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다작 배우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최근 들어 동일한 배우의 상반된 작품이 연이어 개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왕성한 활동 때문이기도 하고, 절묘한 개봉 시점 탓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마이클 스털버그는 [셰이프 오브 워터], [더 포스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전작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작품을 보는 색다른 흥미를 더했다. 또 어떤 배우들이 부지런히 작품 활동으로 연거푸 찾아오는지 살펴본다.

 

 

 

 

티모시 샬라메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레이디 버드, 몬태나

 

이미지: 소니 픽쳐스, UPI 코리아

 

티모시 샬라메 출연작이 연이어 개봉하면서 동시에 세 작품이 상영하게 됐다. 출연 분량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하루 동안 영화관에서 티모시 출연작 정주행이 가능하다. 시작은 단연 평단의 압도적인 찬사가 쏟아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세심한 감성 연기에서 탄생한 ‘엘리오’는 첫사랑 열병에 동참시키며 뜨거운 여름 햇살처럼 열렬한 감정의 파고를 일으켰다. 두 번째 영화는 그레타 거윅과 시얼샤 로넌의 완벽 케미가 빛난 [레이디 버드]다. 이 영화에서 나쁜 남자 기질이 다분한 허세남 ‘카일’을 맡아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레이디 버드에게 나름의 발자취를 남겼다. 마지막 영화는 로드 무비 형식의 서부극 [몬태나]다. 블로커 대위(크리스찬 베일)가 이끄는 호송대의 한 축을 담당하는 훈련병으로 등장해 앞서 두 영화와 다른 앳된 모습을 보여준다.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 120 BPM, 맨 오브 마스크

 

이미지: (주)엣나인필름, (주)라이크 콘텐츠

 

에이즈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120BPM]에서 투쟁도 사랑도 거침없던 ‘션’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국내 관객에게 다소 생소한 아르헨티나 출신의 배우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는 에이즈로 고통받는 와중에도 뜨겁게 투쟁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인물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그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는 세자르영화제 신인남우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120BPM]으로 존재감을 알린 그의 두 번째 개봉작은 소설 [오르부아르]를 각색한 [맨 오브 마스크]다. 1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황홀한 미장센과 발칙한 사기극으로 담아내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전쟁 중 폭격으로 얼굴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천재 화가 ‘에두와르’를 맡아 진한 눈빛 연기를 선보인다.

 

 

 

나가노 메이 – 내 이야기!!, 한낮의 유성

 

이미지: (주)영화사 오원, ㈜스마일이엔티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 나가노 메이가 출연한 학원물 두 편이 연이어 선보인다. 먼저 개봉한 [내 이야기!!]는 잘생김과 먼 외모 때문에 고백도 못하고 엉뚱하게 맴도는 타케오의 첫사랑 소동극을 유쾌하게 담은 영화다. 나가노 메이는 타케오(스즈키 료헤이)가 반한 ‘린코’를 맡아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듯한 청순한 매력으로 시선을 붙든다. 연신 사랑스럽게 미소 짓는 린코를 보고 있으면, 타케오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도 흐뭇해진다. 2015년작 [내 이야기!!] 속 모습이 한없이 앳되게 보였다면, 이번 주 개봉하는 [한낮의 유성]에선 보다 완숙함이 느껴지는 청초한 매력을 볼 수 있다. 나가노 메이의 첫 주연작으로 다정한 연상남 교사와 든든한 동갑내기 친구 사이에서 삼각관계에 빠지는 여고생 ‘스즈메’를 연기한다. 두 영화 모두 일본에서 인기 있는 만화를 각색해 상큼한 봄날에 어울리는 기분 좋은 여운을 전한다.

 

 

 

줄리엣 비노쉬 – 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 렛 더 선샤인 인

 

이미지: (주)에스와이코마드, (주)씨네룩스

 

우아한 외모와 지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인 프랑스 대표 배우 줄리엣 비노쉬의 작품을 연거푸 만나볼 수 있다. 국내 관객에게는 다소 낯선 독특한 감성으로 채운 [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과 [렛 더 선샤인 인]이다. [슬랙 베이]는 2013년 [까미유 끌로델]에서 함께 작업한 브루노 뒤몽의 블랙코미디 영화다. 풍경화처럼 아름다운 마을을 배경으로 화려한 저택에서 지내는 귀족과 가난한 어부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소동을 슬랩스틱 코미디를 곁들인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어리석은 허세로 가득한 귀족 부인 ‘오드’로 분해 쉽게 보기 힘든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렛 더 선샤인 인]은 사랑을 갈구하는 중년 여성의 일상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영화다. 매번 실패하면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혼녀 ‘이자벨’을 맡아 여성 관객의 공감을 얻을 진솔한 연기를 펼쳐 보인다.

 

 

 

 

 

빅키 크리엡스 – 팬텀 스레드, 청년 마르크스

 

이미지: UPI 코리아, 와이드 릴리즈㈜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는 매번 기묘한 영화적 감각을 일깨운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은퇴작으로 먼저 알려진 [팬텀 스레드]는 여러모로 복잡한 감정을 전달하는데, 빅키 크리엡스의 존재감은 영화의 인상을 좌지우지할 정도다. 룩셈부르크 출신의 이 낯선 여인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분한 ‘레이놀즈’ 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도 예측불허 밀당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아카데미 트로피를 세 차례나 거머쥔 유일한 남자 배우를 두고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에 뚜렷한 자취를 남기는 데 성공했다. 그녀를 볼 수 있는 다음 작품은 다큐멘터리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를 연출한 라울 펙 감독의 극영화다. [청년 마르크스]라는 영화 제목 그대로 26세 청년 카를 마르크스의 젊은 시절을 그린 영화다. 빅키 크리엡스는 프랑스 망명길에 오른 마르크스의 아내 예리를 맡아 앞서 영화와 다른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밀리센트 시먼즈 – 콰이어트 플레이스, 원더스트럭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CGV아트하우스

 

숨 막히는 90분을 선사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가 더해져 팽팽한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에밀리 블런트와 존 크래신스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두 아역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소리 없는 사투에 적극 동참시킨다. 청각장애가 있는 첫째 ‘레건’을 연기한 밀리센트 시먼즈는 이제 고작 두 번째 영화임에도 천부적인 연기력으로 긴박한 상황을 끌고 간다. 오직 눈빛과 수화만으로 불안한 감정과 두려움을 연기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 어린 배우의 첫 번째 영화는 토드 헤인즈 감독과 연기파 배우 줄리안 무어와 함께 한 [원더스트럭]이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두 소년 소녀의 꿈을 그린 영화로, 밀리센트는 1920년대를 살아가는 ‘로즈’를 연기한다. 토드 헤인즈의 환상적인 연출과 만난 밀리센트의 연기는 오는 5월 3일 만나볼 수 있다.

 

 

 

조쉬 브롤린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데드풀 2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조쉬 브롤린은 올해 히어로 영화 두 편을 거의 동시에 선보이면서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가장 먼저 관객과 만날 영화는 사전 예매만 30만 장을 돌파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다. 마블 사상 최강 빌런으로 꼽히는 ‘타노스’를 맡아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할 예정이다. 팬들은 벌써부터 타노스의 희생자가 누가 될지 염려하면서도 슈퍼히어로 군단과 대결할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예고편에서 막강한 파워를 드러낸 타노스의 무서운 음모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를 모은다. 두 번째 영화는 병맛 감성 충만한 [데드풀] 속편이다. 조쉬 브롤린은 전편 쿠키영상에서 언급한 ‘케이블’ 역을 맡아 구강 액션 전문 데드풀과 흥미로운 케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인피니티 워]와 상반된 분위기의 영화에서 그가 연기하는 케이블은 어떤 매력을 드러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