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림: 업라이징>의 예거들이 지구방위에는 성공했을지언정 북미 박스오피스 왕좌 수성에는 실패했다. 제 아무리 초대형 로봇인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감독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을까? 스티븐 스필버그의 향수와 덕심이 한껏 느껴지는 <레디 플레이어 원>이 4월 1주차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4170만 달러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이 거둔 첫 주말 성적은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가 기록한 1억 달러 이후 스필버그가 기록한 가장 높은 성적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기록이다. ‘여장 전문 배우’이자 감독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타일러 페리의 신작 스릴러 <애크리머니>는 평단의 모진 혹평에도 불구하고 1700만 달러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2위로 박스오피스 신고식을 치렀다.

 

두 편의 신작이 유입되면서 <블랙 팬서>를 포함해 박스오피스를 지키던 여덟 편의 작품들은 대체로 무난하게 순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한 작품을 제외하고 말이다. 5주 간 왕좌를 지켰던 <블랙 팬서>를 누르고 지난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퍼시픽 림: 업라이징>은 롤러코스터마냥 아찔한 하락세를 겪으며 순위가 무려 네 계단이나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개봉 2주차만에 주말 성적 역시 66% 이상 감소해 사실상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물론 해외에서는 선전하고 있어 흥행에는 문제가 없을 예정이지만, 홈그라운드에서 힘을 잃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가오는 주말, <피치 퍼펙트> 시리즈 각본가 케이 캐논의 R 등급 코미디 <블로커스>와 코미디 시리즈 <오피스>의 ‘짐 핼퍼트’로 유명한 존 크래신스키가 연출가와 배우로 참여한 호러 신작 <콰이어트 플레이스>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특히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100%를 유지하고 있어, 북미 지역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4월 12일 개봉 예정이니 이 영화가 궁금하다면 일주일만 참아보자. [4월 1주차 상위권/전체 박스오피스 성적: $120,682,708/136,030,311]

 

“2018년 4월 1주차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 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 ( New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75% / 관객 80%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64
상영관 수: 4,234
주말 수익: $41,764,050
북미 누적 수익: $53,710,325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181,210,325
제작비: $175,000,000
상영기간: 1주 (4일)

 

스티븐 스필버그가 오랜만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활짝 웃었다. 그의 상상력과 어네스트 클라인의 원작이 더해진 <레디 플레이어 원>이 4월 첫 주말 박스오피스 전쟁의 승자가 되었다. 주말 사흘간 4170만 달러, 개봉 당일 목요일 성적까지 합치면 총 5370만 달러의 북미 누적 수익을 거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국내를 포함한 해외 50개국 이상에서 개봉하면서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1억 8000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스필버그는 2008년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이후 일곱 작품의 메가폰을 쥐었는데, <링컨>을 비롯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평단의 호평과는 달리 초반 박스오피스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비록 첫 주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이 평단과 관객들을 모두 만족시키고 성적까지 출중하니, 스필버그 입장에선 기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을 이야기하면서 극중 등장하는 대중문화 레퍼런스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오버워치 트레이서부터 건담, 그리고 <빽 투 더 퓨처>에 이르기까지 어림잡아도 백 개가 넘는 레퍼런스가 등장하는데, 이들을 전부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제작비의 절반 이상이 저작권료에 사용되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예전부터 할리우드의 소문난 ‘덕후’였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젊은 세대에게는 놀라움을, 중장년 세대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선물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물론 본인의 팬심도 만족시키면서 말이다.

 

모든 사람이 <레디 플레이어 원>을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아는 만큼 재미있어지는 이 영화의 특성상,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콘들과 친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 그저 그런 SF 영화로 남을 수도 있다. 스토리와 캐릭터 역시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도 종종 눈에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디 플레이어 원>은 스티븐 스필버그만이 창조할 수 있는 ‘덕후’를 위한 유일무이한 작품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전까지 북미 박스오피스를 휘어잡을지 궁금해진다.

 

 

2. 애크리머니 (Tyler Perry’s Acrimony) ( New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25% / 관객 51%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33
상영관 수: 2,006
주말 수익: $17,170,707
북미 누적 수익: $17,170,707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17,170,707
제작비: $20,000,000
상영기간: 1주 (3일)

 

타일러 페리의 스릴러 신작 <애크리머니>가 주말 간 17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2위로 박스오피스에 데뷔했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여성의 분노와 복수를 담은 <애크리머니>는 타라지 P. 헨슨의 올해 두 번째 스릴러 작품이다. 그녀의 2018년 첫 스릴러 <프라우드 메리>는 지난 1월 오프닝 스코어 995만 달러, 북미 누적 스코어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비하면 <애크리머니>가 거둔 1700만 달러는 제법 양호한 성적이다.

 

이러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에는 타일러 페리의 이름값도 한몫했다. 1년에 정기적으로 한 두 편의 영화를 찍어내고, 자신의 영화에서 여장 배우로 활동하는 그는 ‘할리우드의 소’라 불려도 될 정도로 영화에 열정적인 사람이다. 타일러 페리는 평단에서 처참한 혹평을 받아왔지만, 그럼에도 작품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열정과 더불어 그의 작품을 컬트처럼 챙겨보는 팬들 덕분이 아닐까? 여담이지만 타일러 페리는 두 번이나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3. 블랙 팬서 (Black Panther) ( ↓ 1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97% / 관객 79%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88
상영관 수: 2,988 (-382)
주말 수익: $11,486,915 (-32.8%)
북미 누적 수익: $650,923,549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1,275,037,684
제작비: $200,000,000
상영기간: 7주 (45일)

 

<블랙 팬서>가 전주보다 한 계단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위용을 과시하며 3위를 차지했다. 사흘간 고작 33%의 스코어 하락을 겪으며 약 1150만 달러를 벌어들인 <블랙 팬서>는 북미 누적 스코어 6억 5000만 달러, 월드와이드 누적 스코어 12억 7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북미 흥행 랭킹에서는 <쥬라기 월드>를 넘어 4위를 차지했으며, <타이타닉>과의 차이는 710만 달러 정도로 다음 주에 무난하게 3위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월드와이드 흥행 랭킹에서는 <겨울왕국>과 <미녀와 야수>를 제치며 두 계단 상승한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블랙 팬서>의 성적도 놀랍지만, 개봉이 3주밖에 남지 않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앞에서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무릎을 꿇을지 궁금해진다.

 

 

4. 아이 캔 온리 이매진 (I Can Only Imagine) ( ↓ 1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70% / 관객 94%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29
상영관 수: 2,648 (+395)
주말 수익: $10,445,994 (-23.3%)
북미 누적 수익: $55,271,331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55,271,331
제작비: $7,000,000
상영기간: 3주 (17일)

 

<블랙 팬서>만큼이나 무서운 기세를 보이는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이 4월 1주차 박스오피스에서 4위를 기록했다. 지난주에 이 영화의 흥행을 ‘기적’이라고 표현했으나, 이쯤 되면 기적이 아니라 실력이다. 상위권 열 개 작품 중 유일하게 상영관을 늘린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의 주말 스코어는 지난주보다 불과 23.3% 줄어든 1044만 달러, 북미 누적 스코어는 제작비의 8배에 가까운 552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5. 퍼시픽 림: 업라이징 (Pacific Rim: Uprising) ( ↓ 4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45% / 관객 52%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44
상영관 수: 3,708
주말 수익: $9,370,405 (-66.7%)
북미 누적 수익: $45,836,225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230,936,535
제작비: $150,000,000
상영기간: 2주 (10일)

 

사실상 북미 흥행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퍼시픽 림: 업라이징>이 개봉 2주차에 네 계단 떨어지면서 5위로 주말을 마무리했다. 상영관이 줄지 않았음에도 주말 성적이 전주보다 무려 66.7% 감소한 937만 달러, 북미 누적 스코어는 4580만 달러에 불과하다. 올해 개봉작 중 가장 크게 미끄러진 케이스다. 온전히 해외 스코어에 의지해야 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중국에서만 9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면서 월드와이드 누적 스코어 2억 3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흥행에 있어 큰 장애물은 없어 보이지만, 속편이 과연 제작될지는 의문이다. 제작된다 한들, 이미 돌아선 관객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6. 노미오와 줄리엣: 셜록 놈즈 (Sherlock Gnomes) ( ↓ 2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18% / 관객 42%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36
상영관 수: 3,662
주말 수익: $7,001,570 (-34.0%)
북미 누적 수익: $22,822,216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27,874,754
제작비: $59,000,000
상영기간: 2주 (10일)

 

파라마운트의 <노미오와 줄리엣: 셜록 놈즈>가 주말 동안 7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6위를 차지했다. 개봉 2주차 북미 누적 스코어는 2280만 달러, 월드와이드 누적 스코어는 약 2780만 달러다. 전작 <노미오와 줄리엣>이 같은 시기에 북미에서만 5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을 생각하면 아쉽기 그지없는 성적이다.

 

 

7. 툼레이더 (Tomb Raider) ( ↓ 2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49% / 관객 64%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48
상영관 수: 2,788 (-1,066)
주말 수익: $4,922,048 (-51.3%)
북미 누적 수익: $50,715,273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247,115,273
제작비: $94,000,000
상영기간: 3주 (17일)

 

속편 제작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또 하나의 작품, <툼레이더>가 7위로 개봉 3주차 주말을 마무리했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과 마찬가지로 하락세가 가파르다. 상영관은 1066개가 줄어 상위권 열 개 작품 중 가장 많이 줄었으며, 흥행 성적 역시 지난주의 절반 수준인 490만 달러에 불과하다. 5000만 달러라는 처참한 북미 누적 스코어와는 달리 해외에서 선전하면서 2억 40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본토에서 망한 영화가 속편으로 화려하게 컴백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8. 시간의 주름 (A Wrinkle in Time) ( ↓ 2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40% / 관객 32%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53
상영관 수: 2,367 (-1,056)
주말 수익: $4,842,624 (-41.1%)
북미 누적 수익: $83,399,038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104,561,160
제작비: $100,000,000
상영기간: 4주 (24일)

 

디즈니 <시간의 주름>이 주말 간 480만 달러의 성적을 거두면서 두 계단 떨어진 8위를 차지했다. 어느 정도 해외 개봉이 이루어진 상황이지만 월드와이드 누적 스코어는 지난주보다 1600만 달러 증가한 1억 450만 달러, 북미 누적 스코어 8340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실질적으로 주말 간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약 500만 달러에 불과해 지난주에 언급했던 실낱 같은 반등의 불씨는 사라졌다고 봐도 좋을 지경이다.

 

 

9. 러브, 사이먼 (Love, Simon) ( ↓ 2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92% / 관객 91%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73
상영관 수: 2,024 (-410)
주말 수익: $4,767,488 (-37.3%)
북미 누적 수익: $32,108,320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33,627,741
제작비: $17,000,000
상영기간: 3주 (17일)

 

본 사람에게는 아낌없는 호평을 받지만, 나머지 관객에게는 찬밥 신세나 다름없는 <러브, 사이먼>이 주말 박스오피스 9위를 기록했다. 개봉 3주차 주말 스코어는 476만 달러, 북미 누적 수익은 3210만 달러 선이다.

 

 

10. 바울, 어포슬 오브 크라이스트 (Paul, Apostle of Christ) ( ↓ 2 )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비평가 41% / 관객 89%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49
상영관 수: 1,473
주말 수익: $3,457,864 (-33.2%)
북미 누적 수익: $11,488,702
월드와이드 누적 수익: $12,156,230
제작비: $5,000,000
상영기간: 2주 (10일)

 

사도 바울의 이야기를 그린 <바울, 어포슬 오브 크라이스트>가 부활절 특수를 어느 정도 누리며 주말 박스오피스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다. 주말 간 345만 달러를 벌어들인 이 영화의 북미 누적 스코어는 약 1148만 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