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망과 역주행, 운명을 가르는 박스오피스 두 번째 주말

2010년대 ‘폭망’ 영화와 ‘역주행’ 영화의
박스오피스 2주 차 주말 드롭률 분석

 

by. 겨울달

 

지난 주말 북미 개봉 2주 차를 맞은 [퍼시픽 림: 업라이징]의 주말 3일(금~일) 성적은 무려 첫 주보다 66%나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성적이 가파르게 하락했기 때문에 북미 흥행은 끝났다고 전망한다. 2018년 들어 흥행 대박을 터뜨리지 못한 대형 영화가 [퍼시픽 림: 업라이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작비 50만 달러 이상을 들인 중대형급 영화 중 [시간의 주름], [50가지 그림자: 해방],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툼레이더]의 북미 시장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영화의 흥행 여부는 이미 개봉 2주 차에 판가름 났다. 5편 모두 2주 차 주말 수입이 첫 주보다 50% 이상 떨어졌다.

 

북미 박스오피스 시장에서 소위 ‘2주 차 주말 드롭률’은 전체 흥행 성적을 예측하는 주요 변수다. 어떤 영화의 2주 차 수입이 첫 주보다 일정 비율로 떨어진 경우를 평균적인 감소 추세라 보고, 이를 기준으로 작품의 장기 흥행 여부를 점친다. 정보 기술 발달로 영화 리뷰를 접하거나 입소문을 일으키기 쉬워진 2010년대는 드롭률 기준을 49%로 보고, 60% 이상 떨어진 경우 북미 박스오피스 시장에서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대다수 영화가 개봉 둘째 주에 수입이 감소하지만, 이와 반대의 경우도 있다. 첫 주보다 둘째 주에 더 좋은 성적을 낸 영화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으며 장기 흥행작 반열에 올라선다. 이 글에서는 2010년 이후 북미 개봉 영화 중 2주 차 최대 드롭률 기록을 세운 ‘폭망’ 영화 5편과 2주 차 주말에 첫 주보다 더 많이 벌어들인 ‘역주행’ 영화 5편의 흥행 성적과 이런 결과를 낳은 요인을 분석해 본다.

 

 

1. 폭망 – 2주 차 주말 드롭률 최대 기록

 

① 아우토반 (드롭률: -88.5%)

 

출처: 와이드 릴리즈㈜

 

개봉 1주 차: $1,512,824
개봉 2주 차: $173,620
드롭률: -88.5%
북미 박스오피스: $2,280,004
전 세계 박스오피스: $4,811,525
제작비: $21.5 million

 

[아우토반]은 2010년대뿐 아니라 박스오피스 전체 최대 드롭률 기록을 보유한 영화다. 니콜라스 홀트가 연인(펠리시티 존스)의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거액의 돈을 가로채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는데, 짜릿한 속도감을 담은 영화 속 카체이싱 장면이 멋지다는 것 외에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스토리와 연출이 너무 밋밋해서 배우들의 연기와 매력으로 보완하는 데 한계가 있고, 안소니 홉킨스와 벤 킹슬리의 어설픈 터프가이 연기는 보기 힘들 정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랄한 혹평과 뜨끈 미지근한 관객 반응 때문에 2주 차 수입은 무려 88.5%나 감소했고 결국 2주 만에 상영을 마무리했다. 북미 외 지역에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박스 오피스 최종 성적은 480만 달러로 전체 제작비 2150만 달러에는 한참 못 미친다.

 

 

② 제인 갓 어 건 (드롭률: -83.5%)

출처: Relativity Media

개봉 1주 차: $835,572
개봉 2주 차: $137,523
드롭률: -83.5%
북미 박스오피스: $1,513,793
전 세계 박스오피스: $1,513,793
제작비: $25 million

 

나탈리 포트먼의 [제인 갓 어 건]은 제작 당시 출연진과 제작진 교체로 잡음이 많았다. 린 램지 감독이 제작자와 마찰을 빚어 하차한 후, 주드 로와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도 프로젝트를 떠났다. 개빈 오코너가 새 감독이 된 후, 주드 로를 대신해 브래들리 쿠퍼를 캐스팅했지만 [아메리칸 허슬] 때문에 출연이 불발됐고, 이완 맥그리거가 그 자리를 메웠다. 조엘 에저튼이 각본 수정에도 참여하며 영화를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지만 결국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나탈리 포트먼의 열연을 먼지에 묻히게 했다.”라는 혹평을 받았다. [제인 갓 어 건]은 북미에서만 극장 개봉해 4주간 총 151만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는 제작비 2500만 달러의 6% 수준이다.

 

 

③ 내가 잠들기 전에 (드롭률: -82.0%)

출처: 영화사 진진

개봉 1주 차: $1,843,347
개봉 2주 차: $331,708
드롭률: -82.0%
북미 박스오피스: $3,242,457
전 세계 박스오피스: $15,447,154
제작비: $22 million

 

[내가 잠들기 전에]는 바깥에서 보기엔 흥행할 조건을 갖췄다. 영국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인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니콜 키드먼과 콜린 퍼스가 [레일웨이 맨]에 이어 부부로 출연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최고의 제작진이 합류했다. 하지만 막상 결과물은 보기에는 좋지만 스토리는 뻔한 스릴러물이었다. ‘기억을 잃은 인간의 원초적 공포’를 다룬다는 목표는 전반부에서 뚜렷했지만, 후반부는 예상 가능한 전개로 공들여 쌓아놓은 긴장감을 무너뜨렸다. 눈에 띄는 대형 영화가 많지 않은 2014년 10월 말 개봉했으나 첫 주에도 10위권에 들지 못했고, 2주 차 수익은 82%, 그다음 주는 87%나 떨어져 결국 3주 만에 상영을 종료했다.

 

 

④ 올 아이즈 온 미 (드롭률: -78.0%)

출처: ㈜영화사 그램

개봉 1주 차: $26,435,354
개봉 2주 차: $5,806,975
드롭률: -78.0%
북미 박스오피스: $44,922,302
전 세계 박스오피스: $54.9 million
제작비: $40 million

 

[올 아이즈 온 미]는 힙합 레전드 투팍 셰이커의 전기 영화다.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기억되는 아티스트인 만큼, 그의 삶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시도는 여러 모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영화는 투팍의 삶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고, 짧지만 강렬했던 일생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영화는 첫 주 박스오피스 3위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지만, 소재만으로 큰 기대를 걸었던 관객들에게 큰 실망을 안기면서 개봉 2주 차 수익은 78% 감소했다. 그 이후 5주 더 상영했지만, 주말 드롭률은 계속 60~70%을 맴돌았다. 북미에서는 순제작비를 약간 넘긴 4492만 달러, 해외 수익까지 더하면 총 549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⑤ 유령 (드롭률: -77.7%)

출처: Warner Bros.

개봉 1주 차: $2,841,488
개봉 2주 차: $632,262
드롭률: -77.7%
북미 박스오피스: $4,936,819
전 세계 박스오피스: $9,627,492
제작비: $17 million

[유령]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세바스찬 스탠과 [트와일라잇] 시리즈 애슐리 그린을 투톱으로 내세운 호러 스릴러 영화다. 전작의 흥행 성공으로 주연 배우 모두 상승세를 탔지만, 영화는 이들의 성공가도를 이어가기엔 수준이 한참 떨어졌다. 비평가 집단은 물론이고, 관객들도 ‘이 영화 나쁘다’라고 말할 정도로 기대 이하였다. 개봉 첫 주 10위권 진입에 실패했고, 2주 차 드롭률은 73.8%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순 제작비는 1700만 달러로 많지 않지만, 북미 포함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은 962만 달러로 순 제작비의 반 정도만 회수하는 데 그쳤다.

 

 

2. 역주행 – 2주 차 주말 성적이 오른 영화

 

① 위대한 쇼맨 (드롭률: +76.3%)

출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개봉 1주 차: $8,805,843
개봉 2주 차: $15,520,732
드롭률: +76.3%
북미 박스오피스: $172,366,173
전 세계 박스오피스: $634,151,679
제작비: $84 million

작년 12월 개봉해 지금도 북미에서 상영 중인 [위대한 쇼맨]은 북미 박스오피스에 길이 남을 기록을 수립했다. 한 주 앞서 개봉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같은 주 개봉한 [쥬만지: 새로운 세계]에 밀려 첫 주 880만 달러만 벌어들이는 데 그쳤지만, 2주 차 성적은 76.3% 증가한 1552만 달러, 3주 차 성적은 무려 130% 이상 오른 2090만 달러를 기록했다. [위대한 쇼맨]이 깜짝 놀랄 만한 역주행을 할 수 있던 건 관객의 입소문 덕분이다. 비평가들에게 그저 그런 평가를 받았지만, 막상 관객들은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다. [위대한 쇼맨]은 SF 액션 블록버스터와 아카데미 출품 요건 때문에 상영되는 작은 영화 사이에서 ‘가족끼리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로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팝 음악으로 채운 OST가 음악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영화 입소문은 더욱 퍼져나갔다. [위대한 쇼맨]은 [쥬만지: 새로운 세계],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블랙 팬서]가 차례대로 개봉한 11주 동안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머물렀고, 북미 외 시장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며 전 세계 성적 6341만 달러를 기록했다. 15주 차인 4월 첫째 주 수익은 전주보다 소폭 상승하기까지 했으니, 극장 상영을 마무리할 때까지 얼마나 많이 벌어들일지 기대된다.

 

 

②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드롭률: +41.4%)

출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개봉 1주 차: $9,360,434
개봉 2주 차: $13,238,241
드롭률: +41.4%
북미 박스오피스: $75,624,550
전 세계 박스오피스: $120,081,841
제작비: $50 million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소소한 웃음을 주는 감동 드라마로, [제리 맥과이어] 카메론 크로우 감독과 맷 데이먼, 스칼렛 요한슨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족 영화로 포지셔닝해 12월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흥행을 노렸고, 개봉 한 달 전부터 시사회를 개최해 입소문도 일으켰다. 그 덕분인지 첫 주보다 2주 차에 조금 더 많이 벌어들였다. 하지만 2주 차 성적이 좋아진 건 대박 흥행의 청신호는 아니었는데, 그다음 주부터 흥행 성적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개봉 6주 차인 1월 말 드롭률이 40%대로 떨어졌다. 개봉관을 조금씩 줄여가면서 계속 상영을 이어간 영화는 개봉 21주 차인 5월에 7562만 달러를 기록하며 북미 상영을 마감했고,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는 1억 2008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③ 쥬만지: 새로운 세계 (드롭률: +38.4%)

출처: 소니픽쳐스코리아

개봉 1주 차: $36,169,328
개봉 2주 차: $50,051,364
드롭률: +38.4%
북미 박스오피스: $402,996,470
전 세계 박스오피스: $946,104,283
제작비: $90 million

작년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개봉한 [쥬만지: 새로운 세계]은 지금까지도 흥행 가도에도 거침이 없다. 개봉 15주 차인 지난주 주말 전 세계 성적 9억 4610만 달러를 기록하며 순 제작비 9천만 달러의 10배 이상의 수입을 거둬들였다. 1995년에 나온 1편이 기록한 2억 6280만 달러보다 수익도 월등히 많다. 예상외로 비평가 평가도 좋고 영화가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개봉 2주 차에는 첫 주보다 34.8% 더 벌어들였고, 연말연초 기간이라 주말을 4일로 잡으면 첫 주보다 무려 83.2%가 증가했다. 성적이 놀라울 만큼 늘었지만 [쥬만지]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흥행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올해 1월에 접어들며 [스타워즈] 수익은 평균적 하락세를 보인 반면, [쥬만지]는 완만하게 떨어지면서 개봉 3주 차부터 3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④ 마더스 데이 (드롭률: +32.5%)

출처: Open Road Films

개봉 1주 차: $8,369,184
개봉 2주 차: $11,087,076
드롭률: +32.5%
북미 박스오피스: $32,492,859
전 세계 박스오피스: $48,418,160
제작비: $25 million

[마더스 데이]는 로맨틱 코미디 장인 게리 마셜 감독의 마지막 영화다. 개봉 직후 영화가 흥행할지 알 수 없었다. 비평가들의 엄청난 혹평 때문인지 첫 주 3천 개 이상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수익이 1천만 달러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더스 데이]는 2주 차에 수익이 32.5% 상승하며 박스오피스에서 깜짝 승리를 거머쥐었다. 2주 차 역주행이 가능했던 건 그때가 영화 제목과 같은 ‘어머니의 날(Mother’s Day)’ 주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일주일 정도는 웃을 수 있었지만, 그다음 주에는 70.3%라는 기록적인 드롭률을 기록하면서 한철 장사였다는 걸 증명했다. 4주 차부터 개봉관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고, 결국 개봉 7주 만에 극장 상영을 접어야 했다. 북미에서 3249만 달러, 해외 시장 수입까지 합치면 4841만 달러를 벌어들여 제작비 회수는 가능했다.

 

 

⑤ 씽 (드롭률: +21.7%)

출처: UPI 코리아

개봉 1주 차: $35,258,145
개봉 2주 차: $42,896,330
드롭률: +21.7%
북미 박스오피스: $270,395,425
전 세계 박스오피스: $634,151,679
제작비: $75 million

가족 애니메이션 [씽]은 영화 자체는 아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개봉 시기를 잘 선택한 덕분에 2주 차 역주행을 이뤄낼 수 있었다. 2016년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 개봉해 첫 주에 3525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2주 차인 신년 주간에 21.7% 상승한 4289만 달러를 기록했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 밀려 박스오피스 1위는 차지하지 못했으나 [패신저스], [모아나], [라라랜드] 등 경쟁작들을 이겼으니 이 정도면 준수하다 볼 수 있다. 3주 차 수익은 2주 차보다 50% 감소했지만, 이후 2월 초까지 완만한 드롭률을 유지하며 쏠쏠하게 흥행했다. 북미에서 벌어들인 2억 7039만 달러 중 2주 차까지 벌어들인 금액이 1억 8089만 달러이니, 깜짝 역주행이 수익의 대부분을 견인한 셈이 됐다. [씽]은 북미보다 해외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었고,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6억 3415만 달러 성적을 기록하며 2016년 순수익 높은 영화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