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UPI 코리아, (주)NEW

 

맑아진 하늘만큼이나 관객의 기분을 설레게 할 두 편의 영화가 이번 주 개봉했다. 그레타 거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연출 데뷔작 [레이디 버드]와 [스물]로 관객들에게 발칙한 20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병헌 감독의 [바람 바람 바람]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춘기 소녀의 일상을 완벽하게 표현해 현지 평단과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았던 [레이디 버드]와 진짜 ‘어른’들을 위한 코미디로 찾아온 [바람 바람 바람] 중 주말 박스오피스의 승자가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이번 주말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 중이라면, 테일러콘텐츠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이미지: UPI 코리아

 

에디터 J: 그레타 거윅의 뉴요커가 무모해도 흔들리지 않는 청춘을 대변했다면, ‘레이디 버드’는 도시의 삶을 택한 청춘의 빈곤한 마음을 위로한다. 그 시절 복잡 미묘한 감정을 꺼내 든 향수 어린 자기 고백은 달콤 씁쓸한 감정과 기억을 소환하며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새크라멘토라는 거대한 새장에서 벗어나려는 달콤한 열망에 사로잡힌 ‘레이디 버드’의 요동치는 일상은 지금의 거윅을 있게 한 토대이자 영화에 공감하는 모든 이들의 오늘을 있게 한 그 시절의 이야기다. 한 사람의 경험이 모두가 아는 감정으로 전이되는 경험은 녹록지 않은 일상에 작은 위안과 위로가 된다. 사소한 이야기만으로도 감정을 들끓게 하는 거윅의 탁월한 솜씨는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다.

 

에디터 W: 인생 영화를 만났다. 재미있는 영화나 감동한 작품은 많았지만, [레이디 버드]만큼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는 지금까지 없었다. 특별한 인생을 꿈꾸는 레이디 버드의 평범한 일상, 살면서 한 번쯤 만났을 법한 현실적인 캐릭터,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때는 정말 크게 느낀 사건까지, 살면서 어딘가에서 보거나 경험했을 순간이 영화에 담겨 있다. 이 영화의 더욱 특별한 점은 레이디 버드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본다는 것이다. 레이디 버드의 1년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변하지 않는 건 소녀의 어떤 모습도 사랑할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이었다. 그것을 보며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최선의 모습은 아니지만 언제나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 확신이 기억과 함께 묻어둔 상처를 아프지 않게 마주할 용기를 준다. 지금까지 제대로 살아온 걸까 자신할 수 없다면,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 것이란 응원이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 이 영화를 보자.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 위로를 선물할 것이다.

 

에디터 DY: [레이디 버드]는 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모두의 이야기다. 그레타 거윅이 10대의 나를 몰래 쫓아다니면서 훔쳐본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삶이 지루해서 일탈을 꿈꾸고,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이 멋져 보이는 ‘중2병’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모두에게 찾아오나 보다. 그러나 [레이디 버드] 속 인물들이 겪는 중2병이 오버스럽지 않고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리 모두가 겪은 일이기에, 크리스틴이 부딪히고, 흔들리다가 결국 성장하는 모습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면서 응원하게 된다. 그러면서 괜스레 스스로의 삶을 돌아본다. “그땐 그랬지”하면서 말이다. 에디터는 이 영화가 앞으로 이 시기를 겪게 될, 지금 겪고 있는, 혹은 이미 겪은 모든 레이디 버드들이 봐야만 하는 작품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영화에서 인생의 해답을 찾지는 못하더라도, “너도 이런 일을 겪었구나”하면서 느낄 수 있는 자그마한 공감과 위로,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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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J: 능청스러운 연기와 감칠맛 나는 대사가 만난 유쾌한 영화다. 바람에 사로잡힌 어른들의 아슬아슬한 일상을 이토록 귀엽게 담아낼 줄이야. 첫 번째 이유는 귀에 착착 감기는 찰진 대사다. 분명 웃기려고 작정한 게 아닌데 무심한 듯 툭툭 내뱉는 대사는 경쾌한 리듬감을 입고 감정의 희로애락을 자유자재로 넘나 든다. ‘모두 다 함께’ 막장 관계에 빠진 철없는 어른들을 밉지 않게 연기한 배우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적재적소에서 깨알 같은 말맛으로 치고 들어오며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영화의 균형을 맞춘다. 한마디로 100분 동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팝콘 무비다. 영화를 보면서 애써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 없이 농담처럼 흘러가는 상황을 즐기면 그만이다.

 

에디터 W: 봄 제주를 배경으로 불륜 남녀들의 삶을 그린 막장 블랙 코미디. 예상과 달리 불륜을 미화하거나 장려하는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평온한 삶을 포기하고 불륜을 선택해서 몸고생 마음고생하는 딱한 인생들을 그린다. 짧은 시간 동안 애정을 담뿍 줄 만한 캐릭터가 없으니 오히려 한 발짝 떨어져서 맘껏 웃으며 볼 수 있다. [바람 바람 바람]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각본, 특히 대사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찰진 대사는 배우들의 리드미컬한 전달력 덕분에 더 재미있게 들린다. 이성민과 신하균의 호흡 척척 콤비플레이는 영화의 웃음을 견인하고, 송지효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이엘의 섹시한 캐릭터 표현이 영화에 매력을 더한다. 빵 터지는 폭소보다 키득키득 웃음을 기대하고 가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Y: 참신한 소재와 흥미로운 연출의 성인용 코미디 영화다. ‘불륜’이란 소재로 얽히고설키는 네 남녀의 이야기를 ‘만화’ 같은 연출로 전달한다. 중간에 계속 삽입되는 재즈풍의 음악과 장면 전환마다 나오는 캐릭터들의 슬랩스틱 연기가 웃음 포인트다. 스토리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 서사를 따르며 예상대로 뻔하게 움직이진 않는다. 가벼움과 진지함, 어이없이 웃긴 상황과 슬픈 상황들을 오가며 서사를 뒤죽박죽 뒤집는 것이 묘미다. 다만 캐릭터들의 설정에 있어 클리셰가 많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쉽다. 바람둥이와 샌님 남편, 권태로운 아내와 남성 판타지의 극치인 불륜 상대 여자. 전형성으로 뭉친 주인공들이란 점이 아쉽지만,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이 워낙 능청스럽게 잘 소화해서 감안할 수는 있다. 전반적으로 가볍게 즐기기에 괜찮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