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할리우드는 영화와 TV 업계의 뉴스가 쏟아졌다. 지난 8일 개막한 칸 영화제에서 영화인들은 인터뷰와 행사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발언을 남겼다. 특히 케이트 블란쳇, 아녜스 바르다 등 여성영화인 82인이 칸 영화제의 남성 중심적 경향을 비판하며 레드카펫 행진을 벌여 업계 관계자와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TV 분야에서는 13일(현지시각)부터 진행되는 TV 업프런트(광고주에게 다음 시즌 편성을 공개하는 행사)를 앞두고 각 드라마의 다음 시즌 제작 여부가 발표되면서 배우, 제작진, 팬들 모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특히 Fox의 [브루클린 나인 나인]이 캔슬되자 팬들이 SNS로 결정에 항의하며 드라마를 살려내라는 캠페인을 벌였고, 결국 NBC에서 다음 시즌을 제작하기로 확정했다. 그 외에도 주목할 만한 발언과 사건으로 가득했던 한 주간의 할리우드를 살펴본다.

 

나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고 생각했다.
– 조지나 채프먼 (하비 와인스틴 전 부인)
출처: 조지나 채프먼 인스타그램 (@georginachapmanmarchesa)

패션 브랜드 마르케사의 디자이너이자 하비 와인스틴의 전 부인 조지나 채프먼이 작년 10월 와인스틴의 성폭력 폭로 기사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심경을 고백했다.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채프먼은 기사를 보고서야 와인스틴이 어떤 일을 하고 다녔는지 알았다고 말했다. 처음 기사가 나왔을 때 자신을 만났을 때보다 더 오래전 일어난 일이라 쉽게 판단할 수 없었지만, 후속 기사가 나오고 사건이 점점 확대되자 남편이 성폭력을 일삼는 사람인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채프먼은 기사가 발표된 뒤 며칠 후 하비 와인스틴과 이혼을 선언했으며, 사람들의 눈을 피해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다시 런던으로 이주했다. 마르케사는 브랜드 명성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시상식 시즌 동안 스타들에게 단 한 벌도 협찬하지 않았다.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조지나 채프먼은 전 남편의 범죄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채프먼을 변호했다. 와인스틴 성폭력의 피해자인 로렌 시반 또한 조지나 채프먼의 말을 믿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시반은 채프먼이 기사가 나오자마자 남편을 떠났고 피해자에게 사과했으며, 와인스틴의 잘못 때문에 채프먼을 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출처: Vogue

 

 

[다크 나이트] 3부작의 정체성은 악당이 결정한다.
– 크리스토퍼 놀란
출처: 워너브라더스코리아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3부작은 현재 가장 사랑받는 배트맨 시리즈이자 슈퍼히어로 시리즈의 교본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칸 영화제에서 진행한 대담에서 오랜만에 배트맨 시리즈에 대해 발언했다. 그는 자신의 3부작은 각각 장르가 다르다고 생각했으며, 그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주인공 배트맨이 아닌 각 영화의 악당이라고 밝혔다. [배트맨 비긴즈]는 멘토에서 적이 된 핸리 듀카드를 내세움으로써 배트맨의 기원에 철저히 집중했고, [다크 나이트]는 마이클 만 감독 영화의 형태를 빌린 범죄 드라마이며 조커는 테러리스트이자 혼란을 가져오는 존재라 규정했다. 마지막으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군대를 이끄는 베인이라는 존재로 구축한 대하드라마였다.

놀란은 자신이 처음부터 3부작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며, 13년 전 자신이 워너 브라더스와 계약을 했을 땐 속편을 찍을 계획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조금씩 다른 면에 대해 다루기 위해 각 영화마다 다른 장르와 다른 빌런을 내세우는 선택을 했다고 덧붙였다.

 

출처: Variety

 

 

아직 안 죽었음.
– 테리 길리엄
출처: 테리 길리엄 트위터 @TerryGilliam

테리 길리엄 감독은 [몬티 파이튼] 시리즈 이후 [12 몽키즈],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는 물론 무대 연출까지 도전하며 컬트적 명성을 쌓았다. 그런 그가 20년 동안 매달린 돈키호테 프로젝트,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가 올해 칸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20년 간 수없이 엎어지면서 참 어렵게 만들어온 영화는 마지막에도 암초를 만났다. 테리 길리엄과 함께 영화를 기획한 프로듀서 파올로 블랑코가 자신의 허락 없이는 영화를 상영할 수 없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칸 영화제는 길리엄 감독과 작품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폐막작을 다시 선정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지난 8일 길리엄 감독이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래도 행운의 여신이 길리엄 감독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은 듯하다. 법원은 블랑코가 제기한 소송을 각하했고, 칸 영화제는 폐막작을 예정대로 상영할 수 있게 됐다. 길리엄 감독 또한 트위터로 자신이 회복되었으며 폐막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소식을 전했다.

 

출처: Indiewire

 

 

배트맨을 죽이진 않을 거라고 약속한다고요!
– 제임스 건
출처: IMDB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제임스 건 감독이 농담처럼 뱉은 한 마디 때문에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건이 밝힌 스토리에 따르면, 얼마 전 공항에서 가십매체 TMZ와 마주쳤고 기자에게 배트맨을 가디언에 넣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기자가 “배트맨을 죽일 거냐?”라고 묻자 “배트맨을 죽이는 거야 쉽지.”라고 말했고, “어떻게 죽일 거냐?”라는 질문에는 “옥상에서 던질 거다.”라고 대답했다. TMZ가 그 대화를 기사로 내보내자 팬들이 분노했고 제임스 건 감독은 각 SNS로 욕설과 모욕적 내용의 메시지를 받기 시작했다. 건은 SNS에 자신이 받은 메시지를 게시하고 자신의 말은 농담이었을 뿐이니 제발 진정하라고 말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출처: 제임스 건 인스타그램 @jamesgunn

 

 

영화가 끝나고 무대인사를 하는 줄 알았어요.
– 스티븐 맥필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작가)
출처: 소니픽쳐스코리아

톰 홀랜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스파이더맨으로 출연할 때부터 실수로 영화 내용을 흘린 적이 많았다. 스포일러를 유달리 조심하는 마블 영화 내용을 자꾸만 발설하고 다녀서 ‘스포일러 대마왕’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다. 그런 그가 또 한 번 실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일 로스앤젤레스 아크라이트 시네마 할리우드 지점에서 팬들과의 무대 인사 중 영화 말미에 스파이더맨이 어떻게 되는지를 말한 것이다. 문제는 영화 상영 전에 무대 인사를 가져서, 관객들은 영화를 보기 직전에 대형 스포일러를 당한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적으로 톰 홀랜드의 잘못은 아님이 밝혀졌다. 함께 행사에 참석한 [인피니티 워] 작가 스티븐 맥필리가 자신들이 무대 인사를 영화가 다 끝난 후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고, 톰에게도 그렇게 알려줬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사건은 톰 홀랜드의 명성(?)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예로 남게 됐다.

 

출처: Yah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