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때때로 삶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일상에서 벗어난 낯선 시도는 두렵기도 하지만, 결과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선택의 순간이 삶에 미칠 영향력을 알고 있다. 남들이 보기엔 무모해 보일지라도 스스로가 원하는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이미지: 판씨네마㈜

 

[스탠바이, 웬디]는 세상과 소통이 어려운 자폐 증상을 가진 웬디가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꿈을 위해 모험을 감행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역 시절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아온 다코타 패닝이 스스로와 약속한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웬디를 연기하고, ‘섹스와 사랑’이라는 주제를 유쾌한 언어와 섬세한 연출로 담아낸 영화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의 벤 르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웬디의 FM적인 생활 방식은 영화 초반 일목요연하게 소개된다. 월요일부터 일요일에 이르기까지 매일 색상별로 정해놓은 옷을 입고, 꼼꼼하게 정리된 시간표에 따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공동생활 규칙을 지키며 틈틈이 ‘스타 트렉’ 시리즈의 시나리오를 쓴다. 어린 시절부터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은 웬디는 규칙을 엄격하게 지키면서 스스로를 통제하는 법을 배워간다. 웬디는 이 모든 것을 지키면서 ‘스타 트렉’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되어 조카 ‘루비’를 만나는 꿈을 꾼다. 다른 이에게는 어렵지 않은 도전과 희망사항일지라도 늘 같은 일상도 작은 모험이 되는 웬디에게는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웬디는 두 가지 꿈이 좌초될 위기가 닥치자 거듭 고민한 끝에 꼼꼼하게 에워싼 틀을 깨기로 한다. 우편 접수 마감 시한이 급박한 시나리오 공모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LA로 직접 떠나기로 한다. 영화는 처음으로 홀로 세상 밖으로 나서는 웬디의 여정을 집중해서 담아낸다. 사실 그 여정이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지금껏 좁은 틀 안에 갇혀 있던 웬디가 마주칠 세상의 민낯은 뻔하다. 무심한 사람들은 웬디의 내적 고통을 알아채지 못하고, 또 이기적인 사람들은 영악하지 못한 웬디를 노린다. 때로는 친절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처음 내디딘 세상은 시련을 더 많이 안긴다.

 

 

이미지: 판씨네마㈜

 

그렇다고 웬디가 마주한 가혹한 현실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 영화는 때마다 찾아오는 시련에 함몰되지 않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 듯 용기를 돋우는 웬디의 모습에 주목한다. 다코타 패닝은 절제된 연기로 자폐 여성의 모험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게 한다. 허구의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웬디가 전하고자 하는 시나리오가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응원의 마음이 들며 웬디가 내딛는 발걸음에서 시선을 거둘 수 없다. 어쩌면 다소 뻔하고 밋밋한 이야기임에도 따뜻한 시선에서 그려낸 진심은 영화의 미덕으로 작용한다.

 

웬디는 ‘스타 트렉’ 시나리오를 쓰며 현실과 소통하고 감정을 표현한다. 인간적인 매력이 다분한 커크와 감정보다 이성에 충실한 스팍은 오래도록 감정 제어에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한 웬디의 내면을 닮았다. ‘스타 트렉’은 격리된 세계에 갇힌 웬디가 정체성을 정립하고, 세상 밖으로 나설 수 있는 용기의 근원인 셈이다.

 

영화는 웬디의 성장을 담아내는데 그치지 않는다. 불안정한 자아가 외부와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도 함께 담아낸다. 그중 막다른 골목길에 몰린 웬디에게 다가서는 경찰의 태도는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경찰의 접근 방식은 영화가 전하고 싶은 또 다른 이야기다.

 

[스탠바이 웬디]는 마음으로 와 닿는 영화다. 팬픽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해도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새롭지 않으며,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도 상투적이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만을 보기에는 소박한 행복과 용기의 가치를 전하는 웬디의 여정은 지지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 덧붙여 웬디의 사랑스러운 반려견 피트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는 재미를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