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예하

 

 

미디어 콘텐츠나 컴퓨터 프로그램 등에 숨어있는 메시지를 뜻하는 이스터 에그. 그런데 이스터 에그라는 개념이 등장하기도 전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세계에는 숨은 재미들이 가득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히어로들이 하나의 우주를 살고 있다면, 8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이루는 각각의 우주는 비밀스럽게 맞물려 있다. [인어공주] 바네사의 결혼식에 참석한 익숙한 귀빈은 누굴까? 픽사의 세계를 종횡무진 질주하는 차가 있다면? 꿈과 환상의 소우주가 만나는 10개의 순간을 모아봤다.

 

 

 

1. 1961년 –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에서 만난 ‘레이디와 트램프’

 

이미지: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DisneyAnimation)

 

이미지: 브에나 비스타 픽처스 디스트리뷰션

디즈니의 강아지들은 모두 친구일까? 1955년작 [레이디와 트램프]의 숙녀 강아지 레이디와 남편 트램프, 그리고 거리의 친구들이 6년 뒤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에 등장한다. ‘The Twilight Bark’라 불리는 유명한 장면에서 해 질 녘 온 도시의 개들이 짖으며 달마시안 가족의 소식을 전해주는데, 이때 조크와 페그, 불은 물론이고 레이디와 트램프까지 합심하여 달마시안 아기들의 실종을 알린다. 날이 저물 무렵 어두운 배경에서도 ‘강아지 영화’ 선배들을 분명히 알아볼 수 있다.

 

 

2. 1989년 – ‘인어공주’에 등장한 ‘신데렐라’의 귀빈들

 

이미지: disney.wikia.com

 

디즈니 세계에는 수많은 공주와 왕자만큼이나 많은 남작과 후작과 왕이 있다. 이 수많은 귀빈들은 심심찮게 다른 작품의 경사에 참석하여 돈독한 우정을 다진다. 하지만 이번엔 속은 것 같다. [인어공주]에서 ‘바네사’라는 가짜 공주로 둔갑한 우르술라가 에릭 왕자를 홀려 올리는 결혼식에 [신데렐라]의 왕과 대공이 참석한 것이다. 에릭의 강아지 맥스가 식장을 뛰어다닐 때 적잖이 놀란 어르신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3. 1992년 – 소원을 빌면 이루어지는 ‘알라딘’의 교차로

 

이미지: ‘알라딘’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disney)

 

 

이미지: disney.wikia.com

 

세 가지 소원이 이루어지는 마법의 세계에 많은 친구들이 놀러 왔다. 맨 먼저 지니의 손가락을 꼬집는 건 궁중 요리책에서 뛰쳐나온 [인어공주]의 가재 세바스찬이다. [인어공주] 본편에서 왕실 주방으로 흘러 들어가 가재 요리가 되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탈출하는 장면에서 따온 농담이다. 한편 술탄의 장난감 탑에서는 [미녀와 야수]의 야수가 으르렁거리고 있다. 지니가 피노키오 머리를 달고 있는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지니를 자유롭게 해주는 데 자신의 마지막 소원을 쓰겠다는 알라딘에게 거짓말을 한다며 비꼬는 지니만의 방식이었다.

 

 

4. 1997년 – ‘헤라클레스’에서 이루어진 ‘라이온 킹’의 농담

 

이미지: disney.wikia.com

 

[헤라클레스] 이스터 에그는 조금 섬찟하다. 디즈니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악역 중 하나인 [라이온 킹]의 스카의 가죽을 벗겨 헤라클레스의 소품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 영화에서 헤라클레스는 꽃병 그림을 위해 포즈를 취할 때 스카의 가죽으로 만든 양탄자를 두르고 있다. [라이온 킹] 본편에서 자주가 스카를 두고 “아주 멋있는 양탄자 감”이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말이 3년 뒤 신들의 세계에서 사실이 된 것이다.

 

 

5. 2001년 – 우리는 친구야, ‘몬스터 주식회사’ & ‘니모를 찾아서’

 

이미지: blogs.disney.com

[니모를 찾아서]는 2003년 공개되었지만, 니모는 일찌감치 아이들의 친구였다. 개봉 2년 전인 2001년, 니모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부가 방에서 설리에게 내미는 장난감이 바로 니모 인형이다. 한편 부와 마이크, 설리가 랜달에게 쫓길 때 연 문 안에서도 니모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아주 깜깜한 방이니 자세히 볼 것!) 게다가 [니모를 찾아서] 엔딩 크레딧에서는 고글을 쓴 마이크 와조스키가 헤엄쳐 지나간다. 주거니 받거니, 두 영화의 우정을 완성한 크리에이터들이 귀여울 따름이다.

 

 

6. 2011년 – 파리에서 만나요 ‘카 2’ & ‘라따뚜이’

 

이미지: blogs.disney.com

 

시카고를 출발해 텍사스, 애리조나를 거쳐 로스앤젤레스로 이어지는 실제 미국의 66번 도로를 배경으로 펼쳐진 가장 미국적인 애니메이션 [카]의 속편은 유럽과 아시아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인다. 오웬 윌슨이 목소리를 맡은 라이트닝 맥퀸이 세계 그랑프리에 도전하는 탓이다. 여행을 떠났다면 친구를 만나고 오는 것이 인지상정. [카 2]에는 [라따뚜이]의 레스토랑이 위치한 작은 광장이 등장한다. 구스토Gusteau 셰프의 이름을 미국식 영어로 발음한 듯한 가스타우Gastow라는 표기로 간판을 달아 놓았다.

 

 

7. 2011년 – ‘라푼젤’의 고전 오마주

 

이미지: FindingMickey.com

 

이미지: disneypinforum.com

 

오랜만에 ‘공주님’이 등장한 탓일까, 혹은 크리에이터들의 취향이었을까? [라푼젤]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가운데서도 고전으로 꼽을 수 있는 초기 작품들의 오마주가 두 번 등장한다. 먼저 방 안에 왜 그렇게 무서운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라푼젤의 물레는 59년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오로라를 영원한 잠에 빠지게 한 저주받은 물레와 똑같이 생겼다. 한편 1940년 디즈니 세계에 들어온 피노키오가 난데없이 플린 라이더의 머리 꼭대기에 놓여 있는 장면도 있다.

 

 

8. 2012년 – ‘주먹왕 랄프’ 공주님들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다양한 세계의 귀족들이 친분을 쌓는 사이, 공주님들은 공주님들끼리 논다. 온갖 게임 캐릭터들이 수없이 오가는 [주먹왕 랄프]의 중앙역에 [미녀와 야수]의 벨과 신데렐라가 등장한 것이다. 각자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노랑, 파랑 드레스를 입고 나란히 대합실을 걸어가는 모습이 왠지 흐뭇하다.

 

 

9. 2014년 – ‘빅 히어로’의 현상수배범

 

이미지: FindingMickey.com

 

디즈니 세계에서 나쁜 짓을 하면 두고두고 응징을 당한다. [라이온 킹]의 스카가 사자 가죽이 되었듯, [겨울왕국]의 한스 왕자는 현대의 미국과 일본 경찰에게 쫓기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도쿄를 합친 가상의 도시 ‘샌프란소쿄’를 배경으로 한 히어로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경찰서에 한스 왕자의 현상수배 전단이 붙어 있다. 엘사의 나라에서 추방된 왕자가 몇백 년 동안 도망 다니고 있는 모양이다.

 

 

10. 픽사의 세계를 달리는 피자 플래닛 트럭

 

이미지: pixar.wikia.com

 

피자 플래닛 트럭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스터 에그일지도 모른다. 1995년 [토이 스토리]에서 처음 등장한 이 낡은 트럭은 지금까지 [인크레더블]을 제외한 모든 픽사 영화에 등장했다. (‘인크레더블’ 게임에 등장) [라따뚜이]의 파리, [코코]의 멕시코, [인사이드 아웃]의 머릿속까지 픽사의 모든 세계에서 바삐 피자를 배달하고 있다. 디즈니와 픽사의 팬들은 차종은 물론이고 내부 시트 색상이니 연료주입구 방향까지 이 낡은 트럭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꿰고 있다. 지금까지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만날 수 있는 같은 세계는 아니더라도, 디즈니와 픽사의 모든 우주를 관통하는 하나의 도로가 존재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