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지방선거가 있던 한 주였다. 모두들 투표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냈는지 궁금하다. 점점 날씨가 더워지는 6월의 셋째 주, 관객들의 관심을 끌 두 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의문의 죽음들을 수사하며 놀라운 진실을 발견하게 되는 성동일과 권상우 주연 [탐정: 리턴즈]와 메트 갈라에 선보여지는 1억 3000만 달러 가치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털기 위해 할리우드 톱 여배우들이 뭉친 [오션스8]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다른 매력을 가진 두 편의 팀 업 무비가 개봉한 가운데,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 중이라면 테일러콘텐츠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에디터 Jacinta: 강력한 한방은 없어도 소소한 재미는 느낄 수 있다. 3년 만에 돌아온 [탐정: 리턴즈]는 권상우-성동일 콤비에 이광수를 영입해 보다 확실하게 웃음을 노린다. 치밀하진 않아도 잔재미가 있었던 추리 요소는 줄었지만, 새롭게 합류한 캐릭터는 영화에서 필요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억지 설정과 자극적인 장면을 무의미하게 남발하지 않으면서, 웃음과 재미라는 목표 지점에 근접하게 도달했다 할 수 있다. 다만 ‘여치’라는 인물의 등장 전후로 선명하게 갈리는 극의 분위기와 속도감은 반감된 추리보다 더 아쉬움을 남긴다.
에디터 겨울달: [탐정: 리턴즈]는 1편의 많은 것을 이어받았지만, 1편을 보지 않아 시리즈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하고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탐정] 시리즈의 매력은 캐릭터에서 나온다. 다소 허술해 보이는 스토리도 캐릭터의 매력으로 잘 메워나간다. ‘대만’과 ‘태수’ 콤비의 이야기와 행동을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2편의 비밀병기는 역시 이광수다. ‘그냥 이광수’를 옮겨놓은 ‘여치형’의 표정 하나, 말 한마디에 웃음이 터진다. 추리보다는 캐릭터에 중점을 두고 본다면, 개그 코드가 영화와 잘 맞다면 [탐정]을 보며 쉴 새 없이 웃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띵양: [탐정: 리턴즈]는 ‘추리물을 가장한 코미디’라는 본인의 정체성을 잘 알고 있다. 이런 류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허를 찌르는 추리보다는 유머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탐정: 리턴즈]는 따라가기 쉽게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웃음 포인트 역시 적재적소에 추가해 관객들이 원하는 바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특히 ‘코미디 oo물’의 경우, 웃기지도 않는 슬랩스틱이나 억지 설정으로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 영화는 다행스럽게도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천만다행이다. 새로운 인물을 투입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마법의 라면 스프 같은 존재랄까? 강대만과 노태수의 개그 듀오를 이미 경험한 관객들에게 여치(이광수)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인물이다. 영화 후반부쯤부터의 웃음은 전부 그에게서 시작되었다 봐도 무방할 정도다. 물론 중간중간 “굳이 필요할까?” 싶은 장면들이 있었지만, 요 근래 개봉한 국내 영화 중 가장 대중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에디터 Jacinta: [오션스8]은 매끈하게 잘 빠진 상업영화다.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면 어떠랴, 빈틈을 메우는 여자 배우들의 찰떡 호흡과 각 배우들의 매력이 영화 도처에 빛난다. 배우가 가진 기존 이미지를 투영해 노련한 연기로 탄생한 캐릭터들은 살아 숨 쉬며, 영화의 결을 더욱 윤택하게 한다. 무엇보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여성들이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며 시기와 경쟁, 배신보다 전문가이자 동등한 파트너로서 끝까지 역할을 해낸다는 사실이다. 멧 갈라 행사장을 나서는 모습은 여성들의 협업이 후련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안전하고 뻔한 결말이라 해도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의 대범한 범죄극은 ‘오션스’ 시리즈 선배들 못지않은 통쾌함과 재미를 안겨주기 충분하다.
에디터 겨울달: 굉장히 익숙하지만, 많은 게 낯선 영화다. 여럿이 힘을 합쳐 범죄를 계획, 실행하는 하이스트 무비의 틀에서 [오션스8]은 여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애초에 [오션스11]이 그랬듯 [오션스8]은 치밀하거나 긴장감 넘치진 않는다. 범죄보다는 얼굴도 이름도 모두 기억날 만큼 개성 강한 캐릭터가 어떻게 한 팀이 되어가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여준다. 7명, 아니 8명은 각 자리에서 자신이 잘 하는 것을 가장 잘 해낸다.(물론 그 이상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 태미는 못하는 게 없다!) 이들은 서로를 믿고 힘을 합쳐 목표를 달성하며, 그 사이에서 쓸데없는 기싸움을 하지 않는다. 영화도 재미를 위해 갈등을 위한 갈등을 만들지 않으며, 가장 프로페셔널한 모습 그 자체로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여신들이 모였지만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는 앤 해서웨이의 ‘다프네’다. 배우 자체에 씐 이미지를 코믹하게 비튼 설정은 정말 웃기면서도 씁쓸하다. 그리고 다들 메이크업도 스타일링도 멋지지만 케이트 블란쳇의 ‘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쁨’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루 화보집 제작이 시급하다.
에디터 Amy: 북미 박스오피스의 숫자가 말해주듯이, ‘오션스’ 시리즈의 이름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어받은 영화. 여덟 명의 여성이 각자 맡은 역할을 척척 해내며 매끄럽게 진행된다. 언제나 멋진 루와 우아하면서도 확실하게 팀을 이끌어가는 데비 오션, 매력 톡톡 터지는 나인볼과 다프네, 가장 대범한 아미타와 콘스탄스, 소심하면서도 할 건 다 하는 로즈까지, 어느 한 명 묻히는 법 없이 각자의 매력이 잘 살아있으며 그동안 인종적, 성적으로 할리우드에서 소비하던 스테레오타입을 무너뜨린다. 범죄 영화이지만 불필요하고 과도한 갈등이나 노출 따위가 없이도 이렇게 신나고 멋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오션스8]을 시작으로 다른 멋진 여성 배우들을 새롭게 영입하며 시리즈를 이어나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