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주)NEW,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속 시원했던 한국과 독일의 월드컵 마지막 조별 예선전이 펼쳐진 한 주였다. 아쉽게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을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번 주 국내 극장가에서는 전혀 다른 두 편의 국내 영화가 대중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중이다. 최초로 일본에서 보상 판결을 내렸던 ‘관부 재판’을 그린 [허스토리]와 ‘걸크러쉬’ 매력 제대로 선사하는 미스터리 액션 [마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주말 동안 두 편을 모두 볼 수 없어 고민 중이라면, 테일러콘텐츠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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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Jacinta: [허스토리]는 잘 안다고 생각하며 밀어내는 위안부 할머니의 실화를 시도한 영화다. 목적은 분명하다. 회피하고 싶은 이야기를 통해 아직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재조명하는 거다. 의도한 바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허스토리]는 다수 투박한 진행에도 전달되는 방식을 통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달한다. 첫 번째는 이런 소재의 영화에서 쉽게 범하는 불필요한 재현을 반복하지 않는 것. 일본 법정에 선 할머니의 증언만으로 먹먹해지는 아픔이 충분하게 전달된다. 뿐만 아니라 판사와 할머니의 거리만큼이나 카메라 역시 거리를 두고 감정적인 개입을 자제하며, 개개인의 사연을 충실히 전달하고자 한다. 또한 앞으로 더 많이 필요할 ‘연대의 필요성’을 전한다. 사업가 문정숙을 비롯해 법정에선 여성들은 처음부터 한 마음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영화는 인물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법정 관계 이상의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도 함께 그려내며 자연스럽게 연대의 가치를 전달한다. 이처럼 [허스토리]는 진정성을 확보하는 영화적 노력을 통해, 이제 더 지체할 수 없는 이야기를 영화 밖으로 꺼내는 시도를 성공적으로 해낸다.

 

에디터 겨울달: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허스토리]에는 흥미가 간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이 영화에서 소재보다 더 돋보인 건 ‘어떻게’, 즉 스토리텔링이었다. 재판 중 할머니들은 증인석에서 자신이 겪었던 생지옥을 털어놓고, 법정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훌쩍거리거나 믿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를 바라본다. [허스토리]는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해 그때의 고통을 전시하는 대신 감정이 진하게 스며든 이야기와 듣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여준다. 객석에 앉아있는 모두가 문정숙 사장의 말대로,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부끄럽다”라는 생각에 미안해지고, 할머니들이 용기를 내 진실을 밝혀준 것에 깊이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보는 내내 수많은 감정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이 영화, 제발 많이 보시고 함께 느끼시길 바란다.

 

에디터 Amy: 히스토리가 아닌 허스토리(‘Her story’)라는 제목 그대로, 이 영화는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단순히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인 고증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해자를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사람도 여성, 가해국인 일본에서도 피해자와 연대하는 사람도 여성이기 때문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잘 알아도 많이 접해보지 못했을 ‘관부 재판’을 다루는데, 피해자에 대해 과거 회상 장면 등을 사용하여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없이 영화 내내 담담한 톤으로 전달하는데 그 점이 오히려 더욱 먹먹하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우리의 역사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에디터 겨울달: [브이아이피]를 극장에서 직접 봤기 때문에 박훈정 감독의 ‘여성 주인공 영화’에 큰 기대를 품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마녀]는 흥미로웠다. 당연히 단점은 있다. 스토리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고, 마치 그래픽 노블 같은 과장된 느낌도 있다. 액션은 빠르고 화려하지만 영화 전체적 전개는 느리고, 수많은 디테일을 설명으로 처리한 점은 어떤 근거로 한 선택이든 아쉽다. 영화 속 캐릭터도 새롭지 않으며 다르게 해석하면 좋았을 법한 부분도 있다. 그런데도 [마녀]가 흥미로운 건, ‘여성 주인공 액션 영화’를 박훈정 스타일로 만들면 스타일리시하고 쿨하고 냉정한 액션 누아르가 나온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완성한 것은 신예 김다미다. 김다미의 얼굴과 연기로 그린 ‘자윤’은 전형적이지만 찰나의 순간 보여주는 의외성에 매력이 있다.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전혀 몰랐는데, 상영관을 나선 순간부터 속편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에디터 띵양: 이유 없이 빠지게 되는 영화가 있다. [마녀]가 필자에게는 그런 작품이다. 사실 [마녀]의 설정과 이야기는 진부하다. 한국 영화로 범위를 한정하면 참신한 이야기임은 틀림없지만 “인간의 뇌가 가진 능력을 전부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는 [루시]와 [리미트리스]에서, “어린 소녀가 악의 세력을 처치하는 영화가 만들어지면 어떤 모습일까?”는 [로건]과 [킥 애스] 시리즈에서 이미 다루었다. 심지어 영화가 너무 친절하다. 지나치게 대화가 많아서 액션 영화를 보는 건지, 오디오 북을 듣는 건지 헷갈릴뻔한 영화를 살린 것은 젊은 배우들, 특히 김다미 배우다. [거인], [옥자], [부산행] 등으로 주목받은 최우식 배우와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고민시 배우도 물론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볼 이유를 한 가지만 대라면 김다미 배우라고 하겠다. 데뷔작 [나를 기억해]에서도 유일하게 기억에 남았던 이 배우는, [마녀]에서 신예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소름 돋는 연기로 극을 이끌어갔다. 앞으로 스크린에서 자주 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주말에 또 보러 갈 예정이다.

 

에디터 Amy: 드디어 국내에서도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시작되는구나, 싶게 만든 영화. 소재와 스토리만 놓고 보자면 어디서 본 듯한 진부함이 있지만, 아직 고등학생인 어린 소녀를 통해 액션 누아르를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를 돋운다. 잔인하고 피 튀기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며 느리게 스토리가 진행되다가도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바뀐다. 속도감 있게 보여주는 액션씬의 합이 좋았고 신인 배우들이 신선한 매력을 더한다. 타이틀이 뜨는 순간 속편이 나올 예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다음 편의 ‘구자윤’을 기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