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어른이 된다고 해서 모두 철들지 않는다. 때때로 더 쉽게 오해하고 흔들리며 방황하는 모습으로 실망감을 안긴다. 어른들은 또 그들만의 세상에서 성장통을 겪으며 나아가는 중이다. 어떻게 보면 아직 철이 덜 든 것 같은 어른들의 미묘한 속사정을 재기 발랄한 유머로 담아낸 영화를 모아봤다.

 

 

 

바람 바람 바람

 

이미지: (주)NEW

 

 

[스물]에서 깨알 같은 말맛을 선보인 이병헌 감독이 이번엔 철없는 어른들의 로맨스로 돌아왔다. 이성민, 신하균, 송지효, 이엘 네 배우가 종잡을 수 없는 로맨스의 주인공이다.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각색해 각자의 사정으로 바람에 사로잡힌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맛깔난 대사로 담아낸 영화다.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 붙잡지 않는 바람둥이 석근, 일도 결혼 생활도 답답한 바른생활맨 봉수, 두 매제 사이에 끼어든 신비롭고 솔직한 매력의 제니 그리고 석근의 동생이면서 남편보다 SNS에 열중인 미영, 이들 네 사람의 아슬아슬한 일상이 유쾌한 농담처럼 펼쳐진다. 영화는 일상에서 놓치고 마는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을 전하는 어른들을 위한 한 편의 동화 같다.

 

 

 

매기스 플랜

 

이미지: 오드

 

[매기스 플랜]은 여성의 심리를 꿰뚫는 연출로 호평받은 레베카 밀러 감독과 낙천적인 열정으로 뉴욕을 낭만적인 공간으로 탄생시킨 그레타 거윅이 만난 영화다. 여성의 삶과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해 할리우드에서 독특한 입지를 점한 두 사람은 예측 불가능하고 복잡한 현대인의 삶을 한바탕 소동극처럼 유쾌하게 펼쳐 보인다. 거기에 줄리안 무어와 에단 호크가 가세해 지적인 매력과 세련된 유머에 힘을 실어준다.

결혼보다 아이를 원하는 뉴요커 매기는 우연히 만난 존과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한다. 그토록 원하던 아이까지 얻었으나 결혼생활은 자신이 생각했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린아이 같은 남편은 모든 것을 무책임하게 떠넘기고, 일상에 찌들어가던 매기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매기스 플랜]은 결혼을 안정된 삶의 기준으로 보는 일반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이 완성해가는 삶의 과정으로 담아낸다.

 

 

 

바람 피기 좋은 날

 

이미지: 시네마서비스

 

 

이번에는 불륜에 빠진 유부녀들의 이야기다. 전작 [타짜]에서 과감한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혜수가 남편의 부정에 분노해 맞바람으로 응수하는 유부녀 이슬을 연기한다. 그 시절 풋풋한 매력이 절정을 찍었던 이민기가 능수능란한 이슬이 바람난 상대로, 윤진서와 이종혁이 그들과 극과 극 분위기의 불륜 커플로 출연한다. 시종일관 경쾌한 리듬을 잃지 않으며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보다 일탈에 나선 두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남편의 오랜 외도를 알아차린 이슬, 무심한 남편과 외로운 결혼생활에 지친 작은 새, 두 사람은 온라인에서 각각 연하남 대학생과 능숙한 바람둥이를 만난다. 극과 극 커플의 은밀한 만남은 뜻밖의 사정으로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남편에게 들켰다고 해서 그녀들의 일탈이 끝난 걸까. 영화는 관습적인 해법으로 일탈의 여정을 마무리하지 않는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

 

이미지: 시네마서비스

 

각기 다른 매력의 세 자매와 거부할 수 없는 매력남의 아찔한 사각 관계를 다룬 영화다. [게임의 법칙]과 [본 투 킬]의 장현수 감독이 섹시 코미디에 도전해 인간 내면의 은밀한 욕망을 독특한 구성으로 담아냈다. 당시 한류스타로 떠오른 이병헌과 최지우, 신예 김효진, 추상미가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파격 연기에 도전했다. 청불 영화라고 하지만 수위가 센 편은 아니다.

자유연애주의자 미영은 착한 남자보다 치명적인 매력의 완벽남 수현에게 반한다. 순진한 학구파 대학원생 선영은 수현이 동생의 애인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든다. 권태로운 결혼생활에 지친 첫째 진영도 수현에게 묘한 끌림을 느낀다. 세 자매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한 남자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될까. 복잡 미묘한 욕망의 세계란.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갑작스럽게 인생의 위기를 맞은 중년 남성이 우연히 매력적인 카사노바에게 비법을 전수받으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진중하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은 웃음으로 담아낸 영화다. 한 가족을 두고 얽힌 복잡 미묘한 관계를 허를 찌르는 연출과 위트 있는 대사 그리고 스티븐 카렐, 줄리안 무어,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 등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 호흡이 만나 흥미롭게 펼쳐진다.

느닷없는 이혼 선언에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린 칼은 패배자처럼 보내 던 어느 날 매력적인 카사노바 제이콥을 만나 이제껏 몰라왔던 신세계를 경험한다. 회사 동료와 바람을 피운 에밀리는 남편과 이혼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그리움이 남아있다. 낯선 여자들과 공허한 만남을 지속하던 제이콥은 해 나를 만난 이후 인생의 또 다른 면을 깨닫는다. 열세 살 로비는 대학 진학을 앞둔 베이비시터 제시카를 짝사랑하고, 제시카는 연상의 남자를 남몰래 흠모하고 있다. 얽히고설킨 그들의 이야기는 사연은 달라도 성장과 변화를 위해 내딛는 중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이미지: (주)NEW

 

변함없이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어렵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 무참하게 깨진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싶어 하는 소심한 남자의 이야기다. 아르헨티나 영화 [내 아내의 남자친구]를 원작으로, 섬세한 연출로 자신만의 색을 구축해온 민규동 감독이 연출을 맡아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개성의 로맨스를 완성했다. 이선균과 임수정이 위기의 부부로 호흡을 맞춰 절망에 빠진 남편과 매사에 신경질을 쏟아내는 아내를 연기한다. 그리고 류승룡이 마성의 매력을 온몸으로 쏟아내는 카사노바로 분해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결혼 후 매사에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아내가 무서워진 남편, 두현은 결혼 전 모든 게 완벽했던 아내 정인이 무엇 때문에 변했는지 궁금해하기보다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싶은 생각뿐이다. 우연한 기회에 눈으로 봐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카사노바 성기를 만나 인생을 바꿀 절호의 기회를 잡는다. 아내를 유혹해달라는 남자와 그 부탁을 들어준 남자, 그 사이에서 점차 달라지는 여자, 세 사람의 위태로운 변화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본 사랑의 이면을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