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하

 

 

여느 때보다도 거세고 끈질기게 지속되는 무더위 때문에 올여름엔 에어컨과 함께 스스로에게 강력한 공포 영화를 처방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섬찟한 미소를 띤 광대, 혹은 광기 어린 살인마가 우리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공포의 정석이라 한다면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존재. 즉, 귀신이나 악령, 좀비 같은 것들이 우선적으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미지의 존재로부터 느껴지는 무력감은 자연스럽게 공포를 조성하고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언제나 그들이 긴 머리를 풀어헤친 채 돌연 TV에서 팔을 뻗어 나오거나, 새로 이사 온 단란한 가족을 이유 없이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모습만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그들은 화려한 액션부터 로맨스, 코미디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악하게, 때로는 선하게 다양한 활약들을 펼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슈퍼내추럴적 존재들이 나오지만 공포 장르를 취하고 있지 않은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 트와일라잇 시리즈 (2008-2012) – 누구보다 빠르며 괴력을 자랑하는 뱀파이어

 

이미지: ㈜NEW

 

아빠가 살고 있는 워싱턴주 포크스로 이사 오면서 전학생 신분이 된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학교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컬렌 가문의 자제들 중 한 명인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가 다소 신경 쓰인다. 자신에게 악취가 난다는 듯 코를 틀어막던 그의 행동에 언짢음을 느끼기도 했지만, 다른 이들보다 월등히 아름답고 신비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외모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순간이동 하다시피 빠르게 달려와 차에 깔릴 뻔했던 자신을 괴력으로 구해준 것이 계속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인디언 부족 일원인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에게 컬렌 가문과 얽힌 퀼렛 부족의 전설을 듣게 된 벨라는 기어코 에드워드가 무엇인지 알아내 소리 내어 그의 정체를 읊조린다. “뱀파이어.”

사람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 피를 빨아먹음에도 모든 이들을 홀릴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어서인지, 뱀파이어는 영화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초자연적 존재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벨라가 늑대와 사랑에 빠진 양처럼 뱀파이어 에드워드에게 이끌려 시작된 [트와일라잇]은 [뉴문], [이클립스]를 거쳐 그들이 결실을 맺게 되는 [브레이킹 던 Part 1]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브레이킹 던 Part 2]에서는 그와 관련된 오해가 벌어지며, 컬렌 가문에는 동족 간 거대한 전쟁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지고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화려한 피날레를 향해 달려간다.

 

 

 

2. 고스트 버스터즈 (2016) – 유령을 퇴치하는 이 시대의 히어로

 

이미지: UPI 코리아

 

콜롬비아 대학 소립자 물리학 전공 교수로 근무 중이던 에린(크리스틴 위그)이 종신직을 앞두고 친구 애비(멜리사 맥카시)에게 찾아가 과거에 함께 공동 집필했던 유령 연구 저서를 인터넷에서 내려달라고 말했음에도 대학에서 해고 조치당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실제로 유령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유령이 실제 존재한다고 기뻐하는 에린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지며 학교에까지 들어간 것은 더 말해봤자 가슴만 아프다. 하지만 이 일을 기회 삼아 에런은 애비와 애비의 동료이자 괴짜 공학자인 홀츠먼(케이트 맥키넌), 지하철 공무원 출신 패티(레슬리 존스), 그리고 업무 처리는 잘 못하지만 섹시한 금발의 접수원 케빈(크리스 헴스워스)과 함께 유령을 퇴치하는 고스트 버스터즈를 꾸리게 된다.

사실 이 영화는 “고!스트 버!스터즈”하고 흥겹게 외치는 주제곡과 유령 금지 표시로 유명한 80년대 동명 영화의 리부트작이다. 32년 만에 다시 돌아온 [고스트 버스터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존의 남성 4인조를 여성 4인조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사회에서 위너보단 루저에 더 가까운 4명의 여성들이 유령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즈로 활약하는 모습은 짜릿한 전율을 일으키며 북미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오프닝 1위를 차지했다.

 

 

 

3. 셰이프 오브 워터 (2018) – 푸른 비늘을 가진 순수한 괴물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90년도 SF 영화 [콘택트]의 주인공 엘리 애로웨이는 이 거대한 우주 공간에서 생명을 가진 존재가 우리뿐이라면 이는 엄청난 공간 낭비가 될 것이라 말했다. 하물며 4천억개의 크고 작은 별들이 있는 우주 저 너머에 어떤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지도 불확실한 지금 이 시대에, 우리는 지구 내의 모든 생명체를 발견했다고 과연 단언할 수 있을까? 제 7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은 물론이고 제 90회 아카데미 최다 노미네이트를 달성하며 뭇사람에게 찬사와 호평을 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이번 영화는 미지의 괴생명체와 인간의 사랑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바야흐로 우주 개발 경쟁이 한창인 1960년대, 미 항공우주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 청소부로 일하고 있던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실험실에서 한때 남미 아마존에서 원주민들에게 신으로 떠받들어지다 붙잡혀 온 괴생명체(더그 존스)와 마주치게 된다. 엘라이자는 괴생명체가 고통을 느끼든 말든 자신의 권력 유지에 이용만 하려는 실험실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의 눈을 피해 그에게 계란을 나눠주고 음악을 들려주며 교감을 쌓아가고, 심지어 그를 탈출시킬 계획을 세우기까지 한다. 푸르게 빛나는 괴생명체의 비늘 사이로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는 엘라이자의 사랑은 물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어 시간을 들여 온 세상을 물들이고 마는 빗방울처럼, 고요하게 모든 것을 끌어안고 있는 바다처럼 우리에게 형용할 수 없는 여운을 선사한다. 그들은 모든 곳에 존재하기에.

 

 

 

4. 마틸다(1997) – 내 맘대로 물건을 움직이는 초능력자

 

이미지: 트라이스타 픽처스

 

마법이란 참으로 매력적인 능력임이 틀림없다. 어느 날 초대받지도 않고 무작정 찾아온 거대한 손님이 이마에 번개 모양의 흉터를 가진 소년에게 “해리, 넌 마법사란다.”라고 말하는 걸 본 뒤, 창가에서 부엉이가 입학 초대장을 가지고 오진 않을까 기대하지 아니한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두꺼운 겨울 옷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옷장 너머엔 다른 세상이 있지 않을까 하고 가슴이 뛰었던 적은? 지팡이를 휘두르며 주문을 외워야 하는 거창한 것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잠들기 전, 괜히 스위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불이 저절로 꺼지길 바라는 소소한 상상력을 발휘해보곤 하지 않았는가?

여기 독서를 좋아하는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소녀, 마틸다(마라 윌슨)는 그 소소한 상상력을 실제로 가능케 하는 마법, 혹은 초능력이라 불리는 그 능력을 타고난 이 중 하나다. 권위적인 아빠와 무관심한 엄마, 자신을 괴롭히는 오빠 틈에서 자라난 마틸다는 6살이 되던 해, 그녀를 골칫거리로 여기던 가족들로 인해 이상한 학교에 다니게 된다. 호그와트 같은 마법학교가 펼쳐진 건 아니지만 아이들을 진심으로 챙기는 담임선생님 허니와 서로를 위하고 챙기는 친구들 덕분에 학교생활은 즐겁기만 하다. 단, 아이들을 공처럼 집어 던지며 겁을 주는 트런치불 교장 선생님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마틸다는 그러한 트런치불 교장선생님이 과거에 허니 선생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교장선생님을 쫓아내기 위한 작전을 세우기 시작한다. 자, 그럼 우선은 손을 대지 않은 채 시리얼을 그릇에 붓는 것부터 연습해볼까?

 

 

 

5. 마법에 걸린 사랑 (2008) – 차원 이동한 동화 속 공주님

 

이미지: 월트 디즈니 픽처스

 

‘백옥 같은 피부에 상냥한 마음씨를 지닌 사랑스럽고 연약한 공주님이 자신을 구해준 왕자님과 키스를 나누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고 막을 내리는 해피엔딩 스토리는 디즈니 프린세스의 유구한 전통과도 같은 것이었다. 백설공주와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심지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마는 인어공주까지도 디즈니에서만큼은 왕자님과 이어지며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모든 공주와 왕자가 초면에 만나자마자 순식간에 서로에게 사랑이 싹트며 이를 단 하나의 진정한 사랑을 외친다 생각해보면 상당히 우스꽝스럽고 기괴해 보이지만, 어찌 보면 정말 동화라서 가능한 일이겠거니와 하고 넘어가는 부분도 없잖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동화 속 인물들 중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 떨어진 공주님이 있었으니, 바로 숲 속 동물들과 노래를 부르며 왕자님을 만나길 고대하던 [마법에 걸린 사랑]의 지젤(에이미 아담스)이다. 에드워드 왕자(제임스 마스던)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사악한 나리사 여왕(수잔 서랜든)에 의해 삭막한 뉴욕에 보내진 지젤은 우연히 자신을 도와준 로버트(패트릭 뎀시)를 위한답시고 비둘기와 쥐 같은 동물들을 모아 대청소를 벌이거나, 집안의 커튼을 오려서 드레스를 만들어 입는 등 여전히 동화적인 행보를 이어나간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지젤은 사랑을 믿지 않는 로버트에게 사랑의 위대함에 대해 일 깨워주고, 로버트는 그런 지젤에게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 역시 중요함을 알려주며, 만난 지 겨우 하루 된 에드워드 왕자에 대한 감정이 과연 진정한 단 하나의 사랑인지에 대해 고민해보게 하는 전환점을 선사해준다. 나리사 여왕이 지젤은 완전히 없애버리기 위해 기를 쓰는 상황에서, 그녀는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 누군지 깨닫고 그것을 쟁취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