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뿐 아니라 전 세계가 2주 앞으로 다가온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의 개봉을 숨죽여 기다리는 듯하다. 다른 사건이나 발언들이 그 영향력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일주일 간 시선을 집중시킨 사건이 없진 않았다. 넷플릭스는 칸 영화제와 영화제 출품 자격을 두고 반목하고, 최고 인기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는 단편 영화를 표절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드웨인 존슨은 빈 디젤과의 불화 때문에 [분노의 질주] 출연을 하지 않는 걸 고려한다고 말해 팬들을 긴장시켰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일과 주목할 만한 발언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할리우드 말말말’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발언을 중심으로 한 주의 할리우드를 정리했다.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방영을 연기해 달라.
– 미국 시청자 학부모 그룹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한 고등학생의 자살한 이유와 그 사건이 미치는 파장을 그리며 작년 상반기 미국에서 화제를 모았다. 시리즈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만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는데, 특히 ‘자살을 미화’하고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의지를 굳힌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결국 드라마 자체가 시청자의 자살 의지에 영향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 조사까지 시행했고, 자살을 미화하는 부정적 영향보다 시청자들이 나와 주위 사람들의 정신적 위기에 관심 가지게 하거나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를 고백하고 도움을 구하게 하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변론했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학부모 단체 ‘미국 시청자 학부모 그룹’은 넷플릭스의 보고서를 반박했다. 그룹 대표 피터 윈터는 “고등학교 학생의 자살을 노골적으로 그린 장면은 시청자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이 드라마를 본다. ‘자살하는 방법’을 검색하는 횟수도 26%나 늘었다. 실제로 드라마가 공개된 후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도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정확한 영향력은 알 수 없지만, 넷플릭스가 이 작품이 시청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기 위해 연구 조사까지 의뢰할 정도라면 지극히 심각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룹은 “완전히 안전하다고 증명될 때까지”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2 방영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는 최근 시즌 2 공개 일정을 안내하며, [루머의 루머의 루머] 출연진들이 등장하는 자살 방지 메시지 비디오를 공개하는 등 드라마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사전 차단하는 데 애쓰고 있다.

 

출처: The Hollywood Reporter

 

 

너무 심각한 위기에 빠져서 더 나아질 수밖에 없었다.
– 토니 길로이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각본)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는 2015년 본 촬영을 마친 후 2016년 2월 대규모 재촬영을 시행했다. 이때 재촬영은 가레스 에드워드 감독이 아니라 [마이클 클레이튼] 토니 길로이 감독이 주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팬들은 재촬영을 에드워드 감독이 직접 맡지 않은 것이 제작사 루카스필름과 감독이 창작적 이견 때문에 사이가 틀어진 것이 아닌지, 작품이 감독의 의도가 아닌 제작사의 ‘상업적’ 의도대로 변질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했다. 토니 길로이 감독은 지금까지 [로그 원] 작업 과정과 당시 상황을 잘 언급하지 않았으나, 최근 팟캐스트 ‘더 모먼트’에서 그의 시각에서 본 당시 상황을 밝혔다.  

 

길로이 감독은 자신이 에드워드 감독을 보조하러 오기 전 루카스필름은 “늪에 빠져 있었고,” “더 나아지는 길밖에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떠올렸다. 에드워드 감독과 제작사의 가장 큰 고민은 과연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할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감독은 “[로그 원]을 보면, 그 수많은 어려움, 혼란, 엉망진창인 상황은 의외로 쉽게 풀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선 결국 모두가 죽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결국 희생에 대한 영화다. 내게는 마치 ‘영국 대공습’을 그린 것처럼 보였다.”라고 말하며, 등장인물 중 일부를 살릴지 고민하던 제작사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은 스타워즈를 잘 알지 않고, 관심도 없었기 때문에 “원전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없고, 그래서 비극적인 결말을 결정하는 데 두렵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출처: Indiewire

 

 

(모니카 르윈스키) 당신이 프로듀서가 돼서 돈을 받아야 한다.
– 라이언 머피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제작자)

 

이미지: OXYZEN

라이언 머피는 [글리],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등 히트작을 만든 유명 프로듀서로, 최근 넷플릭스와 계약하며 TV 제작자 중 최고 몸값을 받는 주인공이 됐다. 그가 제작한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는 실제 범죄 사건을 극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비평가와 시청자 모두에게 찬사 받았다. 그는 몇 년 전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최근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라이언 머피는 최근 한 행사장에서 사건의 주인공 모니카 르윈스키를 만났고, 르윈스키에게 당신이 원할 때만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 말고는 누구도 이 이야기를 해선 안 되고, 누군가 하겠다고 하면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당신이 나와 함께 제작하길 원하면 나는 좋다. 하지만 당신도 프로듀서가 되어 그 드라마로 번 돈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로 짐작하면 모니카 르윈스키가 사건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짐작할 수 있다.

 

르윈스키 스캔들은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당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백악관 인턴으로 일한 르윈스키 등 여성들과 벌인 성관계를 폭로한 사건이다. 이 일로 빌 클린턴은 탄핵 위기를 겪기도 했다. 당시엔 대통령과 젊은 여성의 불륜이나 부적절한 관계로 보였으나, 작년 미투 운동 확산 후 이 사건을 위계에 의한 성폭력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출처: The Hollywood Reporter

 

 

벤더는 영화 내내 클레어를 성희롱했다.
– 몰리 링왈드

 

 

이미지: Universal Pictures

존 휴즈 감독의 [조찬 클럽]은 1980년대 하이틴 드라마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하이틴 영화의 정석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조찬 클럽]의 주연 몰리 링왈드는 뉴요커 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30년 만에 본 자신의 영화가 굉장히 불편했다고 말했다. 링왈드는 “딸에게 [조찬 클럽]을 처음 보여줬을 때, 벤더(저드 넬슨)가 클레어의 치마를 들추는 장면이 전과 다르게 불편하게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링왈드는 벤더는 영화 내내 클레어를 성희롱하지 않으면 그녀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잔인하게 굴지만, 결국 사과 한 마디 없이 여자의 마음을 얻는다고 지적하며, 지난가을 미투 운동 이후 우리가 소비하고 지지하는 예술이 여성을 종속하는 사회 구조를 강화하는 데 어느 정도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링왈드는 자신의 지적은 [조찬 클럽]이 가진 의미를 깎아내리기 위함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조찬 클럽]이나 [아직은 사랑을 몰라요] 등 존 휴즈의 틴에이지 영화 전에는 여성 주인공의 관점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그린 작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링왈드는 휴즈의 작품의 시간의 흐름에서 살아남고, 각 시대와 세대가 그의 영화를 해석하고 공유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출처: The New Yorker

 

 

우리 자신을 돈에 팔아먹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조이 샐다나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을 앞둔 조이 샐다나가 할리우드 엘리트주의자들을 비판했다.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인피니티 워]가 팬들 사이의 버즈는 크지만 할리우드가 조용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샐다나는 할리우드의 실력 있는 ‘업계 사람들’이 마블 영화나 그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를 업신여기고 캐릭터나 배우들이 돈에 자신들을 ‘팔아먹는’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샐다나는 “배우들은 자신들의 캐릭터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아이들이 죽기 전에 그들을 만나길 바라는 걸 이해한다. 그래서 시간을 내서 아이들을 만나 ‘너도 중요해.’라고 이야기한다.”라고 말하며, 슈퍼히어로 영화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이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업신여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Net-A-Porter

 

 

브루스 웨인은 고통을 잊기 위해서 섹스를 해요.
– 잭 스나이더

 

이미지: 워너브라더스코리아 / Vero

잭 스나이더 감독이 최근 소셜 미디어로 팬들과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팬들이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이스터 에그로 보이는 걸 알려주면 감독이 이를 확인해 주거나, 감독 자신이 직접 이스터 에그를 공개하고 있다. 그중 ‘꽤 쉬운 것’이라며 하나를 알려줬는데, 바로 브루스 웨인/배트맨이 악몽에서 깨어나는 장면에서 그의 침대 위에 있는 사진이다. 스나이더는 “침대 위에 걸린 메이플소프의 작품은 성애가 약이라는 의미예요. 브루스 웨인이 고통을 잠깐 동안 잊기 위해 섹스를 이용하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사진의 작가인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당대의 금기를 주제로 삼은 작품을 많이 내놓았고 특히 남성의 에로티시즘을 집요하게 탐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스나이더의 의도대로 DCEU 속 브루스 웨인의 ‘바람둥이’ 명성은 사실 배트맨으로 사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쾌락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스나이더 감독은 [배대슈] 속 크립토나이트 창의 의미도 밝혔다. 그는 루벤스의 ‘십자가 처형’ 그림을 올리며 “배트맨이 최첨단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굳이 크립토나이트로 창을 만들었죠. 이것 때문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십자가 처형’에서 로마 군인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옆구리에 창을 찌른다. 잭 스나이더의 설명대로라면 배트맨은 슈퍼맨을 신, 또는 신의 의지를 상징하는 자로 봤고, 그를 죽이는 것은 예수를 죽이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개봉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감독과 팬들의 끝없는 해석이 영화를 보는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있다.

 

출처: Batman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