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이 개봉 16일 만에 11만 관객을 돌파했다.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상영관에도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은 지금껏 감독이 연출해온 가족영화를 집대성한 탁월한 구성과 연출력이 어느 때보다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따뜻한 감성부터 [세 번째 살인]의 서늘하고 어두운 정서까지, [어느 가족] 속 가짜 가족의 이야기는 감독들의 전작을 떠올리게 하며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지난 7월 29일, 1박 2일 일정으로 내한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기자 간담회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고레에다 히로카즈입니다. 어제오늘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새 작품 개봉에 맞춰서 이렇게 한국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작품이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전해질 것은 전해진다’라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이 제게 절실한 모티브, 또는 주제를 파헤치다 보면 전해질 것은 전해진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부분을 거의 생각하지 않고 만드는 편입니다.

 

 

감독님이 생각한 ‘가족’이란 무엇인가요?
가족은 여러 형태가 있을 있기에, 너무 억압적으로 가족은 이런 것이다는 형태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좋은 자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느 가족]은 이 가족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그 결과 결국 그들이 심판을 받는 상황을 맞지만, 그럼에도 혈연이 아닌 형태로 공동체를 구성해서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을 하고 싶었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일본 영화계를 비판하면서 칸 영화제 대상을 받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마도 제가 문제의식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일본 영화 산업이 기존보다 점점 더 안으로, 내향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확장시키고 싶은 의미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가족]의 결말은 감독님의 전작에 비해 현실적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영화에서 ‘쇼타’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은 앞으로 살아나갈 때 어떤 형태로든 그의 양식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이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표정이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촬영했습니다.
‘린’은 마지막 장면에서 틈새로 바깥을 보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놓고 올라가서 난간 위로 바깥세상을 내려다봅니다. 영화의 첫머리에서 틈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때와 난간 위에 올라서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린은 훨씬 넓은 것들을 보고 있으리라 생각되고, 바로 그게 아주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의 영화가 갈수록 친절해진다는 평가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작품마다 말을 거는 상대가 다른데, 매 작품마다 말을 걸고 있는 상대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이번 작품에도 출연한 릴리 프랭키, 키키 키린과의 촬영 중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가족이 아님에도 가족으로 같이 살 수 있는 그런 부모, 자식 관계를 생각했을 때 릴리 프랭키와 키키 키린 두 분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릴리 프랭키와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역할에 대해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 ‘오사무’는 성장하지 않는 어려운 인물이다. ‘쇼타’는 성장하며 아버지를 앞지른다. ‘오사무’는 그런 경험을 하는 인물이다. – 그런 의미에서 슬픈 아버지상을 표현해 달라고 했습니다.
키키 키린은 누가 봐도 정말 훌륭한 배우입니다. [어느 가족]을 촬영할 때 인상적인 일을 말씀드리자면, 영화에서 여섯 명이 바닷가에 가는 장면이 있는데, 할머니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입으로 ‘고맙습니다’라고 소리 내지 않고 말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대본에는 없던 장면으로 배우가 직접 즉흥적으로 연기한 거였고, 영화 줄거리 마지막에 나올 수 있도록 대본을 수정했습니다. 키키 키린은 영화의 주제와 중요한 핵심을 포착하고, 자신의 연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배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느 가족]은 ‘가족’에 대한 탐구가 집대성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지금 당장은 계획이 없습니다. 이번에 [어느 가족]은 ‘가족 드라마’라기보다 오히려 가족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에서 일어나는 마찰에 주목한 영화입니다.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지금 다음 작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일본에서 일본어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프랑스와 미국 배우분들과 함께 작품을 하게 됩니다. 그동안 제가 만든 작품이 언어나 문화를 뛰어넘어 많은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되는지가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문화나 언어를 넘어서 연출자가 연출을 할 수 있는가, 그것의 가능 여부가 숙제로 주어지는 흥미로운 상황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발판으로 삼아 좋은 결과가 나타나면,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 분들과도 만남을 확대시켰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