작의 지니 목소리는 어떻게 흉내 낼 수 있었지만, 개그와 연기 스타일은 윌리엄스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디즈니는 목소리 변화를 눈치챈 학부모들의 항의 편지에 시달려야 했다.

 

 

 

2. 한니발 ‘클라리스 스탈링’ : 조디 포스터 → 줄리안 무어

 

이미지: Orion Pictures, Metro-Goldwyn-Mayer

 

리들리 스콧 감독이 [양들의 침묵]의 속편 [한니발]을 찍기로 계약서에 사인했을 때, 그는 기존의 클라리스 스탈링을 교체하기로 했다. 안소니 홉킨스는 한니발 렉터 역 계약에 약 1,100만 달러로 협상을 마쳤으나 조디 포스터는 다른 영화 촬영으로 결국 작품에 참여하지 못했다. 스탈링 역에 케이트 블란쳇이나 안젤리나 졸리 등의 스타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고, 최종적으로 줄리안 무어에게 돌아갔다. 영화 개봉 후 무어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조디 포스터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쥐여준 연기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서스펜스로 가득했던 렉터 박사와의 다이내믹한 관계를 쌓는 것 역시 실패했다는 평을 받았다.

 

 

 

3. 미이라 ‘에블린 오코넬’ : 레이첼 와이즈 → 마리아 벨로

 

이미지: Universal Pictures

 

 

 

 

4. 007 시리즈 ‘제임스 본드’ : 숀 코네리 → 조지 라젠비

 

이미지: United Artists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007] 제임스 본드를 만들어낸 숀 코네리 후발주자로 조지 라젠비를 택한 것은 아마 큰 실수였을 것이다. 호주 출신으로 패션모델계에서 촉망받던 유망주 라젠비는 본드 연기 이전 배우 경력이 거의 전무했다. 또한 애초에 라젠비의 본드가 잘 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제작진이 독자적인 본드를 만들기보다는 코너리의 본드를 따라 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배우 경력은 없지만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촬영에 임했으나 사소한 갈등이 점점 커져 작품 후반부쯤에는 제작진과 완전히 갈라섰다. 본드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기본 2편 이상의 007 시리즈 주인공을 맡은 반면, 라젠비는 제작진과의 불화로 한 편만에 시리즈에서 잘렸다. 2014년에 실시된 역대 본드 시리즈 인기투표에서 라젠비는 전체 표 중 오직 1%의 점유율을 보였다. 반면에 숀 코네리의 점유율은 무려 51%로 압도적인 1위를 달성했다.

 

 

 

5.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 린다 해밀턴 → 에밀리아 클라크

 

이미지: TriStar Pictures, Paramount Pictures

 

린다 해밀턴은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에서 그 어떤 배우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역량을 뽐내며 강렬한 여전사 캐릭터를 구축했다. 2편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왕좌의 게임] 레나 헤디가 TV 시리즈에서 사라 코너 역을 맡았으나 비용 문제로 캔슬됐고, 헤디와 같은 쇼에 출연 중인 에밀리아 클라크가 리부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전작 설정에 대한 친절한 해설, 시각 효과를 살린 연출, 나이가 무색한 슈워제네거의 액션 등 볼거리는 다양했으나 사라 코너를 연기한 클라크는 린다 해밀턴과 여러모로 비교당하며 빈축을 샀다. 이후 클라크는 터미네이터 속편에 출연할 의사가 없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현재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작자, 슈워제네거와 해밀턴이 주인공을 맡은 [터미네이터 6] 제작이 확정됐고, 내년 7월 개봉 예정이다.

 

 

 

 

6. 썸 오브 올 피어스 ‘잭 라이언’ : 해리슨 포드 → 벤 에플렉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톰 클랜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잭 라이언’ 시리즈는 여태까지 총 다섯 편이 나왔고, 올해 TV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다. 1990년 [붉은 10월]에서 알렉 볼드윈이 최초로 잭 라이언 역을 맡은 이후 해리슨 포드가 관련 영화에 두 편 출연했다. 해리슨 포드가 주연을 맡아 1994년 개봉한 [긴급 명령]은 ‘잭 라이언’ 시리즈 중 가장 성공한 시리즈로 회자된다. 벤 에플렉은 볼드윈과 포드의 바통을 이어받아 2002년 3편 [썸 오브 올 피어스]에 출연한다. 훌륭한 전작의 속편에 출연하는 많은 배우가 으레 그렇듯 에플렉 역시 해리슨 포드와 비교를 당하며 많은 비평가들의 뭇매를 맞았다. 롤링스톤즈의 한 비평가는 ‘포드는 비교적 손쉽게 이 역할을 그려냈지만, 에플렉은 캐릭터의 기본적인 개요를 그리는 것조차 실패해 허둥지둥하는 꼴을 면치 못했다’라고 평했다.

 

 

 

 

7. 캣우먼 : 미셸 파이퍼 → 할리 베리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가죽옷을 입은 DC의 인기 히로인 ‘캣우먼’은 수년 동안 다양한 배트맨 영화에 출연해왔다. 그중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리턴즈]에서 얌전함과 섹시함의 이중적인 면모를 탁월하게 소화하며 실제 고양이를 방불케 한 미셸 파이퍼의 연기는 단연 발군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캣우먼’ 단독 영화는 원래 파이퍼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몇 년에 걸쳐 제작이 지연되자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그녀는 결국 영화를 포기했다. 이후 니콜 키드먼, 애슐리 쥬드 등을 걸쳐 할리 베리가 ‘캣우먼’ 역에 확정됐다. 애슐리 쥬드는 이 영화를 거절한 것이 후회된다고 밝힌 적이 있지만, 영화 개봉 후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지 모른다. 경악스러울 정도로 과하고 조잡한 연출과 액션, 연기의 3박자로 당시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을 휩쓸었고, 박스오피스에서도 제작비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며 쓸쓸히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