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흔히들 로맨스 영화는 진부하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대상만 다를 뿐 흘러가는 양상은 대체로 비슷하며, 결말도 어느 정도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누굴 만나도 똑같다고 해서 원초적이며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애써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내가 로맨스 영화를 보는 이유다. 매번 뻔한 공식을 반복한다 해도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판타지를 충족하는 로맨스 영화가 주는 대리만족의 기쁨을 놓치고 싶지 않다.

 

이미지: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미드나잇 선]은 로맨스 영화 중에서도 케케묵은 시한부 로맨스를 그린다. 희귀병에 걸린 여성과 짝사랑 상대남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리는데, 이상하게 신파의 감성이 덜하다. 아마도 영화의 원작이 된 [태양의 노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까. 2006년 공개된 [태양의 노래]는 시한부 삶을 극적인 요소로 택했으면서도 풋풋한 감성을 연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미드나잇 선] 역시 희귀병이란 소재의 무거움을 녹여내기보다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설레는 감정에 집중한다. 리얼리즘을 까다롭게 추구하지 않는 이상,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이끄는 낭만적인 무드를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

 

케이티와 찰리가 기차역에서 처음 만나 호감을 느끼고 연인이 되기까지 망설임 없이 전개된다. 불가항력의 상황에서도 긍정의 기운이 넘치는 케이티는 상처가 될까 두려워 10년째 짝사랑해온 찰리에게 진실을 숨긴 채 데이트를 시작한다. 케이티의 거짓말이 훗날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짐작 가능하지만, 스크린을 가득 채운 두 배우의 싱그러운 매력이 예측 가능한 전개와 뻔한 설정을 상쇄한다.

 

로맨스를 더욱 사랑스럽게 완성하는 벨라 손과 패트릭 슈왈제네거는 할리우드에서 가능성을 주목받는 배우다. 벨라 손은 아역 배우로 시작해 가수와 배우를 오가며 활동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영화에서 직접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청명한 음색으로 달콤한 로맨스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패트릭 슈왈제네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아들이다. 본격적인 연기 활동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버지와 상반된 외모와 훈훈한 매력이 선한 인상을 주며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배우다. 영화에서 케이티에게 한눈에 반하는 찰리를 맡아 훈남 남친으로 완벽 변신한다.

 

이미지: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케이티와 찰리의 사랑은 순조롭게 흘러간다. 두 사람 사이에 장애물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케이티의 병이 전부나 마찬가지다. 딸에게 헌신하는 아버지의 걱정 어린 시선은 오래가지 못하고, 유일한 친구 모건은 언제나 든든한 지지자다. 잔인한 운명이 드러나기 전까지, 두 사람의 설렘 가득 로맨스가 빠른 템포로 경쾌하게 흘러간다. 내적 깊이는 부족한 감도 있지만, 매끄러운 진행 덕분에 로맨스 영화 특유의 유치한 오글거림도 기분 좋게 느껴진다. 다만, 후반부 들어 케이티의 상황이 급변하면서 이전보다 노골적인 클리셰를 늘어놓는 점은 아쉽다. 병약한 소녀의 시한부 만남은 예정된 수순 속에 더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감정과 눈물을 쥐어짜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거다. 처음부터 시한부 만남을 어필할 생각이 없었던 영화는 끝까지 본래의 의도를 고수하며 담백한 여운을 남긴다. 어쩌면 영화는 케이티와 찰리, 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극의 순간에도 찾아오는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과 감정, 긍정의 힘을 전하고자 했는지 모른다. 또한 다소 아쉬운 완성도를 잊게 하는 배우들의 매력, 아름다운 음악과 어우러진 영상미는 설렘 자극하는 로맨스 영화로 즐기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