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CGV아트하우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압도적인 스크린 수로 극장가를 뒤덮은 가운데, 매력적인 두 편의 영화가 5월 첫 주에 개봉했다. 배우 마동석만이 소화할 수 있는 화끈한 팔뚝 액션을 담은 [챔피언]과 다른 시간,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두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원더스트럭]이 그 주인공이다.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마동석을 내세운 [챔피언]과 [캐롤]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신작 [원더스트럭]이 [인피니티 워]의 질주를 비집고 관객들에게 매력을 선보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이번 주말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 중이라면, 테일러콘텐츠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에디터 J: [챔피언]은 한국영화의 구태의연한 악습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개그 캐릭터로 소비되는 조폭, 가족 관객의 마음을 훔칠 귀여운 아역 캐릭터, 감정이 이입될 여지없이 억지스러운 가족애를 향해가는 결말까지. 모든 전개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으며, 그 과정도 상당히 헐겁다. 조폭, 가족, 스포츠 장르를 제멋대로 널뛰기하고, 배우 마동석이 갖는 캐릭터를 활용한 유머도 미적지근하다. 지난해 추석 연휴 한 주 차이로 개봉해 [킹스맨]을 누른 [범죄도시]의 전략을 차용해 [인피니티 워] 광풍에 나름 맞서고자 하지만, 부족한 완성도는 감동도 웃음도 전혀 주지 못했다.

 

에디터 W: ‘팔씨름’이라는 스포츠가 신선하게 다가올지 몰라도, 영화는 결국 한국형 코미디다. 초반에는 실컷 웃음을 주면서 시작하고, 뒤에는 눈물 짜내는 감동을 선사한다. 포스터와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예측 가능할 만큼 이야기도 캐릭터도 뻔하다. 결국 [챔피언]을 다른 영화와 차별화하는 유일한 요소는 마동석이다. 할리우드에서 드웨인 존슨, 빈 디젤, 아담 샌들러 영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스타일이 있듯이, 마동석 또한 어떤 영화든 ‘마동석의 영화’로 만드는 매력이 있다. 다만 [챔피언]은 그의 매력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사상누각 같다. 마동석이 아닌 다른 배우였다면 이만큼 재미있지 않았을 테지만, [챔피언]은 마동석 그 자체가 매력이자 한계가 된 것이다. 마동석이 있어서 더 재미있는 영화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에디터 DY: 오호통재라! [챔피언]은 뻔하고 게으른 영화다. 유머와 신파라는 안전장치에 국내에서 무조건 통하는 ‘엄마 찬스’까지 사용한다. 이러한 전형적인 상업 영화는 올해만도 벌써 세 편째다. 앞으로 더 많이 나온다는 사실에 한숨만 나온다.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불 보듯 뻔한 이 영화의 실낱 같은 매력은 마동석뿐이다. 아 참, 아역들도 있다. 권율과 한예리라는 빛나는 배우들은 이 영화에서 빛을 제대로 발하지도 못하고 철저하게 조력자, 혹은 소모품으로 사용된다. 앞서 언급했던 ‘엄마’의 존재 역시 마찬가지다. 마동석은 한국 영화계에서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배우다. 그런 마동석만을 믿고 이 영화가 흥행할 것이라고 믿었다면 큰 오산이다. 한 영화의 스크린 독점으로 다른 영화들이 숨을 못 쉬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런 류의 게으른 영화가 계속 나온다면 차라리 똑같은 영화를 계속 보고 말겠다.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에디터 J: 1927년과 1977년,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두 아이의 여정은 선명하게 다른 온도로 교차하며 흘러간다. 1927년,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로즈의 이야기는 눈빛과 제스처, 이미지가 리듬감 있게 흘러가는 흑백의 무성영화 표현 방식을 빌려와 낭만적인 활기로 부드럽게 감싼다. 1977년, 상실과 그리움, 혼돈이 뒤섞인 심리를 반영하듯 벤이 도착한 뉴욕의 거리는 펑크 음악과 강렬한 색채의 빈티지 스타일이 무질서하게 혼재해 있다. 흑백과 무성, 컬러와 유성으로 구현한 두 대조적인 미장센을 통해 매혹적인 신비감을 조성하며 50년의 시차를 유려하게 넘나 든다. 불가사의한 동화 같은 이야기는 자연사박물관을 접점으로 서서히 좁혀 들기 시작한다. 클래식과 대중음악, 효과음을 활용한 사운드 디자인도 탁월하다. 음악은 상반된 두 시대의 공간감을 확장하고, 들을 수 없는 아이들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다만, 동화를 각색한 탓인지 순수한 결말로 향하는 이야기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에디터 W: 다른 시간,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소년, 소녀의 인연을 그린 [원더스트럭]에서, 토드 헤인즈 감독은 엄청난 모험을 감행했다. 더 화려한 영상, 더 웅장하고 멋진 소리를 일부러 창조하는 이 시대에 영화의 반 이상을 소리가 없는 흑백 화면으로 만든 것이다. 영상과 소리의 완전한 차이는 1920년대와 1970년대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소녀와 소년 모두 청각 장애를 가진다는 설정도 시각적 정보에 더 집중하게 한다. 다만 시각적으로 황홀한 만큼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거나, 다음이 궁금할 만큼 긴장감 있지 않았던 점은 아쉽다. 평가와 별개로, 이 영화로 데뷔한 밀리센트 시몬스는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앞으로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해 본다.

 

에디터 H: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뒤엉킨 실타래를 조심스럽게 풀어내듯 차분하게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 어린 아이인 벤과 로즈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5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두고 이 아이들이 어떤 사건을 겪게 되는지, 더불어 서로 어떤 관계인지에 관하여 천천히 한 꺼풀씩 벗겨나가는 느낌이다. 영상은 한 편의 긴 동화를 보는 듯했고, 배역들의 특성에 맞물려서 그런지 사운드트랙도 좋아서 영화 관람에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내용의 반전이 예상 가능한 정도여서 클라이맥스여야 할 부분에서조차 잔잔하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감성을 자극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에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