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한동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독점한 극장가에 슬슬 다양성을 앞세운 영화가 연이어 선보인다. 그동안 마땅히 볼만한 영화를 찾지 못했다면, 다큐멘터리부터 전기 영화, 로맨스, 코미디 등 다양한 개성으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유럽 영화 5편을 소개한다.

 

 

 

 

파리 오페라 –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의 생생한 뒷모습

 

이미지: ㈜더쿱

 

오페라, 발레, 클래식 등 공연 문화를 즐긴다면, 화려한 무대가 나오기까지 과정을 담아낸 [파리 오페라]를 지나칠 수 없다. [파리 오페라]는 권위 있는 공연예술극장으로 인정받는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의 2015~2016 시즌 비하인드 스토리를 폭넓은 시선에서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단순히 한 편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준비 과정을 담아내는데 그치지 않고, 경영진부터 제작진, 스탭, 출연진 등 바스티유 극장을 움직이는 모든 구성원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관객의 입장에 있었을 땐 몰랐을 무대 밖 이야기는 역시 흥미롭다. 거대한 무대에 소를 올리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 부푼 꿈을 안고 파리로 입성한 러시아의 젊은 성악가, 공연이 끝난 후 페인트로 얼룩진 무대를 정리하는 스탭 등 백스테이지 풍경은 완벽한 무대를 나오게 하는 열정과 치열한 노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또 한편으로는 시즌 개막을 앞둔 초청 셀럽 선정, 임금 문제가 촉발한 파업 위기, 비싼 관람료를 두고 벌이는 열띤 논쟁 등 바스티유 극장의 일상적인 모습을 비추며 관객과의 거리를 좁힌다. 무대 밖 치열한 움직임을 쉴 새 없이 뒤쫓는 [파리 오페라]는 파리 국립오페라 발레단의 뒷이야기를 담아낸 [라 당스]를 떠올리게 한다.

 

 

 

청년 마르크스 – 공산당 선언이 나오기까지

 

이미지: 와이드 릴리즈㈜

 

[청년 마르크스]는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카를 마르크스의 젊은 시절을 그린 영화다. 그가 쓴 글을 직접 읽어보진 않았더라도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 마르크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화는 가난한 젊은 사상가 마르크스가 프리드리히 엥겔스를 만나 이후 노동운동의 변혁을 주도한 공산당 선언을 발표하기까지 여정을 담아냈다. 죽은 나뭇가지를 줍는 사람들을 무참하게 짓밟는 오프닝은 공산주의 이념이 태동할 수밖에 없는 가혹한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영화는 마르크스를 주축으로 그의 사상은 물론 경제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는 엥겔스와 부유한 귀족에서 마르크스를 택한 부인 예니, 그리고 노동자들의 척박한 삶과 자본주의 사회에 변화를 꾀하려는 사상가들을 포진해 위기와 갈등, 불합리한 현실을 안정감 있게 풀어낸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마르크스를 둘러싼 이야기를 한 번에 담으려다 보니 사상가로서 고뇌의 깊이는 다소 부족하다. 그럼에도 엥겔스가 마르크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단에 올라 공산당 선언을 발표하고 노동자의 단결을 외치는 장면은 가슴 한편을 뜨겁게 지핀다. 시대는 달라도 경제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재에 그가 남긴 사상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 아닐까.

 

 

 

트립 투 스페인 – 세 번째 먹방 유럽 여행

 

이미지: 찬란

 

영국, 이탈리아에 이어 이번에는 스페인으로 떠났다. [트립 투 스페인]은 마이클 윈터버텀 감독과 스티브 쿠간, 롭 브라이든이 펼치는 수다스러운 미식 여행 세 번째 영화다. ‘트립 투’ 시리즈는 눈요기만 자극하는 먹방 여행에서 탈피해 문학과 철학, 문화, 인생을 아우르는 지적이고 유쾌한 여행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왔다. 여느 때처럼 이번 여행도 글을 쓰기 위해 시작된다. 육아에 지쳐가던 롭은 스티븐의 제안을 단숨에 받아들여 스페인으로 향하는 페리에 올라타 산탄데르, 그라나다, 말라가를 여행한다. 두 사람은 스페인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지역과 레스토랑을 탐방하며 서로에게 좋은 여행 동반자가 되어준다. 특히 영화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돈키호테는 인생의 절정은 지났지만 여전히 자유로운 몽상가 기질이 다분한 두 주인공과 맞닿아 있다. 이는 엔딩으로도 이어지며 그들의 여정이 끝나지 않을 것을 암시한다. 이번에도 특유의 성대모사 대결과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농담 섞인 대화가 쉴 새 없이 이어지며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다만 맛있는 먹방과 아름다운 풍경에 목적을 둔다면, 두 남자의 끊임없는 수다는 다소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다.

 

 

 

케이크메이커 – 상처와 경계를 허무는 치유의 디저트

 

이미지: 알토미디어(주)

 

[케이크메이커]는 디저트를 매개로 상처 입은 사람들의 관계 회복과 치유를 그려낸 영화다. 연인을 잃은 독일 남자 토마스가 전 연인이 살았던 예루살렘으로 찾아가 남편을 잃은 여인 아나트를 만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가는 과정을 섬세한 연출로 담아냈다. 영화는 달콤한 뉘앙스의 제목과 달리 다층적인 구성과 대담하고 도발적인 설정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각자의 상처는 역사, 종교, 문화, 정체성이 맞물려 퍼즐 조각처럼 다채로운 이야기를 형성하며 감정적인 몰입을 끌어낸다. 흥미로운 스토리만큼이나 디저트를 사용하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베이킹 과정과 디저트는 하나의 서사를 이루며 시각적인 향미를 돋우는데 그치지 않고 인물의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역할을 한다. 편견과 한계를 뛰어넘는 두 남녀의 사랑은 깊은 여운을 남기며, 영화를 보고 난 후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의 맛이 궁금해질지 모른다.

 

 

 

세라비, 이것이 인생! – 흥 넘치는 대환장 결혼식

 

이미지: ㈜디스테이션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행복한 결혼식을 완성하기 위한 웨딩 플래너 맥스의 고군분투를 유쾌한 웃음으로 그려낸 영화다. 17세기에 지어진 아름다운 고성에서 열리는 특별한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손발 안 맞는 직원들 때문에 돌발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고, 까다로운 의뢰인은 무섭게 지켜보며 요구사항을 늘린다. 베테랑 웨딩 플래너 맥스는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최악의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영화는 여러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확고히 드러내며 시종일관 유쾌하게 질주한다. 국내에서도 흥행 대박을 터뜨린 [언터처블: 1%의 우정] 제작진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코미디로, 명성에 걸맞은 웃음보를 확실히 책임진다. 프랑스 개봉 당시 8주 동안 박스오피스에 머무르며 흥행에 성공했으며, 세자르영화제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