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lex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기름진 멜로], [리치맨], [스케치]는 모두 아이돌 출신 배우가 주연으로 활약하는 작품이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오늘날, 1세대 아이돌 출신에서 주연 배우로 자리 잡기까지 산전수전을 극복한 배우들을 알아보자.

 

 

 

1. 정려원

 

이미지: 시네마서비스

 

정려원은 선입견과 텃세를 극복하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1세대 아이돌 출신 배우다. 2000년 걸그룹 ‘샤크라’로 데뷔한 후 이국적인 컨셉으로 주목받고, 2002년 아침 드라마 [색소폰과 찹쌀떡]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배우로 전향했다. 노래와 춤을 즐겼지만, 연기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천직이라는 확신으로 다가왔다.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 출연하며 배우로 변신한 모습을 대중에게 알린 2005년, 배우 인생을 바꾼 작품을 만났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지금까지도 2030세대 여성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드라마다. 정려원은 극중 뒤늦게 사랑을 찾으려는 ‘희진’으로 변신해 배우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청초한 외모와 진정성이 돋보이는 ‘주차장 눈물씬’을 탄생시키며 스타로 도약한 후 스크린 진출도 순조로웠다. 다중인격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영화 [두 얼굴의 여친]을 선보인 후 [김씨 표류기]에 출연해 국내외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골고루 사랑받았지만,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한 첫 번째 세대가 걸어간 길은 쉽지 않았다. 오디션 장에서 ‘가수 색깔’이 난다며 탈락하기 일수였고, 동료 배우의 텃세로 민낯에 반사판 없이 연기를 해야 했다.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면 감독은 무시로 일관하기도 했다. 서러움 가득한 시절을 견딘 정려원은 [샐러리맨 초한지], [풍선껌], [마녀의 법정]을 거쳐 당당한 주연배우로 도약했다. 가수 출신 배우 꼬리표에 따라오는 선입견을 오직 연기력으로 극복한 그녀의 성공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2. 황정음

 

이미지: 싸이더스FNH

 

황정음은 2002년 걸그룹 ‘슈가’로 데뷔했다. 가수 활동 당시 음악 방송과 예능에 다수 출연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2004년 그룹을 탈퇴하고 연기자로 전향해 드라마 [루루공주], [사랑하는 사람아] 등에 출연했지만,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들의 시선을 바꿨다. 인기 상승세를 타고 [지붕 뚫고 하이킥]에 캐스팅된 뒤, 정극에서 보여준 어색한 모습을 벗고 시트콤에 최적화된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단숨에 스타로 떠오른 황정음은 [내 마음이 들리니],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에 출연하며 로코 드라마의 흥행을 이끌었다.

배우 전향 초기 발연기 논란에 휩싸이던 초짜 배우는 온데간데없고 현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표현으로 사랑받는 ‘믿보황(믿고 보는 황정음)’이 탄생했다. 지난해 광복절 득남 소식을 전한 그녀는 [훈남정음]에서 전매특허 로코 연기로 활약하고 있다. 탁월한 작품 선구안으로 대체 불가 배우로 성장한 황정음의 반전 성공은 계속되고 있다.

 

 

3. 윤계상

 

이미지: 메가박스, ㈜플러스엠, ,㈜키위미디어그룹

 

1999년 아이돌 그룹 ‘god’로 데뷔했다. 1세대 국민 아이돌 그룹으로 한 세대를 풍미했지만, 배우로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4년 그룹에서 탈퇴한 후 [발레 교습소]를 통해 우연히 연기를 접했다. 스스로를 ‘연기 천재’라고 생각한 윤계상은 성급하게 두 번째 작품에 뛰어들었다가 큰 실패를 맛본 후 군대로 향했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의욕은 사라지지 않았다. 제대 후 드라마 [사랑에 미치다], 영화 [6년째 연애 중]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복귀했다. 여전히 흥행 실적은 저조했지만, 영화 [비스티 보이즈]가 배우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 남성 호스트들의 세계를 다루며 금기를 깬 영화로 배우의 가능성을 입증하자 작품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후 남북을 오가는 배달부 [풍산개], 사회 문제를 지적한 [소수의견], 노인 문제를 파격적으로 다룬 [죽여주는 여자] 등에 출연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데 주력했다.

소외계층을 다루며 의미 있는 필모를 만들어간 그는 연기 10년차가 되던 해에 드라마 [굿 와이프]로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성적이고 섹시한 변호사 ‘중원’으로 분해 큰 사랑을 받은 그는 바로 다음해 영화 [범죄도시]로 배우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극중 잔인한 조선족 보스 ‘장첸’으로 변신해 관객들에게 충격을 선사했고, 파급력 甲 장첸 사투리 유행어까지 만들어냈다. 현재 각종 CF 출연은 물론 차기작 [말모이] 또한 준비 중이다.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은 윤계상의 활발한 작품 활동이 기대된다.

 

 

4. 서현진

 

이미지: tvN

 

서현진은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배우다. 2001년 걸그룸 ‘밀크’로 데뷔해 제2의 S.E.S의 탄생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1집 앨범 활동 이후 팀이 돌연 해체하며 가수 활동은 끝났다. 배우로 전향했지만 얼굴을 알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6년 드라마 [황진이]를 시작으로 [짝패], [신들의 만찬], [오자룡이 간다]까지 꾸준히 조연 배우로 활동했지만, 이름을 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변에서 다른 길을 생각해보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고, 7~8년째에는 부모님 또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오랜 시간 예체능계에 몸담은 서현진은 다른 길을 찾을 자신이 없었다. 4살 때 무용을 시작한 후 고등학교 1학년 당시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한 케이스였기에 인문계로 진로를 바꾼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두려움 반 우직함 반으로 다양한 작품에 출현한 결과 2013년 전환점을 마주했다. 드라마 [제왕의 딸 수백향]에서 백제 공주 ‘설난’으로 변신한 모습이 수수한 외모와 찰떡으로 어울린 것이었다. 첫 주연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후 [식샤를 합시다2]에 합류해 주연급 배우로 올라섰다. 극중 프리랜서 작가 ‘백수지’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후 2016년 [또 오해영]으로 배우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주변에 있을 법한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 ‘오해영’을 연기하며 대세로 떠오른 그녀는 [낭만닥터 김사부], [사랑의 온도]의 주인공으로 연달아 캐스팅됐다. 10년이 넘는 무명 생활을 성실한 작품 활동으로 견딘 서현진은 현재 명실상부 로코퀸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