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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1만 원 내외로 영화를 4편까지 볼 수 있다? 공짜 장사도 이보다 후하지 않을 것 같은 가격 덕분에 ‘무비패스(Moviepass)’는 최근 몇 개월 간 미국에서 가장 급성장한 서비스가 되었다. 지난 2월 8일 기준, 무비패스 가입자는 2백만 명을 넘어섰다. 가입자 150만 명에 다다른 지 1개월도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서비스가 극장 산업 생태계를 망친다는 비판도, 사업의 지속성을 의심하는 눈길도 무서운 성장세를 저지하지 못한다. 무비패스와 몇 달간 대립한 북미 극장 체인 1위 AMC도 이 기세를 인정하고 결국 뉴욕 등 거점 지역에서 서비스 사용을 허가했다.

 

출처: Moviepass

무비패스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도 이익보단 손해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무비패스의 모기업 헬리오스 & 매터슨 애널리틱스는 2017년 1억 5천만 달러 적자를 냈는데, 대부분이 무비패스에서 나온 손실이었다. 회계를 담당한 업체는 기업이 무비패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반복적인 손실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 사업을 지속할 능력이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무비패스는 가까운 미래에 순수익을 낼 것이라 보고 있다. CEO 미치 로우는 무비패스 자체만으로 2019년부터 수익을 얻을 것이라 말했고, 헬리오스 & 매터슨 CEO 테드 판스워스 또한 지금의 손실을 메울 자금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무비패스는 자체적 생존을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들의 가장 큰 자산은 200만 명의 구독자다. 서비스 이용자들은 싼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는 서비스에 충성심을 보이고, 무비패스가 제공하는 영화 정보를 적극 수용한다. 무비패스는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구독자 정보를 다른 곳에 판매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회를 만들려 한다. 무비패스 앱은 광고를 시작했고, 대형 스튜디오와 독립 제작사 몇 곳이 이미 광고 게재를 의뢰했다. 극장주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무비패스를 이용하면 사람을 많이 모을 수 있다’는 증명 사례를 발굴하고 있다.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 상영 이벤트를 계획하고, 서비스 불만을 처리하기 위해 규모를 확장했다. 연계 분야인 음악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 아이하트라디오와 한정 기간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출처: Moviepass

얼마나 갈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한 ‘영화 관람 구독 서비스’가 소비자를 끌어들일 만큼 매력적인 건 확실하다. 무비패스의 경쟁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북미 내 3대 극장 체인으로 꼽히는 시네마크는 자사 극장에서만 이용 가능한 정액 서비스를 론칭했다. 시네미아라는 스타트업 관람 구독 서비스는 아이맥스와 3D 영화도 볼 수 있도록 가격을 좀 더 높게 측정했고, 캐나다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 시네미아 CEO 리팟 오귀스는 “영화 관람 구독 서비스가 미래다.”라고 말하며, 지금의 변혁은 몇 년 전 음악 소비자들이 개별 음원을 구입하는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는 것처럼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화 관람 구독 서비스로 관객의 영화 관람 방식 변화가 급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할리우드 리포터가 무비패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무비패스 이용자들은 서비스 이용 전보다 더 많은 영화를 보고, 무비패스 이용 전에는 극장에서 보지 않았을 B급 코미디나 인디 영화를 볼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주중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갈 의사가 있으며, 비평이 나쁜 것 또한 영화를 선택할 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영화 관람료의 가격 장벽을 낮추면, 소비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영화를 보려 하는 의사가 생긴다. 최근 어려움을 겪는 극장업계와 모객이 쉽지 않은 작은 영화에 또다른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무비패스가 살아남을 길은 영화 관람 업계의 ‘넷플릭스’가 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몰아보기(Binge-watching)라는 소비 방식으로 영상 콘텐츠 서비스에 혁신을 가져오며 세계적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영화관람 구독 서비스’ 또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굳어진 그 순간부터 무비패스는 지속적 성공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 며칠 전 모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며 서비스 유지가 불가능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 상황에선 더 그렇다. 무비패스의 무모한 도전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성공이든 실패든, 앞으로 벌어질 일이 더욱 흥미로운 이유다.

 

 


서 혜란

장르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걸 좋아합니다. 비평과 팬심의 균형을 찾으려 오늘도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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