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수)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에 맞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허스토리]가 개봉한다. [허스토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아픔을 지닌 할머니들의 고통을 진솔하고 담담한 어조로 담아내 마지막까지 진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시사회 후 기자 간담회에서 영화를 만들기까지 감독의 고민과 이 영화가 사회에 바람을 몰고 오길 바란다는 참여한 배우들의 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기자 간담회를 정리한 글이다.

 

 

 

Q. 관부 재판이 영화화되기까지 과정은? (민규동)

A. 한 10년 전부터 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누가 보겠냐, 또는 힘든 이야기를, 불편한 이야기를 굳이 여러 질문들 속에서 많이 좌절했었습니다. 증언들을 연구하고 기록들을 보는 와중에 관부 재판의 기록을 알게 됐고요. 이 작은 승리의 기록이 왜 우리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을까 자세히 들여다보다 보니 큰 다른 서사가 있는 걸 발견하고, 영화로 만드는 게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고 과감히 시작을 했습니다.

 

 

Q. 영화화 긴 시간, 많은 사건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데, 어떤 점을 가장 중점에 뒀는지? (민규동)

A. 위안부 영화라고 하면은 보통 많은 사람들이 더 볼 것도 없고 들을 것도 없이 다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영화는 저희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잘 모르는 개별 할머니들의 더 구체적으로 다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명의 여성으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거짓말하기도 하고, 숨기도 하고, 도망가기도 하고 여러 인물들의 살아있는 모습들, 용기 내서 싸웠던 모습들을 보여주면 다가가기 힘들었던 위안부 할머니들, 정신대 할머니들에게 좀 더 다가설 수 있고, 좀 더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

 

 

Q.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를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김희애)

A.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부산 사투리가 저한테는 더 큰 압박으로 다가왔어요. 문장에도 억양이 있고… 저는 괜찮은 것 같은데. 고향이신 분들은 절대 아니라고, 이상하다고 그래서 보통의 스토리였으면 ‘이만하면 됐다’ 그러고 포기했을 텐데,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가짜처럼 보이면 극 전체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부산 사투리 선생님이 계셨거든요. 그분과는 거의 매일 만나서 하고 그분의 이모님, 이모님의 친구분들, 그분의 친구들, 아버님… 친숙하게 통화를 하고 많이 익숙하게 만들었는데, 아마 부산 분들이 들으시면 그래도 어색하실 테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했고, 후회는 없습니다.

 

Q. ‘박열’에 이어 의미 있는 작품에 출연한 소감은? (김준한)

A.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게 말 그대로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이 있어서요. 사실 처음에 시나리오 받았을 때, 폐를 끼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사실 들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이렇게 요청해 주신 건
네가 일원으로서 역할을 해 줬으면 한다, 할 만한 자격이 있다는 이야길 해주시는 것 같아서 용기를 내서 참여하게 됐고요. 작지만 열정 있는 많은 힘들이 모여서 좋은 작품이 탄생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Q. 내적인 감정 변화가 가장 많은 ‘정길’을 연기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는지? (김해숙)

A. 그분들의 아픔을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겁 없이 덤벼든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작업을 하면 할수록 그분들의 아픔의 깊이를 단 0.01%도 알 수가 없다는 생각에 굉장히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연기를 뭐 어떻게 해야 되겠다. 그런 것 자체가 오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동료 배우들께서도 열정적으로 뜨거운 마음을 해주셨고, 하루하루 잘 연명하면서, 그렇게 잘 버텼던 것 같습니다.

 

 

Q. 겉으론 강하지만 속으로는 아픔을 품은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하신 것이 있는지? (예수정)

A. 작품 보면서 인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몰랐던 역사 이야기니까 많이 다가가려고 노력은 했는데, 오늘 막상 영화를 보니까 이 안에서 뭐가 뭉글뭉글 올라오면서… 할머니들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분들의 용기가 제게 뜨겁게 다가와요.

 

 

Q. 촬영하시면서 다른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는지? (문숙)

A. 여기 같이 앉아있는 것 같지만 이분들은 40년 동안 이 자릴 지키신 분들이고, 저는 40년 동안 지키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제가 조금 나이가 많은 걸로 알고 있지만, 무조건 다 선배님으로 모시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분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면서, 배워가면서 하자 사실 제가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가슴아픈 것도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고, 또 연기 자체도 40년을 지켰던 분들과 대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림도 없는 일이고, 그래서 저는 저를 그냥 던졌습니다. 일단 나를 내려놓는 작업으로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Q. 영화 준비하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는지? (김희애)

A.  보셔서 아시겠지만 실존해 계신 분들의 이야기라서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그래서 더 하고 싶었고요. 그런데 시작하고 나니까 그게 또 굉장히 부담스러운 숙제였어요. 최선을 다해서 진짜처럼 보여야 되니까
그래서 문정숙 캐릭터에 가장 맞게 하려고 머리도 커트하고요, 안경도 끼고, 체중도 감독님이 10kg 불렸으면 좋겠다 해서 좀 찌웠어요, 10kg까진 아닌데… 감독님이 굉장히 완벽주의자세요. 일어를 석 달 전부터 막 외웠는데 조금 억양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바꾸세요, 살짝살짝, 그러면 이게 다 완전히 무너지는 거예요

 

 

Q. 매 작품마다 강렬한 캐릭터로 인상을 남기신다. ‘허스토리’ 캐릭터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이용녀)

A. 위안부 문제는 뉴스에 나오거나 신문에 나오거나 문제가 될 때마다 피하고 싶었어요. 내가 해결할 수도 없고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은 거, 너무 힘들기 때문에, 고통스러워서요. 대본으로 이걸 딱 받으니까, 더 이상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는 내 문제고, 우리나라의 문제고, 우리의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내가 어떻게 연기한다라기보다는 또다시 문제만 삼지 말고 해결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설명하는 것만이라도 내가 참여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역할이 이 아픔을 내가 느끼고 표현하기보다는 내가 현실에서 하듯이 잊어버리고 순간순간 생각이 나서 그 순간 아픔만 느끼는 그런 역할이라 난 좀 마음이 편했을 수가 있어요. 내가 평소에 좀 강해 보이고 이런 느낌들 때문에 이런 역할을 쉬이 안 주시는데 과감하게 좋은 역할을 주셔서 아주 즐겁고 행복하게 좋은 배우들과 하게 돼서 정말 기쁘고 좋고요. 이게 사회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나서 또 몇 년 후에 또다시 이야기가 안 나오도록 이게 바람을 일으키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Q. 여배우들이 많이 출연한 작품이다. 현장에선 어땠는지? (김해숙)

A. 현장에서 서로의 연기를 보면서 서로 굉장히 고통스러웠던 것 같아요. 저희가 아무리 해도 그분들의 아픔을 알 수가 없다는 생각에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한 분 한 분씩 자기의 모든 것을 던지는 그 모습들이 서로의 연기를 보고 견제하고 그런 것보다 매 씬 매 씬 보면서 서로 감동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는 저희 여배우로서는 너무 좋죠. 많은 여자배우들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요. 저희 영화가 가진 깊은 뜻을, 그런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Q. 여배우들이 많이 출연한 작품이다. 현장에선 어땠는지? (이용녀)

A. 똘똘 뭉쳐서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엄청난 것이었기 때문에 그럴 여지가 없었어요. 사실 위안부 문제는 남자들이 아무리 상상하고 아픔을 느낄래도 좀 어려워요. 여자들만이 아파할 수 있는 특별한 게 있거든요. 우리 여배우들도 나이들이 거의 비슷하고 한 세월 사신 분들이라 그거에 대한 아픔을 충분히 공감하고 느꼈기 때문에 서로 위로하고 바라고 해서 그런 것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Q.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나 장면은? (민규동)

A.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부끄러워서라는 지점이 20년 동안 가슴속에 옴짝달싹 못한 빚진 마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걸 그냥 시원하게 이야기한 대사가 마음에 들고요. 이런 영화 만든다고 뭐 바뀔 거냐는 질문이 쌍둥이 질문인데요. 세상이 꿈쩍 안 해도 우리는 조금은 바뀌니까 그게 세상이 바뀌는 큰 신호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그 두 대사가 전 제일 마음에 들어요.

 

 

Q. 마지막 소감 (김준한)

A. 할머니들이 목소리 높여주셨던 그 용기와 열정, 저희가 힘을 모아서 그걸 담아보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할머니들의 용기와 열정에 관심을 기울여주시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Q. 마지막 소감 (김해숙)

A. (관부 재판은) 이번 영화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부끄러웠어요. 많은 분들이 저희 영화를 사랑해 주셔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관부 재판에 대한 실화를 많은 분들이 알아가셨으면 좋겠고요. 한 여성으로서 일본에 맞선 그분들의 그 뜨거운 용기를 함께 나눠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