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Twentieth Century Fox Film

 

1. 놀랍게도 이 영화는 ‘가족 영화’가 맞다. 단지 가족들과 함께 봐도 되는 그런 영화가 아닐 뿐이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부모님 손 붙잡고 함께 보겠다고 하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1-1. [데드풀 2]가 흘러가는 방향은 [그것만이 내 세상], [레슬러], [챔피언]과 비슷한데, 신기한 점은 오히려 [데드풀 2]가 더 ‘가족 영화’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데드풀의 연인 바네사와 불주먹 꼬마 러셀이 아주 큰 역할을 한다.

 

1-2.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찔끔 나올뻔했다. 부끄럽지 않다. 원작자 롭 라이펠드도 영화를 보다가 울었다고 했으니까.

 

2. 원작과 전작의 매력을 고스란히 옮겨왔다.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 정신없이 웃기다. ‘merc with a mouth’의 멈출 줄 모르는 조동아리는 전작보다 더 열일한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데드풀]이 “십수년 노하우의 원조 맛집”의 느낌이라면, 이번 영화는 “대체로 다 맛있는 뷔페”의 느낌.

 

2-1. 1편보다 2편이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업계 정설을 깨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신선함이 떨어지니 양과 질로 승부했고, 이 승부수가 잘 먹혔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병맛’ 컨셉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가 낭떠러지로 떨어진 [킹스맨] 시리즈와는 다르다.

 

2-2. 아쉬운 점은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유머 코드가 제법 등장한다는 것이다. 전편은 대체로 셀프 디스와 19금에 집중된 반면, [데드풀 2]는 국적, 서브컬처 레퍼런스 등 다양한 코드를 가지고 쉴 새 없이 터진다. 제 아무리 영어가 능숙하고 미국, 캐나다 문화를 오랫동안 접한 사람이라도 한 번만 보고서는 이 영화에 담긴 모든 개그를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다(그러므로 우리 모두 N차를 찍자). 현지인들에겐 유머의 타율이 굉장히 높겠지만,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3. 그래서 [데드풀 2]을 번역한 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자막을 보면 이 사람이 얼마나 번역에 공을 들이고 머리를 쥐어 싸맸을지 눈에 훤히 보일 정도다. 뿐만 아니라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보여주었던 신선한 자막과 마찬가지로 [데드풀]의 자막에도 참신함이 돋보인다. 단순히 oo 하나 바꿨을 뿐인데, 그 차이가 해당 장면을 살렸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3. 액션 시퀀스의 연출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킬 빌], [존 윅]의 액션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의 액션 시퀀스가 마음에 들 것이다. 섬세한 동시에 찰지고 박진감이 넘친다. 그리고 전작보다 훨씬 더 잔인하다. 고어 장르까진 아니고 “으으…”하면서 볼 수 있는 수준. [존 윅], [아토믹 블론드]를 연출하면서 주목받은 스턴트맨 출신 감독 데이빗 레이치가 데드풀스러운 액션을 잘 살렸다.

 

4. 페니와이즈, 올드 스파이스 cf 아저씨, [아이언 피스트] 취권 아저씨, 투명인간 아저씨, 그냥 아저씨가 모인 엑스포스는 짧고 굵게 활약한다.

 

5. 캐릭터 활용은 대체로 평이한 느낌이다. 크게 아쉽지도, 크게 좋지도 않은 느낌?

 

6. 깜짝 놀랄만한 카메오들이 등장한다. 전작에서 제작비 없다고 그렇게 투덜대더니 드디어 폭스가…

 

7. 쿠키영상 꼭!! 보셔야 한다!! 정말 역대급. 화장실을 가고 싶더라도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서는 안 된다.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기 직전에 짤막한 쿠키 하나, 크레딧 중간쯤에 긴 쿠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