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작가들에게 할리우드의 부름은 꿈과도 같은 일이다. 그러나 소설이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내용이 그대로 보존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원작자의 혼이 담긴 작품이 재구성을 거치면서 그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영화 산업뿐만 아니라 예술산업에서 허다한 일이다. 이런 경우에 해당 작품은 원작자에게 그저 아픈 손가락 정도로 남는 경우도 있지만, 법정으로 향하는 심각한 사례도 있다. 감독과 관객이 사랑한 작품일지라도 원작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흥행과 비평을 모두 거머쥐었지만, 유일하게 원작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1. 메리 포핀스, Mary Poppins (1964)

이미지: 동아흥행(주)

 

‘메리 포핀스’ 저자 P.L. 트래버스와 월트 디즈니의 불화는 익히 유명해서 [세이빙 MR. 뱅크스]라는 영화로 제작되었을 정도다. 월트 디즈니는 ‘메리 포핀스’ 소설에 푹 빠진 어린 딸들을 위해 20년간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소설의 판권을 손에 쥐었는데, 트래버스가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다는 조건이 포함된 계약이었다.

 

트래버스는 애니메이션 시퀀스를 비롯한 영화의 전반적인 부분에 굉장히 불만족스러워했다. 그녀는 종종 제작 회의 분위기를 격하게 만들면서 프리미어 시사회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디즈니 임원진에게 사과를 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초대장을 받은 그녀는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트래버스는 디즈니를 찾아가 애니메이션 부분을 편집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그녀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녀는 영화화된 자신의 작품을 끔찍하게도 싫어해서, 추후 뮤지컬 제작에 “영화에 관여한 그 누구도 참여해서는 안된다”는 조건까지 걸었다고 한다. 자신의 유서에도 이를 언급했다고 하니, 정말 어지간히도 싫었던 모양이다.

 

 

2.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1994)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포레스트 검프]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수많은 트로피를 거머쥐고 미국 의회 도서관에 영구보존된 작품이다. 흥행과 비평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지만, ‘포레스트 검프’의 저자 윈스턴 그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에는 실패했다.

 

일단 돈이 문제였다. 그룸은 영화 순수익의 일부를 받기로 되어있었으나, 파라마운트가 영화가 수익을 올리기는커녕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자 소송을 걸었다. 반면 톰 행크스와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는 총수익의 일부를 받기로 계약하면서 각자 4000만 달러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그룸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으며,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했다.

 

윈스턴 그룸은 특히 포레스트 검프 캐릭터의 변화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소설 속 검프는 서번트 증후군을 앓았고 종종 욕설도 사용한 것으로 묘사되었지만, 영화에서는 다르게 묘사되자 그룸은 “영화가 거친 부분들을 몽땅 제거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그는 ‘포레스트 검프’의 속편을 쓰면서 맨 앞장에 “누구도 당신의 삶을 영화로 만들지 못하게 하라”라고 적었다고 한다.

 

 

3. 샤이닝, The Shining (1980)

이미지: Warner Bros. Pictures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은 역사상 최고의 공포 영화로 평가받는 동시에 팝 컬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세기의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이지만, 원작자 스티븐 킹은 “[샤이닝]은 자신의 소설을 영화한 작품 중 최악의 작품”이라고 평가하면서 자신이 유일하게 ‘혐오한’ 작품이라고 칭했다.

 

스티븐 킹이 [샤이닝]을 싫어한 주된 이유는 주요 인물들의 변화와 귀신 들린 집이라는 소설의 콘셉트가 약화되어서였다. 소설 속 잭 토렌스는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가 결국 미쳐버렸지만 본질은 선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영화에서 ‘귀신 들린 집’의 영향을 약화시키면서 잭이 불만 많은 작가에서 사이코패스로 변화하는 과정도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그를 비호감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스티븐 킹은 잭 니콜슨의 캐스팅에도 불만이 많았다. 그는 관객들이 [뻐꾸기 둥지 위를 날아간 새]에서 맥 머피로 등장한 잭 니콜슨이 결국 미쳐버린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챌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잭 토렌스의 아내 웬디에 대해서는 “영화 역사상 가장 여성 혐오적인 캐릭터다. 그녀는 그저 영화 속에서 멍청하게 굴고 소리 지를 줄 밖에 모른다. 나는 그런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낸 적이 없다”라고 표현했다.

 

 

4. 초콜렛 천국, Willy Wonka and the Chocolate Factory (1971)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로알드 달은 자신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들을 굉장히 업신여기면서 혐오했던 것으로 악명 높다. 1990년 [마녀와 달]을 “끔찍하게 형편없는 작품”이라고 맹비난했으며, 자신의 소설 ‘찰리와 초콜렛 공장’을 영화화한 [초콜렛 천국]을 가장 싫어했다고 전해진다.

 

진 와일더 주연 [초콜렛 천국]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개봉 당시 흥행에는 실패한 작품이지만, 이후 VOD 발매 등으로 크게 수익을 올렸다. 로알드 달은 영화 개봉 이후 관련 행사 등에서 완벽히 손을 뗐다. 영화는 달이 각본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서 부분적으로 수정 작업에 들어갔는데, 달은 거기에 불만을 가졌다. 특히 그는 찰리가 아닌 윌리 웡카에 초점이 맞춰진 것에 불만이 컸다고 한다.

 

로알드 달 박물관 및 동화 센터의 이사 리즈 아텐보로는 그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찰리의 이야기로 여겼다고 이야기했다. 달은 진 와일더가 아닌 스파이크 밀리건이 윌리 웡카를 연기하길 바랐다고 한다. 그는 진 와일더가 “과도하게 밝고 통통 튀는 배우”이며 그의 캐스팅은 허세로 가득 찬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차기 소설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는 애석하게도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없을 예정이다. 로알드 달이 그 누구도 영화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5. 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 (2007)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리처드 마테손의 소설 ‘나는 전설이다’는 [지상 최후의 남자](1964), [오메가 맨](1971), [아이 엠 오메가](2007) 등으로 여러 번 영화화가 된 작품이다. 가장 최근에 영화화된 윌 스미스 주연 [나는 전설이다]는 흥행과 비평을 모두 손에 쥔 작품인 동시에 2007년 가장 크게 흥행한 작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마테손은 이 작품들을 전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테손은 [지상 최후의 남자]를 두고 “원작 반영을 충실히 했지만 실망스러운 작품”이라고 평가하면서 빈센트 프린스의 캐스팅이 잘못되었다고 했다. 또한 [오메가 맨]은 “원작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라 신경도 쓰지 않았다”라며 혹평을 남기기도 했다.

 

윌 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 제작 발표된 당시, 마테손은 “할리우드가 내 작품에 매혹되었으면서 단 한 번도 내가 쓴 대로 만들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전설이다] 역시 마테손의 소설 결말과는 전혀 다른 결말로 완성되었는데, 테스트 스크리닝 당시 좋은 평가를 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6. 아메리칸 사이코, American Psycho (2000)

이미지: 이십일세기엔터테인먼트

 

브렛 이스턴 엘리스도 자신의 소설이 영화화된 작품들의 팬은 아니었다. 그가 유일하게 찬사를 아끼지 않은 작품이 [뒤로가는 연인들] 뿐이었으니, 2000년에 개봉한 크리스찬 베일 주연 [아메리칸 사이코]를 마음에 들어했을 리 없다. 아무리 흥행과 비평에 성공한 작품임에도 말이다.

 

그의 비판은 ‘아메리칸 사이코’가 영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작품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엘리스는 “[아메리칸 사이코]의 문제는 원작이 굉장히 애매한 서사로 진행되지만 영화라는 콘텐츠는 명확한 답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영화도 얼마든지 애매모호한 연출이 가능하지만, 이미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다. 시각적인 해답을 준다는 의미다”라면서 영화가 인간의 상상력을 방해하기 때문에 소설에서 느낄 수 있던 재미가 반감된다고 이야기했다.

 

 

7. 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1971)

이미지: Warner Bros.

 

[시계태엽 오렌지]는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스탠리 큐브릭의 최고작이라고 평가받는다. 안소니 버제스의 원작 소설 역시 20세기 최고의 영국 소설로 꼽히는 작품이다. 소설과 영화가 그린 내용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었지만, 놀랍게도 원작자 안소니 버제스가 한마디를 더하면서 논란을 가중시켰다.

 

버제스의 가장 큰 후회는 애초에 그런 내용의 소설을 쓴 것이었다. 그는 살인과 강간을 일삼는 알렉스 드라지와 그의 무리가 팝 아이콘으로 변모한 것에 경악했다. 버제스는 “나를 대표하는 이 작품은 내가 가장 잊고 싶은 작품이다. 내가 25년 전 그저 돈을 위해 삼주 만에 쓴 작품이 섹스와 폭력을 미화하는 영화의 근본이 되었다. 이 영화는 독자들에게 잘못된 해석을 선보였고, 이 잘못된 해석은 죽을 때까지 나를 괴롭힐 것이다. 애초에 이런 책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8.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2005)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앨런 무어는 항상 자신의 작품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들을 박하게 평가하는 작가다. “왓치맨 같은 작품을 쓸 적엔 코믹스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는 전혀 다른 장르다”라고 평소에도 주장해왔으니, 영화로 만들어진 자신의 작품을 싫어했다는 사실이 놀랍지는 않다. 심지어 단 한 작품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무어는 특히 2006년 나탈리 포트만, 휴고 위빙 주연의 [브이 포 벤데타]에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각본의 디테일에 불만이 많았는데, 주변인들은 무어에게 ‘무정부주의’라는 코믹스의 주제가 굉장히 중요했다고 한다. 무어는 “파시즘과 무정부주의라는 단어는 영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조지 부시 시대’에 살면서 정치적 풍자조차 할 수 없는 소심한 사람들을 그려냈다”라고 영화를 맹비난했다. 거기에 각본가들이 게을러서 영국인들이 아침에 뭘 먹는지조차 조사하지 않았다며 쓴소리까지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