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 박사를 추모하며

 

by. 김옥돌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1942~2018)은 아인슈타인 이후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물리학자로 불린다.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연구하는 우주론과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의 통합을 꿈꾸는 양자중력 등을 연구하는데 평생을 바쳤다. 그는 21살에 의사에게 단 2년만 살 수 있다는 선고를 받았지만, 그가 이룬 업적은 과학뿐 아니라 대중문화에도 널리 영향을 미쳤다. 1979년부터 약 30년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교양 저서와 강연을 통해 대중에게 물리학과 우주론 등 과학의 신비를 알려왔다. 우주의 경이로움을 담은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보며, 기적적인 삶을 살아온 호킹 박사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1. 시간의 역사

 

이미지: Triton Pictures

 

저서 ‘시간의 역사’ 도입부에서 호킹 박사는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이론이란, 우주 또는 그 제한된 일부의 모형에 불과하며, 그 모형 속에 담겨 있는 양과 우리가 실제로 얻은 관측 결과를 관계 짓는 규칙들의 집합일 뿐이다.”

1991년에 선보인 [시간의 역사]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삶과 일, 우주론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호킹 박사의 저서와 제목이 같은 다큐멘터리는 루게릭 병으로 온몸이 거의 마비되었지만, 그의 생각과 이론, 삶이 여전히 위대함을 보여준다. 21살이 되던 해 루게릭 병을 진단받고 거의 움직이지 못하게 된 후에도 시간과 블랙홀, 우주 등 세상의 근원을 밝히기 위한 호킹 박사의 도전이 담겨 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호킹 박사의 목소리는 컴퓨터와 음성 합성기를 통해 만들어진 인공 음성이다. [가늘고 푸른 선]을 연출하고 [액트 오브 킬링]을 기획한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에롤 모리스가 연출을 맡았다.

 

 

 

2. 콘택트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로버트 저메키스의 [콘택트]는 실제 과학 프로젝트를 모델로 한다.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의 공상과학소설 ‘콘택트’가 원작이며, 외계의 지적 세계 탐사 프로젝트인 세티(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를 모델로 했다. 세티 프로젝트는 외계의 전파 신호를 해석하고, 외계로 전파를 보내 외계인들을 찾아낸다는 계획으로 지금도 진행 중이다. 충분히 기술이 발달한 외계인이 있다면, 그들도 전파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킹 박사는 ‘진화한 외계 생명체는 새로운 행성을 정복하고 식민지로 만드는 유목민과 같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사는 외계인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가급적 그들과의 접촉은 피하는 게 좋다는 경고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호킹 박사의 말처럼 외계로 신호를 보내는 일은 위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콘택트]의 주인공은 외계인이 있냐고 묻는 아이에게 이렇게 답한다. “글쎄, 하지만 우주는 아주 넓단다. 그런데 우리 밖에 없다면 공간 낭비가 아닐까?”

 

 

 

3. 인터스텔라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인터스텔라]는 블랙홀, 웜홀, 다차원, 시간여행 등과 과학 이론을 토대로 완성한 SF 영화다.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우주와 우주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에 묘사된 과학 이론은 이론물리학자 킵손 박사의 주장에서 나왔다. 그는 칼텍의 이론물리학과 명예교수로 중력과 일반 상대성이론, 또 그가 즐겨 말하는 “휘어진 우주”에 관한 권위자다. 영화의 책임프로듀서도 맡았으며, ‘인터스텔라의 과학’이란 책도 출간했다. 킵손 박사와 영화 제작자가 모여 [인터스텔라]를 완성하기까지 8년 반 정도의 세월이 걸렸다. 또한, 킵손 박사는 린다 옵스트와 스티븐 호킹 박사가 참여한 [인터스텔라]와 다른 과학 이론을 적용한 SF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2015년 킵손 박사는 ‘줄거리와 등장인물, 과학이론 등 영화 개요를 담은 트리트먼트 초안을 9개 만들었고 시나리오 작가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으나, 안타깝게도 스티븐 호킹 박사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참여한 영화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선보일지는 기다려봐야 한다.

[인터스텔라]의 성공은 과학자와 영화감독의 협업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킵손 박사가 과학 근거를 내세우며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견교환을 통해 탄탄한 과학이론에 근거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과학자가 영화 제작에 적극 참여한 경우는 많지 않으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드물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터스텔라]는 과학과 영화의 협업 가능성을 잘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4.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미지: MGM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우주를 다루면서 철학 문제까지 녹여낸 최고의 영화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는 지금 보아도 뒤지지 않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상미를 보여준다. 1969년 인간이 달에 가기 전, 아날로그 기술만으로 우주 공간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영화 속 우주와 우주선 묘사는 50년 전 영화인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되었다. 이는 제작진이 NASA 보고서를 뒤져가면서 과학 기술을 충실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결과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우주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시스템이 실현된 가상 미래가 등장하며, 인간과 대립하는 인공지능(HAL 9000)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실제로 인간에 필적하거나 능가하는 수준의 인공지능 개발에는 두려움을 느낀다며, “인공지능이 인류 멸망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아서 C. 클라크가 쓴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완성해 1968년 4월 3일에 미국에서 최초로 개봉했다. 소설과 영화 둘 다 걸작으로 인정받으며, 2014년 미국의 한 연예매체가 선정한 [인터스텔라]보다 뛰어난 우주 영화 1위로 오를 정도로 아직까지도 명작으로 꼽힌다. 지루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영화사에 족적을 남긴 영화답게 수많은 패러디와 오마주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