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콘텐츠 소비 욕심은 끝이 없다. 미드와 영드, 혹은 중드나 일드만으로는 부족하다. 비슷한 이야기만 쏟아내는 미드는 이제 슬슬 지겹기도 하다. 이럴 때 넷플릭스의 좋은 점은 세계 각국의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매달 꼬박꼬박 결제하고 이용하는 넷플릭스는 다양성 면에서 콘텐츠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셈이다. 낯선 언어는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긴 해도, 가만 보면 한드 못지않은 막장 요소 다분한 해외 드라마는 계속해서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하는 매력이 다분하다. 언어와 국가 장벽 때문에 미드 외 해외 드라마를 시도하지 못했다면, 먼저 본 에디터가 각양각색 해외 드라마를 소개한다.

1. 스페인 – 종이의 집(La casa de papel)

이미지: 넷플릭스

최근 두 번째 파트가 공개된 [종이의 집]은 케이퍼 무비에 드라마틱한 멜로가 녹아든 드라마다. 개성 강한 범죄자들이 스페인 조폐국을 상대로 벌이는 기상천외한 범죄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다. [종이의 집]은 웬만한 미드 못지않은 몰입도를 자랑한다. 등장인물 개개인의 독특한 매력에 범죄자-경찰-인질 사이에 뒤섞인 러브라인이 더해져 범죄극 이상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한 교수의 허를 찌르는 반전은 한번 빠지면 끝까지 달리게 하는 중독성이 강하다. 넷플릭스는 스페인에서 방영된 70분 15부작 드라마를 미드식 템포에 맞춰 40~50분 총 21개 에피소드로 쪼개어 파트 1, 2를 차례로 공개했다. 2019년 세 번째 시즌을 공개할 예정이다.

2. 브라질 – 부패의 매커니즘(The Mechanism)

이미지: 넷플릭스

영화 [내부자들]을 흥미롭게 봤다면, 실제 스캔들에 모티브를 얻은 [부패의 매커니즘]을 권한다. 뿌리 깊은 정경유착 비리를 추적하는 수사 드라마로 국영 석유기업과 건설회사, 정치권이 결탁한 브라질 최대 부정부패 스캔들을 다룬다. 일명 ‘세차 작전’이라 불리는 스캔들은 환전상을 이용해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나 브라질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드라마는 후푸와 베레나 두 형사를 중심으로 10년에 걸친 집념의 수사를 사실적이면서도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수사기관에서 하부조직이라 할 수 있는 형사가 부딪히는 무소불위 권력은 이들의 수사가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드라마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부정부패의 세계를 응징하는 통쾌한 결말을 안겨줄까? 45분 내외의 8부작 에피소드라 더욱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3. 브라질 – 3%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 최초의 브라질 오리지널 시리즈 [3%]는 얼핏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전체 인구의 오직 3%만이 ‘외해(better side)’라 불리는 지상낙원으로 갈 수 있는 세상에서 만 20살이 되는 가난한 내륙의 젊은이들이 갖가지 관문으로 구성된 ‘절차’에 도전한다. 시즌 1은 사교성 제로 미셸리를 중심으로 절차 선별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지며, 최근 공개된 시즌 2는 105번째 절차를 앞두고 서로의 조직을 무너뜨리려는 외해와 내륙(게릴라 조직 ‘대외)의 팽팽한 대결을 선보인다. 빠른 호흡은 아니지만, 각 인물들의 배경과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흡인력을 선사한다.

4. 프랑스 – 산장의 비밀(The Chalet)

이미지: 넷플릭스

[산장의 비밀]은 폐쇄된 마을에서 벌어지는 실종과 죽음을 그린 6부작 미스터리 드라마다. 친구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마을 주민이 얼마 남지 않은 옛 고향에 모인 친구들의 휴가는 서서히 지옥으로 변해간다. 연이어 의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자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사람들 사이에 점차 의심이 쌓여간다. 드라마는 20년 전 갑자기 사라진 어느 한 가족과 당혹감에 휩싸여가는 현재를 교차하며 의혹을 증폭시킨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말이기에 허를 찌르는 반전은 약할 수 있어도, 모든 비극을 자초한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인간들의 모습에 혀를 내두를 것이다.

5. 독일 – 다크(Dark)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 최초 독일 오리지널 시리즈 [다크]는 방영 전부터 [기묘한 이야기]와 비교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트윈 픽스]에 보다 가까웠다. 드라마는 1953년과 1986년, 2019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어김없이 33년마다 되풀이되는 비극의 근원을 추적한다. 친구의 동생이 실종된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10대 요나스와 33년 전 동생에 이어 아들마저 잃은 형사 울리히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비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마을의 어두운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진다. 얽히고설킨 이기적인 선택과 이중생활이 낳은 비극은 막장 요소가 다분하지만, 그만큼 강한 흡인력으로 긴장을 유지한다. 2019년 두 번째 시즌이 공개된다.

6. 독일 – 베를린 스카이(The Same Sky)

이미지: 넷플릭스

베를린 장벽이 굳건했던 1974년 냉전시대 스파이의 활약을 그린 6부작 첩보 드라마다. 다만 첩보물이라고 해서 007 제임스 본드나 제이스 본을 생각하면 안된다. 그 당시 첩보 작전은 적의 기지에 몰래 잠입하는 게 아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포섭하는 것이었다. 즉, 호감을 사서 마음을 얻어내는 게 중요했다. [베를린 스카이]는 준수한 외모의 동독 요원 라르스가 정보를 빼내오기 위해 서독으로 파견되면서 시작한다. 그의 목표는 영미 연합군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이혼녀다. 그의 첫 임무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 시절을 디테일하게 재현한 미장센과 아침 드라마 못지않은 흥미진진한 막장 전개에 한번 빠져들면 멈추기 힘들 것이다.

7. 덴마크 – 더 레인(The Rain)

이미지: 넷플릭스

덴마크에서 온 [더 레인]은 빠른 호흡과 질척이지 않은 전개로 정주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드라마다.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섞인 비를 피해 살아남은 두 남매와 젊은 그룹의 생존을 향한 여정을 8부작 에피소드에 담아냈다. 드라마는 수년 동안 지하벙커에서 생존한 시모네와 라스무스 남매가 전직 군인 출신 마르틴이 이끄는 소그룹에 합류해 세상을 구할지도 모를 그들의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린다. 인정사정 없는 오프닝은 초반부터 강렬한 몰입을 선사하며 정체불명 비가 파괴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끌어들인다. 다만 진지한 성찰과 생존 의지를 기대한다면, 발 빠른 전개가 자아낸 구성은 헐겁고 맥빠지게 느낄 수도 있다.

8. 스웨덴 – 노르바카 살인사건(Fallet)

이미지: 넷플릭스

영국 형사와 스웨덴 형사의 엇박자 수사 공조를 드린 드라마다. 사건이라고는 자전거 도둑뿐이 없을 것 같은 스웨덴 소도시 노르바카에 영국 남성의 시체가 발견되자 각각 마지막 기회를 잡은 못 미더운 두 형사 톰과 소피가 지역 경찰과 한 팀이 된다. 드라마는 소심한 영국 형사와 성미 급한 스웨덴 형사가 무능력한 데다 눈치 없는 지역 경찰을 만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다. 매 에피소드마다 웃지 못할 난감한 상황이 연거푸 이어지지만, 신기하게도 사건과 점점 가까워진다.

9. 노르웨이 – 경계선에서(Borderliner)

이미지: 넷플릭스

노르웨이 범죄 드라마 [경계선에서]는 딜레마에 빠진 형사의 이야기다. 드라마는 고향에 온 니콜라이 형사가 석연찮은 자살 사건에 수사 참여를 요청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마치 [파고]처럼 계획에도 없던 상황과 불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탄탄한 긴장을 형성한다. 가족을 위해 공범자가 된 니콜라이와 그를 믿는 안니켄 형사의 아슬아슬한 관계와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선사하는 미스터리가 묵직하게 전개된다. 특히 매회 안쓰러운 고군분투를 펼치는 니콜라이를 연기한 배우 토비아스 산틀만의 리얼한 연기는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 된다.

10. 호주 – 롤라 앤 첼시(Wanted)

이미지: 넷플릭스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인질이 됐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돈가방을 들고 도주한다! [롤라 앤 첼시]는 상반된 성격의 두 여자가 얼떨결에 같은 배를 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거침없는 성격의 마트 직원 롤라와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회계사 첼시는 그들을 뒤쫓는 부패 형사와 살인청부업자를 피해 달아나면서도 끊임없이 충돌한다. 드라마는 쫓고 쫓기는 추적극 속에 점차 상대방을 이해하며 우정을 쌓고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낸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돈가방은 두 사람의 인생에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올해 세 번째 시즌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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