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ude

 

 

픽사는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소재와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까지 사로잡는 애니메이션을 선보여왔다. 이런 픽사의 마법은 그들의 장편이 시작하기도 전에 시작된다. 픽사는 [토이 스토리 2]부터 약 20년 동안 본편을 선보이기 전에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을 오프닝으로 상영하는 오랜 전통을 구축해왔다. 오프닝 단편들은 본편 전에 차려 놓는 애피타이저와 같지만, 때로는 차후 장편을 기획하는데 영감을 불어넣고 픽사 애니메이션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데 단단한 역할을 차지한다.

짧게는 1~2분, 길게는 5분 내외의 길이로 풀어나가는 픽사 단편은 감각적인 스토리와 영상으로 짧은 시간에도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체에 생명을 불어넣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픽사의 핵심적인 가치도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씁쓸하면서도 현실적인 성장 이야기를 통해 애니메이션은 꼭 아이들만을 위한 거라는 편견을 거부해왔던 픽사의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이처럼 픽사 단편은 애니메이션이 갖는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해온 픽사 그 자체를 대변하기도 한다. 인간의 폭넓은 감정을 짧은 스토리텔링 안에 온전하게 담아내 본편 전부터 감동을 주는 픽사의 오프닝 수작들을 만나보자.

 

 

 

1. 룩소 2세 (1986)

 

이미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두 번째 공식 단편 [룩소 2세]는 [토이 스토리 2] 전에 상영됐던 오프닝 애니메이션이다. 현재 픽사를 대표하는 램프 모양의 로고 역시 이 작품에서 비롯됐다. 픽사 역사상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첫 단편 이기도 하다. [룩소 2세]는 아이 같은 램프와 부모 위치에 있는 듯한 램프가 공놀이를 한다는 단순한 줄거리로 구성됐다. ‘램프’라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소재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비생명체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보여준다는 픽사 전통의 시작을 알렸다.

 

 

 

2. 틴 토이 (1988)

 

이미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1988년에 나온 [틴 토이]는 [토이 스토리] 1편 오프닝으로 나온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장난감에 감정을 불어넣고 서사의 주인공을 맡긴다는 점에서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밑바탕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악기를 연주하는 악단 장난감이 처음에는 장난감을 마구 다루는 갓난아기를 무서워하다가 용기를 내서 아기에게 다가간다는 것이 줄거리다.

아직 픽사의 기술력이 발달하기 전이라 아기를 묘사하는 데 있어 서툴기도 하다. 사람의 표정을 섬세하게 연출해내는 최근 애니를 보면 픽사의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있다. 아기 때문에 공포에 떠는 장난감의 모습이 다소 어둡지만 픽사의 작품이 마냥 밝고 환상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3. 게리의 게임 (1997)

 

이미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게리의 게임]은 [토이 스토리 2]에서 우디를 고쳐주는 인형 수리공으로 깜짝 등장했던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1998년 국내에 개봉했던 [벅스 라이프] 오프닝으로 나왔으며, 픽사 단편 애니메이션 중 최초로 인간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몰두해왔던 픽사가 거의 10년 만에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이며, 사람의 표정을 담는 기술력이 이전 [틴 토이]에 비해 확연하게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줄거리는 공원에서 한 할아버지가 혼자 다른 자아를 연기하면서 체스 게임을 두는 내용이다. 할아버지가 번갈아 가며 체스 한 수를 둘 때마다 표정 연출이 압권이다. 할아버지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기 위해 19명의 애니메이터가 1년 반 동안 매달렸다고 한다. 별다른 대사 없이도 할아버지의 표정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게리의 게임]은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할아버지의 두 자아가 체스를 두는 유머러스한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공원에 홀로 있다는 사실은 씁쓸함을 남긴다.

 

 

4. 구름 조금 (2009)

 

이미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업] 상영 전 오프닝으로 등장한 [구름 조금]은 픽사 최초로 한국계 감독 피터 손이 처음 연출한 단편이다. 황새들이 아기를 물어준다는 [덤보]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해서 만들어졌다. 구름이 곧 태어날 생명체들의 형상을 만들고, 황새가 세상에 생명체를 배달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중에서도 조금은 더 유별난 생명체를 만드는 회색빛 구름과 그 생명체를 무사히 세상에 안착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황새가 교감을 나눈다는 것이 줄거리다.

[구름 조금]은 어딘가 다르고 별난 존재에 스포트라이트를 주는 픽사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 수작으로 꼽히는 애니메이션이다. 특히 유별난 두 존재가 서로를 끌어안고 보듬는 과정은 아이와 어른 모두 눈물짓게 만든다.

 

 

5. 라 루나 (2011)

 

이미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라 루나]는 환상적인 영상과 스토리로 동심을 자극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메리다와 마법의 숲] 오프닝으로 등장했다. 감독 엔리코 카사로사는 컴퓨터 특유의 정교한 기법에서 벗어나 약간은 더 투박하고 아날로그 감성이 돋보이는 그래픽을 선보였다. 수채화 색감의 영상 연출은 관객들로 하여금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달에 떨어진 별똥별을 청소하는 삼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라 루나]는 대사 한마디 없이도 한 소년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성장 서사를 보여준다.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아이의 순수한 눈빛은 관객들을 동심의 세계로 빨아들인다.

 

 

6. 라바 (2014)

 

이미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2015년 국내 개봉한 [인 사이드 아웃] 오프닝으로 나온 [라바]는 환상적인 뮤지컬 음악으로 관객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오로지 노래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첫 뮤지컬 단편인 동시에 로맨스를 잘 다루지 않는 픽사가 상상을 초월하는 사랑 이야기를 선보인 작품이다. 수 백 년 동안 사랑을 품은 두 화산의 로맨스를 담아냈다.

‘love(사랑)’를 ‘lava(용암)’로 치환한 재치 있는 가사와 귀에 박히는 사랑의 세레나데는 관객을 하와이의 세계로 데려다준다. 이제는 화산까지 의인화되어 사랑 노래를 부르는 픽사의 상상력은 끝이 어디일지 궁금하다.

 

 

7. 파이퍼 (2016)

 

이미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파이퍼]는 2016년에 개봉한 [도리를 찾아서] 오프닝으로 나온 작품으로 픽사가 선보이는 기술력이 정점을 찍었음을 보여준다.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디디는 아기 도요새의 성장 서사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실제 도요새가 살아 움직이는 착각이 들 만큼 실사에 가까운 애니메이션 그래픽을 선보였다.

사실감 있는 화면뿐만 아니라 아기 도요새의 감정선을 탁월하게 담아내며, 10여 년 만에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최우수상을 안겨줬다. 새로운 세상에 갖는 호기심과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까지의 성장통을 섬세하게 연출하며, 픽사가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재차 확신시켜준다.

 

 

8. 바오 (2018)

 

이미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국내에서 7월 19일에 개봉하는 [인크레더블 2]는 14년 만에 돌아오는 후속작이다. 특별한 귀환을 맞이하는 만큼 픽사는 더욱 특별한 오프닝을 본편과 함께 담아냈다. 픽사 단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여성 감독이 연출한 [바오]는 아이를 다 키우고 떠나보낸 중국인 여성이 생명력이 생긴 만두와 교감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아이를 키우고 떠나기까지 겪는 부모의 성장통 이야기를 아름답고 씁쓸하게 담아내 호평을 받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픽사가 처음으로 동양계 여성 감독이 연출한 단편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만큼 이전과는 또 어떤 색다른 매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