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톰보다 늦게 엘리베이터에 탄 썸머는 헤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멜랑콜리한 멜로디를 알아봤다. 이내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더 스미스’를 좋아한다고 말하더니 멜로디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톰은 썸머와 사랑에 빠졌다. 많은 이들에게 인생 로맨스 영화로 불리는 [500일의 썸머]에서 ‘더 스미스’의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은 톰과 썸머를 이어줄 뿐 아니라, 관객 역시 두 사람의 사랑에 빠져들도록 설레는 순간을 탄생시켰다. 우울한 정서를 내포한 노랫말과 달리 음악이 흐르던 순간만큼은 사랑스럽게 기억된다.

 

이미지: 싸이더스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아련한 여운을 남긴 영화만큼이나 마음을 간지럽히던 ‘더 스미스’, 그중에서도 리드보컬 모리세이를 그린 영화다. 말랑말랑한 기타 리프에 청아하면서도 공허한 목소리를 덧입히고, 방황하는 마음을 읽은 듯한 시적인 가사로 감성을 저격했던 모리세이의 내밀한 이야기에 다가선다. [덩케르크]에서 관객의 마음을 졸이며 극적으로 구출된 금발 미남 공군 콜린스를 연기한 ‘잭 로던’이 세상과 어울리지 못한 채 방황하던 모리세이로 분했다.

 

현재까지도 활동하는 음악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는 성공적인 성장 스토리나 드라마틱한 내홍을 다루는데 관심이 없다. ‘더 스미스’라는 밴드가 결성되기까지 혼란과 방황, 좌절을 거듭하던 평범한 청년 모리세이의 모습에 주목한다.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리세이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재의 청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 스미스’의 주옥같은 음악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무력한 청춘 모리세이는 어쩐지 공감이 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 잔잔한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

 

이미지: 싸이더스

 

뮤지션의 뮤지션으로 불리며 현재의 브릿팝에 영향을 미친 ‘더 스미스’ 보컬 모리세이의 청춘 시절은 ‘문학청년’ 그 자체다. 오스카 와일드에 몰두하고, 틈만 나면 글을 쓰며, 신문에도 글을 기고한다. 다만 그런 열정에도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이다.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과 섬세한 감수성은 아티스트적 재능을 분출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기능적인 목적을 위해 취직한 세무서는 그의 열정과 재능을 한층 더 움츠러들게 한다. 상사와 동료들은 그의 예술적인 재능을 알지도 못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으로 쉽게 단정 짓고 무시한다.

 

영화는 모리세이가 예술적 취향을 공유하는 린더, 잠시나마 함께 음악 활동을 꿈꾸던 빌리, 또 끝까지 신뢰를 보내준 어머니를 통해 스스로를 속박하던 굴레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차분하게 묘사한다. 아티스트의 음악적 여정을 기대했다면, 지지부진한 모습으로 방황하는 우울한 청춘은 당황스러울 수 있다.

 

이미지: 싸이더스

 

하지만 흑발로 변신한 잭 로던은 쉼표를 반복하며 주춤하던 모리세이의 내적 고뇌와 분투에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데 성공한다. 특유의 순수한 눈빛과 소심한 머뭇거림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쉽게 오르지 못하고 번번이 침전하는 내적 여정에 동화시킨다. 바로 그 지점이 [잉글랜드 이즈 마인]을 흥미롭게 한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아티스트로 나서기까지 그가 겪었던 혼란과 방황은 잭 로던의 세심한 연기에 힘입어 ‘더 스미스’의 음악적 가치를 더 견고하게 한다.

 

고단한 순간에도 감출 수 없던 비범한 재능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설 용기를 내는 순간 서툰 청춘을 향한 응원의 마음이 절로 든다. 유명 아티스트의 부러운 삶이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청춘의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여느 전기 영화와 다른 감동을 준다. 외부적인 경우의 수는 쉽게 예상할 수 없겠지만, 세상 밖으로 나설 수 있는 의지와 용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덧붙여, 잭 로던의 팬이라면 그의 섬세한 감성 연기는 1980년대 빈티지 무드를 품은 영화적 배경과도 잘 어울려 보는 재미를 배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