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올여름 강력한 흥행 기대작 [인랑]의 제작 보고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을 위시해 주연 배우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최민호가 참석했다.

 

[인랑]은 오시이 마모루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국 설정에 맞게 각색한 근미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혼돈의 2029년을 배경으로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 테러단체 섹트와 이를 진압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 경찰 조직 특기대, 그리고 입지가 줄어든 정보기관 공안부의 음모를 숨 막히는 SF 액션으로 담아낸다.

 

다음은 박경림의 사회로 진행된 제작 보고회 주요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인랑’ 촬영을 위해 어떻게 준비했는지?

(강동원) 캐릭터의 내면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봤고요. 운동도 많이 하고, 태닝도 하고. 태닝은 처음 해봤는데…

캐릭터 구축을 위해 촬영 중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나요?
(강동원) 많이 나눴나? 적당히 나눴던 것 같아요. (웃음)
(김지운) 임중경 그 자체가 강동원이라 방화복을 입고 스튜디오에 들어오면 뭐 할 이야기가 없어요. 그냥…

 

이연희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연기할 땐 어떤 느낌이었는지?

(한효주) 시나리오를 받을 때부터 고민이 굉장히 많이 됐고, 복합적인 캐릭터인 것 같아요. 촬영을 하면서 감독님의 디렉션과 현장 분위기라든가, 이런 것들을 직접 몸으로 느끼면서부터 캐릭터가 편안하게 느껴진 것 같아요.

장진태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걸 준비하셨나요?
(정우성) 사명감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이기 때문에 말투나 기교, 표정으로 보이기에는 안 맞는 캐릭터라, 그런 것들을 억제하면서 미묘한 디테일을 살려가는 데, 그래서 목소리가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고요. 감독님이 제시한 명확한 장진태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고요. 훈련소장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햇살에 노출돼서 기미, 잔주름, 주근깨 등이 많아요. 분장 때 그런 것들을 신경을 많이 썼고… 상처 하나로 지나온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얼굴에 담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특기대 넘버 2, 김철진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최민호) 액션이나 행동 하나하나에 캐릭터가 묻어 나와야 한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셔서, 특기대의 역사나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보다는 액션으로 설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액션 장면을) 간결하고 빠르고 멋지게 촬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예리(구미경 역), 허준호(이기석 역) 씨의 캐스팅 과정은?
(김지운) 한예리 씨는 제가 평소에 좋아하던 연기자이고 팬이어서요. (배역이) 너무 작아서 안 해줄 줄 알았는데… 기존의 한예리 씨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기꺼이 응해주셨고 한예리 씨는 아주 정확한 지점의 톤과 표정과 뉘앙스로 아주 잘 표현하는 배우였기 때문에 작은 역이지만 존재감 있게, 훌륭하게 표현해 주었습니다.
이기석은 악의 화신 같은 느낌이 들어야 하고 카리스마와 존재감이 뚜렷해야 하고, 강렬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배우를 찾다가 (허준호 씨께) 특별출연을 부탁드리게 됐죠. 준호씨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인랑]이 대결해야 할 악의 정점에 있는 인물을 잘 표현해 줬던 것 같아요.

 

 

어떻게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로 만들 결심을 했는지?

(김지운) 정말 무모함 그 자체였던 것 같아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전설 오시이 마모루의 대표작이고,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광팬들이 많은데 팬들은 실사영화로 한다는 것에 기대 반, 불안함 반 이런 게 있었을 거에요. 욕 먹고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면서 갔어요. 그래서 그만큼 각오도 더 새로웠었고. 내가 [놈놈놈] 끝나고 다시는 이런 영화 안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인랑]이 그런 영화가 될 줄 몰랐습니다. 저의 건강을 많이 해친 작품이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영화에 분명히 들어갔을 거라 생각이 들고요.

(후회는 안 하시죠, 감독님?)
저는 모든 영화를 만들고 다 후회했어요. 모호한 것이 원작의 감동스러운 지점이고 우리가 숭배하는 지점이긴 한데, 관객으로서 그 모호한 지점에 답답한 부분도 있어서 액션이나, 인물의 감정이나 이런 것들을
제 스타일의 답안 같은 걸 만들어낸 게 실사화된 [인랑]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지하 수로 세트에서 강화복을 입고 액션 연기는 어땠나요?

(강동원) 처음엔 입고 걷는 것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옷 자체만으로 30kg 정도 나가고… 일주일 정도 하니까 몸이 적응이 되더라고요. 거기에 그때부터 감독님이 슬슬 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또 뛰었어요. 조금 있으니까 나중에 그걸로 육탄전을 시키시고…

(김지운) 시키면 다 하니까… 마지막으로 나는 걸 시켜볼까 했었는데 그것까진 못 시키고 다 시켜봤던 것 같아요. 원작에서는 강화복을 입고는 액션신은 없어요. 주먹으로 하는 건. 그런데 그것까지 다 소화해 냈고…

(정우성) 이 강화복이 갖고 있는 강인함이 있잖아요. 액션은 또 거기에 맞게 그런 강도로 펼쳐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파워에 역점을 뒀던 것 같아요.

 

카체이싱 액션 장면이 인상 깊어요. 촬영은 어땠나요?

(김무열) 두 분이 탄 차를 들이받는 장면을 제가 직접 했어요. 들이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차를 끝까지 밀고 가서 박힐 정도로 끝까지 밀고 갔어야 했거든요.

(한효주) 그렇죠. 불에 휩싸인 차로 밀고 갔어요. 고소 이야기를 하시고… 총을 가져와라 얘기도…

(강동원) 총을 들고 오라는 건 무열씨를 쏘겠다는 게 아니라 텐트 안에 들고 들어가서 감독님을…

(박경림) 여러분, 아직 감독님의 편집이 안 끝난 것 같아요. 이러지 마세요

(정우성) 장진태 분량이 늘어나는 순간이었어요.

(한효주) ‘총이 필요해’라는 제가 말한 것 같은데…

(김지운) 그런데 이번에 위험한 장면들은 정두홍 무술감독이 다 맡아서 한 거라…
(저는) 큰 그림이랑, 안전에 꼭 대비해 달라…

 

 

 

이번에 맨몸 액션을 선보였다는 데요?

(최민호) 훈련하는 장면에서 액션을 찍을 때 정말 맨몸으로 벽에 부딪히고… (그게) 특기대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훈련에서도 정말 실제와 같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되니까… (액션이) 과한 장면이 많았는데… 감독님 말씀대로 정두홍 무술감독님께서 할 수 있지? 이 정도 할 수 있지? 안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날기 직전까지 간 것 같습니다

정우성, 강동원. 두 분이 드디어 같은 작품을 하게 됐습니다.
(최민호) 선배님과 드디어 같은 작품을 하게 돼서 영광이었고요. 사실 저야 [비트]를 보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저희끼리는 다음에 더 재미있는 거 해보자고 얘기도 했었고…
(이미 의기투합을 하셨나요?) 네네

 

 

막내로서 선배들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최민호) 촬영장 나갈 때마다 꿈같은 시간이었고요. 감독님께서 좋은 캐릭터를 주셔서 한 분 한 분 다 뵐 수 있었어요. 너무나도 재미있었고, 현장에서 많이 배웠고요. 제가 현장에서 매개체가 됐었어요. 중간에는 얼마 전에 선배랑 같이 찍었다 그러면서 안부를 전해드리는 역할도 했었죠.

 

이렇게 호흡 잘 맞는 배우들을 보며 기분이 정말 좋으셨을 것 같아요.

누가 농담 삼아서 그러더라고요. ‘인랑’은 장르가 ‘비주얼’이라고.
(김지운) 화면 안에 여기 있는 분들이 나올 때는 이 배우들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감독으로서 정말 영광이고 기분이 좋았던 것 같고요. 호흡은 기본이고, 영화 안에서 빛나는 순간들이 하나씩 다 있어요
그게 너무나도 좋았었고요.

 

 

‘인랑’의 네 키워드 새롭다, 놀랍다, 재미있다, 섹시하다를 배우들이 모두 표현해 줬을 것 같아요.

(김지운) 그런 바람으로 영화를 만들었어요. 멋지고, 놀랍고, 새롭고, 정말 섹시한 영화가… 만드는 내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배우들도 섹시하지만은 공간의 미술이라든가 색감도. 그것을 더 보충해주는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왜 배경을 2029년으로 설정하셨는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지운) 숫자로 봤을 땐 먼 미래처럼 느껴지지만 불과 11년 후거든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과 멀지 않은 시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걸 강조하고 싶었어요. 너무 멀리 잡으면 미래상이라든가, 디바이스 같은 것들이 사실 다 자본이잖아요. 그 부담감도 있었고, 시나리오를 쓸 때만 해도 사실 통일 이야기는 그 자체가 SF였거든요. 이렇게 빨리 진전될 줄은 몰랐어요.

 

 

남북문제를 다룬 ‘강철비’와 비교해 ‘인랑’에선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했나요?

(정우성) 배우의 필모로 봤을 땐 세계관의 연장선 안에 있다는 게 저 역시도 재미있었어요. 그러나 그게 캐릭터를 만들 때 어떠한 의미 부여도 될 수 없다는 건 정확히 알고 있고, 그렇게 신경 안 쓰고 연기했고요.

 

 

현장에서 직접 본 배우 강동원, 배우 정우성은 어땠는지요?

(강동원) 항상 너무 잘 챙겨주시고 정말 똑같으세요, 카메라 앞이나 현장에서나 항상 똑같으시기 때문에
항상 따뜻하시고 잘 챙겨주시고. 친한 사람들끼리는 ‘저 형 정말 좋은 형이야’ 이런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정우성) 사적인 자리에서 ‘같이 한 번 해 보자’ 그러지만,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거든요. 오히려 이 기회는 후배보다는 선배에게 값진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후배와 한 장소에서 나를 보여줌으로써 후배가 어떤 것을 느끼고 이야기해주는지를 바라보는 것도 큰 재미거든요.

 

한효주 씨와 오랜만에 작업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강동원) 드라마 이후 10년 만에 만났는데요. 자세 같은 건 10년 전 자세와 다름없고, 열정도 그대로이고
배우로서 한효주라는 사람이 많이 성장하고 진화했다는 느낌을 받아서 저도 정말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효주씨는 최민호 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효주) 현장에서 액션을 하거나 연기를 할 때는 사슴 같은 눈망울에 담긴 엄청난 남성성이 나오더라고요.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는 배우가 아닌가…

(박경림) 최민호 씨, 누구를 준비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촬영 기간과 회차가 꽤 길었는데요, 이유가 있는지?

(김지운) 한 신 한 신 굉장히 공들여 찍는 편이고, 복합장르가 포함된 영화 같아요. 미술, 촬영, 의상, 분장, 조명 이런 것까지 다 공들여서 찍어야 되고, 배우들한테도 아주 섬세한 부분까지 디렉션을 줘야 했기 때문에 애초에 우리가 같이 구현하고자 했던 목표를 끄집어내기가 쉽지 않은 작업이었어요. 그만큼의 헌신과 노고와 희생이 들어간 작품이었고, 그래서 그것이 촬영 기간이란 지표로 나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제작 기간 내 정세 변화 때문에 ‘인랑’이 더 현실감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명히 통일을 바라지 않는 세력도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가 옳은 길, 우리가 바라는 세상으로 가는 데에 청산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면 그 세력들과 대결을 해야 하지 않는가… 그걸 영화적 상상으로 만든 게 [인랑]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지운) 열정을 담아서 열심히 찍었습니다.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한 많은 장면이 담기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여러분도 꼭 극장에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7월 25일! 기대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