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간 정치 이슈에 목소리를 높인 할리우드는 이번 주에는 다소 조용하게 숨을 골랐다. 미국은 독립기념일을 맞아 짧지만 조용한 휴식을 보냈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끈 사건과 발언은 여전히 일주일을 다채롭게 채웠다. ‘케빈 스페이시 사건’ 이후의 <하우스 오브 카드>, 스칼렛 요한슨의 신작 영화 관련 논란, 32년 만에 속편 제작에 돌입한 <톱건 2> 캐스팅 관련 발언까지, 한주 간의 할리우드의 말을 살펴본다.

 

 

트랜스젠더 배우는 비 트랜스젠더 캐릭터의
오디션도 참가하지 못한다.
– 제이미 클레이턴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스칼렛 요한슨이 <공각기동대> 루퍼트 샌더스 감독과 함께 전기영화 <럽 앤 터그(Rub & Tug)>의 주연과 제작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실존 인물 단테 “텍스” 길의 이야기로, 1970년대 불법 마사지 숍과 매춘으로 돈을 번 범죄 조직 보스의 삶을 다룰 예정이다. ‘길’은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자신을 남성이라 여긴 트랜스젠더다. 영화 제작 소식이 전해지자, ‘시스젠더(신체적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요한슨이 트랜스젠더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요한슨은 한 매체에서 코멘트를 요청하자 “제프리 탬보어, 자레드 레토, 펠리시티 허프만 쪽에도 코멘트를 달라고 하세요.”라고 반응했다. (모두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연기한 시스젠더 배우다.)

트랜스젠더 배우들은 <럽 앤 턱>과 스칼렛 요한슨의 코멘트가 성소수자에 대한 할리우드의 무신경함을 드러낸다고 비판한다. <트랜스페어런트> 트레이스 라이셋은 트위터로 “당신은 우리를 연기해도 되고, 우리는 당신을 연기하면 안 돼?”라고 쏘아붙이며 자신이 시스젠더 캐릭터를 놓고 시스젠더 여성 배우와 경쟁할 수 없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센스8> 제이미 클레이턴 또한 트랜스젠더 배우는 비 트랜스젠더 캐릭터 오디션장에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게 진짜 문제라며 시스젠더를 트랜스젠더 역할에 캐스팅할 거라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Variety

 

 

로빈 라이트가 앞장서서
<하우스 오브 카드>를 구했어요.
– 패트리샤 클락슨
출처: 넷플릭스

패트리샤 클락슨이 <하우스 오브 카드> 동료 배우 로빈 라이트가 쇼를 구했다고 밝혔다. 클락슨은 한 토크쇼에서 ‘케빈 스페이시’ 성추행 스캔들로 작품이 위기에 처했을 때 로빈 라이트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나섰고, “작품 덕분에 먹고사는 사람들은 드라마 제작이 취소되면 일자리를 잃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쇼러너 프랭크 퍼글리스와 멜리사 깁슨은 거의 목숨까지 내놓을 만큼 시즌 6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시즌 6 촬영 돌입 한 달 후 스페이시가 90년대 초 당시 14살이었던 배우 앤서니 랩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넷플릭스와 제작사는 드라마 제작 취소도 고려했으나, 최종적으로 시즌 6, 8개 에피소드로 드라마 전체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출처: Deadline

 

 

내가 14살이 아니라 29살이어서 다행이었죠.
– 가이 피어스
출처: 워너브라더스코리아

한편 케빈 스페이시의 성폭력 혐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드러나고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 크루 중에도 스페이시에게 성폭행당한 피해자가 나타났고, 그가 예술감독으로 일한 영국 올드 빅 극단에서는 무려 스무 명이 스페이시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최근 또다른 사람이 스페이시의 ‘부적절한 행동’을 밝혔는데, 바로 <LA 컨피덴셜>에 함께 출연한 가이 피어스다. 피어스는 호주 토크쇼에서 스페이시에 대한 질문에 “훌륭한 배우, 대단한 배우”이지만 “함께 일하기는 힘들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스페이시가 “자꾸 만지는(handsy)” 사람이었으며, “내가 14살이 아닌 29살이라서 다행이었다.”라고 말했다. 피어스는 더 이상은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짧은 발언으로도 스페이시가 촬영장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출처: Deadline

 

 

정말 뼈아픈 비평은 그 말이 옳을 때 뿐이다.
– 크리스토퍼 맥쿼리
출처: Artisan Entertainment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개봉을 앞둔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트위터를 통해 생애 최악의 비평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말했다. <유주얼 서스펙트> 작가로 인정받은 맥쿼리는 2000년 영화 <웨이 오브 더 건>으로 감독 데뷔를 했다. 당시 영화에 엄청난 혹평이 쏟아졌는데, 그중 고향 지역지에 실린 리뷰는 영화 평가보다는 감독 자신을 공격하는 느낌이었다. 맥쿼리는 비평가에게 연락해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고, 두 사람은 실제로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감독은 비평가가 한때 영화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 동료와 후배 영화인들에게 이런 충고를 한다고 말했다. “분노가 가득하고, 격렬하며, 치사하고 치졸한 비평에 깔린 의미는 모두 같다. ‘내가 가졌어야 하는 기회를 완전히 망쳐버렸다.’라는 뜻이다.”

맥쿼리가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은 건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라이언 존슨 감독이 최근 몇 개월 간 트위터로 소위 ‘스타 워즈 팬’에게 개인적인 공격을 받는 것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화를 낼 권리는 있지만 감독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정당화할 수 없”으며, “작품이 아닌 감독 개인에 대한 내용으로 흘러버리면 그 비평은 틀렸고, 가장 쉽게 무시할 만하다.”라고 비판했다.

 

출처: Indiewire

 

 

독립기념일을 맞아 애국심이 생겼습니다.
당신 에이전트 일 그만 하겠어요.
– 켄 캐플란 (‘거쉬’ 소속 탤런트 에이전트)
출처: HBO

독립기념일을 맞아 한 배우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제임스 우즈는 진보적 색채가 강한 할리우드에서 눈에 띄는 ‘우파’ 성향 배우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옹호할 뿐 아니라 #미투 운동, #타임즈업 운동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에 자신의 에이전트가 7월 4일 보낸 메일을 공개했다. 그의 에이전트 켄 캐플란은 이메일에 “독립기념일을 맞아 애국심이 샘솟네요. 그래서 당신 에이전트 일 더 이상 안 하려 합니다. 당신에게 불평할 게 많지만 무슨 말할지는 잘 알겠죠.”라고 적었다. 우즈는 캐플란이 “불평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정말 애국심이 샘솟는다면 발언의 자유와 개인의 사상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출처: Indiewire

 

 

벽에 붙인 톰 크루즈 포스터 다 뗄 거예요.
아니다, 하나는 남겨 놔야지.
– 글렌 파월
출처: Paramount Pictures

톰 크루즈의 대표작 <탑건>이 32년 만에 <탑건: 매버릭>이라는 제목으로 속편 제작에 돌입했다. 톰 크루즈와 발 킬머가 복귀하며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새로운 캐릭터의 합류도 눈에 띈다. 그중 주연급은 매버릭(크루즈 분)의 동료 구스(앤서니 에드워즈 분)의 아들이자 매버릭의 제자가 될 젊은 청년이다. 이 역에 마일즈 텔러(위플래시), 니콜라스 홀트(엑스맨 프리퀄 시리즈), 글렌 파월(히든 피겨스)이 최종 후보이며, 톰 크루즈와 스크린 테스트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텔러가 최종 낙점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파월은 트위터로 텔러의 캐스팅 소식을 전하며 “내 방 벽에 붙인 톰 크루즈 포스터 다 뗄 거다.”라고 농담했다. 파월에게 아쉬움을 안긴 <탑건: 매버릭>은 내년 7월 12일 북미 개봉을 목표로 현재 촬영 중이다.

 

출처: Indiew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