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4월 27일, 11년 만에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많은 국민들은 아침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을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며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이날 발표된 공동 선언문에는 종전 선언과 비핵화를 천명해 과거보다 진일보한 합의문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냉전이 종식된 후에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은 남북한은 3차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겠지만, 회담 결과를 두고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어쩌면 고립과 단절이 답이 아닌 현시대에 맞는 북한의 열린 태도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이후로도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바라며, 열린 태도로 적에서 동료 혹은 이해의 관계로 거듭난 영화 속 인물들을 살펴봤다.

 

 

 

 

강철비: 엄철우 – 곽철우

 

이미지: (주)NEW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 목표로 천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에 시선이 간다. 2011년 웹툰 [스틸레인]을 각색한 [강철비]는 북한 내부에서 쿠데타가 발생한다는 가상 시나리오에서 출발한다. 개성공단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북한 1호가 치명상을 입자 북한 특수요원 엄철우가 남한으로 몰래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긴장을 현실적으로 다룬 영화다. 그동안 이분법적인 시선에서 분단 현실을 다룬 영화와 달리 [강철비]는 남과 북의 일촉즉발 위기 상황을 국제 정서 및 내부의 여러 시선을 끌어들여 다양한 관점에서 담아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우성과 곽도원이 분한 두 남북 요원의 우정과 첩보가 영화 전반을 이끌지만, 위기의 한반도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은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는 개연성을 확보한다. 특히 영화가 제시하는 결말은 도발적이면서도 주체적인 결론이라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신선한 재미를 안긴다. 남북 미래를 점쳐보며 본다면, 처음 봤을 때와 다른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몬태나: 조셉 – 옐로우 호크

 

이미지: 판씨네마㈜

 

[몬태나]는 미국 건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백인과 원주민의 갈등을 소재로 삼았다. 서부개척시대라 불리는 1892년을 시대 배경으로 전혀 화합할 수 없을 것 같은 군인과 원주민의 기나긴 여정을 펼쳐 보인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조셉 대위는 자신의 동료를 포함해 살인을 저지르고 오랜 시간 복역한 원주민 부족장 호크를 병으로 죽어간다는 이유로 고향인 몬태나에 생환시키라는 명령을 받는다. 어쩔 수 없이 지시를 따르지만, 몬태나로 향하는 여정은 시작부터 불편하다. 영화는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벗어난 캐릭터를 구현하며 오늘날 미국 현실에도 접목할 수 있는 서부극을 완성한다. 서부개척시대 영웅과 생존을 위해 처절한 복수를 했을 족장의 미묘한 대치 관계는 공동의 적을 만나면서 폭력의 악순환이 점점 옅어지기 시작한다. 험난한 여정에 원주민에게 가족을 잃은 여인과 원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군인이 합류하면서 팽팽하게 흐르던 긴장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영화는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 짓기보다 증오가 반복되는 폭력의 역사를 되돌아볼 여지를 남기며 구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원주민 여성의 살인사건을 뒤쫓는 테일러 쉐리던의 [윈드 리버]와 함께 보길 추천한다.

 

 

 

맨 프롬 UNCLE: 나폴레옹 솔로 – 일리야 쿠리야킨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첩보영화에서 ‘냉전’은 흥미로운 소재다. 1990년 독일이 통일하면서 냉전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여러 영화와 드라마는 냉전 시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이 리치의 [맨 프롬 UNCLE]은 동명 TV 시리즈를 원작으로 핵무기 경쟁을 벌이던 냉전 시대를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담아낸 영화다. 바람둥이 미국 CIA 요원과 융통성 없는 소련 KGB 요원이 핵무기를 노리는 공동의 목표에 맞서기 위해 같은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의 핵심은 냉전 시대의 진지한 고찰이 아닌 정반대 성격을 지닌 두 요원의 손발 어긋나는 브로맨스다. 공동의 목표 뒤에 숨은 임무를 위해 따로 똑같이 작전을 펼치는 두 사람이 점차 동료애를 쌓아가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다. 거기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공들인 완벽한 비주얼은 눈 호강하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다소 빈약한 스토리는 첩보 영화의 묘미를 느끼기엔 부족하나 스크린을 압도하는 비주얼과 스타일은 그 자체로 충분한 볼거리가 된다. 스타일리시한 복고풍 첩보 영화를 선호한다면, 이중 스파이를 추적하는 샤를리즈 테론의 [아토믹 블론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쓰리 빌보드: 밀드레드 – 딕슨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쓰리 빌보드]는 관객의 예측을 비껴가며 기묘한 희열을 안기는 영화다. 영화는 살인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경찰에 실망하고 스스로에게 자책하는 밀드레드의 쓸쓸한 시선에서 시작해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무능한 경찰을 향한 밀드레드의 분노는 기폭제가 되어 또 다른 분노와 갈등을 야기하며 사람들의 공분을 산다. 밀드레드는 백인 남성 중심의 작은 마을에서 인종차별과 폭력을 서슴지 않는 딕슨 경관과 첨예하게 대립한다. 영화는 조용한 평화 뒤에 숨은 폭력과 편견, 불평등을 하나둘씩 꺼내 들며 분노가 분노를 야기하는 악순환을 드러내 보인다. 영화에서 두드러지게 갈등하는 밀드레드와 딕슨은 분노가 유발한 폭력을 극단적으로 표출하고 난 뒤 뜻밖의 유대를 형성한다. 이는 윌러비 서장의 역할도 일부 있지만, 그보다는 두 사람이 난국을 타개할 만족스러운 해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공동의 목표 하에 손을 맞잡는다. 두 사람의 평화가 얼마나 오래갈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변수가 많은 불확실한 현대사회에서 밀드레드와 딕슨과 같은 전략적인 도모는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컨택트: 루이스 & 이안 – 애봇 & 코스텔로

 

이미지: UPI 코리아

 

대립과 갈등은 소통 부재와 불신에서 비롯된다. 다변화된 현대사회에서 이해의 접점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영화 [컨택트]는 여러 형태의 단절과 반목을 경험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테드 창의 단편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각색한 [컨택트]는 어느 날 갑자기 지구 곳곳에 나타난 12개의 쉘에서 보내는 의문의 신호를 분석하는 언어학자와 물리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교감과 소통하려는 노력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루이스와 이안이 미지의 외계인으로부터 온 낯선 신호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사이 지구촌은 혼돈에 휩싸인다. 두려움은 점차 적대감을 드러내며 빠르고 손쉬운 해결책인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외계인을 대하는 적대적인 태도는 비단 영화 속 이야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해와 소통의 과정을 생략하고 편향적인 시선으로 배척해왔던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과 소통이 필요할 남북 관계를 바라봤을 때 [컨택트]가 주는 감동과 여운은 남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