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2002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매주 기이하거나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실제 사건을 재구성해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이 넓고 넓은 세상은 보이는 것만으로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놀랍고 흥미로운 실화가 얼마나 많은지 해당 프로그램은 지금까지도 일요일 아침이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은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처럼 미스터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에 구미가 당기고, 왠지 영화나 드라마도 그런 수수께끼를 다룬 작품에 시선이 간다.

 

 

 

 

마신자: 빨간 옷 소녀의 저주(2015) – 괴담

 

이미지: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실화에서 발생한 괴담은 으스스한 매력이 있다. 대만에는 ‘빨간 옷 소녀’라 불리는 괴담이 전해져 내려온다. 괴담의 시작은 1998년, 원인불명으로 사망한 일가족이 남긴 카메라에 나타난 빨간 옷을 입은 소녀의 모습이었다. 오싹한 사실은 함께 여행을 간 어느 누구도 소녀를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행객들이 그들을 따라다닌 소녀의 존재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TV 프로그램의 분석 영상과 이후 의문의 교통사고가 이어지면서 대만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한동안 대만을 들썩이게 한 괴담은 2014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행 중 실종됐다 5일 만에 발견된 여성이 ‘빨간 옷을 입은 소녀가 빨간 우산을 쓰고 데려갔다’는 섬뜩한 증언을 한 것이다.

영화 [마신자: 빨간 옷 소녀의 저주]는 이 기이하고 미스터리한 괴담에 모티브를 얻었다. 왜소한 신체, 붉은 눈동자, 공포스러운 굉음, 그리고 민첩한 동작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끈 다음 현혹시켜 영혼을 빼앗는다고 알려진 ‘빨간 옷 소녀’. 영화는 두 젊은 연인에게 발생한 의문스러운 사건을 통해 인간의 죄책감에서 발현한 두려움을 서서히 조여드는 공포로 그려냈다. 2017년 ‘빨간 옷 소녀의 비밀’이라는 부제로 후속편이 나왔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6 – 로어노크

 

이미지: FX

 

인류의 역사에는 여러 신비하고 괴이한 현상이 존재한다. 그중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증발하는 ‘배니싱 현상(vanishing effect)’은 영문을 알 수 없기에 더욱 두렵고 미스터리하다. 1584년 영국은 미국 동부 로어노크섬에 식민지를 건설하고자 했지만, 원주민의 저항과 보급품 조달 어려움 등의 이유로 실패했다. 3년 후 새롭게 임무를 이어받은 존 화이트가 원주민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며 최초의 식민지 건설을 시도해 여전한 어려움에도 그의 손녀딸이 영국계 백인 최초로 북미 대륙에서 탄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존 화이트는 보급품 조달과 성과 보고를 위해 본국으로 돌아갔는데, 영국과 스페인 전쟁 때문에 로어노크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무려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어렵게 다시 찾은 섬은 등골 오싹하게도 나무에 새겨진 ‘크로아토안’이라는 문구 외에는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이주민 모두 사라진 뒤였다.

매 시즌마다 음산하고 기이한 미스터리를 다루는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여섯 번째 시즌은 지금도 수수께끼로 남은 로어노크 수수께끼를 차용했다. 그동안 감각적인 연출로 세련된 호러를 선보였던 드라마는 ‘로어노크의 악몽’이란 부제로 모큐멘터리 형식을 도입해 이전과 다른 색다른 공포를 연출했다. 귀신 들린 집에 살았던 젊은 부부의 사연을 재현한 재연 배우와 실제 주인공의 이야기를 교차 진행하며, 어느 때보다 사실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몰입감을 자랑한다.

 

 

 

 

모스맨(2002) – 미확인 생명체

 

이미지: Screen Gems

 

대형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는 전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동물들의 이상 현상이다. 1966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 온몸이 검은 털로 뒤덮이고, 길이는 약 2미터에 달하며 큰 날개를 가진 미확인 동물의 목격담이 퍼졌다. 생김새를 묘사하는 목격자들의 증언은 조금씩 다르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스맨’으로 유명해졌다. 그리고 1967년 12월 모스맨은 실버 브릿지 부근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고, 뒤이어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모스맨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건 등 세계의 주요 대참사 사건 직전 등장해 미스터리한 여운을 남겼다.

[모스맨]은 실제 폭발 사건에 기반에 둔 1975년 출간된 존 킬의 책을 원작으로, 의문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자에게 일어난 미스터리를 그린 영화다. 명석하고 실력 있는 정치부 기자가 아내가 죽기 직전 남긴 말과 수상한 그림에 관련된 사건에 다가서는 이야기다. 도드라지게 무서운 장면은 없지만 초자연적 존재가 주는 긴장감과 두려움에 직면하는 인물의 심리를 흥미롭게 담아냈다. 다만 아쉽게도 후반으로 갈수록 매혹적인 소재가 흐지부지해져 비평도 흥행도 그리 좋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2012(2009) – 마야 예언

 

이미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21세기를 앞둔 90년대 들어 세기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재난영화가 연거푸 쏟아졌다. 자연재해, 이상기후, 외계인 침공, 치명적인 감염 등 그 소재도 다채로웠다. 영화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휴거 사건이 잇따르며 세기말을 향한 불안한 징후가 포착됐다. 1999년 12월 31일 마침내 그날이 왔지만, 알다시피 아무 일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동요는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고대 마야 달력을 근거로 2012년 12월 지구가 멸망한다는 종말론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인디펜던스 데이], [고질라], [투모로우]로 재난 블록버스터에서 두각을 드러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2012년 12월 21일 마지막 날이 찾아온다는 인류 멸망론에 모티브를 얻은 영화 [2012]를 공개했다. 재난영화의 끝판왕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아낌없이 무너지고 파괴되는 지구를 거대한 스케일로 쏟아냈다. 진부한 스토리와 민폐급 캐릭터의 활약에도 시각적인 볼거리만큼은 압도적이다. 2012년을 무사히 넘겼기 때문일까, 2013년 6월 3D 버전으로 재개봉했다.

 

 

 

잃어 버린 도시 Z(2016) & 더 테러(2018) – 사라진 탐험가

 

인류의 역사에는 언제나 미지의 영역에 발을 내밀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어왔다. 탐험가라 불리는 그들의 신념과 용기에서 나온 도전은 신비롭고 매혹적이며 낯선 이야기로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하며 짜릿한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또한, 때때로 그들의 실패는 알 수 없는 연유로 수수께끼 같은 의문만 잔뜩 남긴다.

 

이미지: AMC

 

1845년 북서항로 개척을 위해 출항한 영국의 이리버스호와 테러호는 끝내 귀환하지 못했다. 성공하진 못했으나 북극에 도전한 전력이 있는 노련한 탐험가 존 프랭클린이 당시 기술이 집약된 함선을 진두지휘했음에도 그해 여름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그 자신은 물론 함께 탐사에 나선 대원들 모두 소식이 끊겼다. 탐험이 실패로 끝난 전모는 아직까지도 대부분 미스터리로 남아있으며, 2016년 9월 테러호의 잔해가 발견됐다.

올초 AMC에서 방영한 드라마 [더 테러]는 댄 시먼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은 탐사선의 실화를 다룬다. 극의 중심은 잘 알려진 탐험가 존 프랭클린가 이끄는 이리버스호가 아닌 함께 출항한 또 다른 함선 테러호를 이끈 크로지어 함장이다. 극한의 추위가 몰아치는 기상환경 속에 항로를 개척하고자 나섰던 두 함선이 어떻게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는지 팽팽한 긴장과 함께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요즘 날씨와 전혀 다른 살벌하게 추운 드라마 속 풍경은 보기만 해도 서늘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이미지: ㈜영화사 빅

 

20세기 초 최고의 탐험가, 퍼시 포셋은 1925년 그의 아들 잭과 아들의 친구 롤리와 함께 잃어 버린 도시 ‘Z’을 찾고자 아마존으로 들어선 뒤 돌아오지 않았다. 포병 장교였던 그는 1900년대 초 영국 왕립지리학회의 요청으로 지도 제작을 위해 아마존에 처음 발을 들였다. 성공적인 첫 탐사 이후 수차례 지속된 아마존 여정에서 차츰 문명과 고립된 밀림에 마음을 뺏기고 사로잡혔다. 특히 깊은 밀림 어딘가 알려지지 않은 고대 문명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영화 [잃어 버린 도시 Z]은 치명적인 위험이 잔뜩 도사리고 있음에도 신비로운 매력이 가득한 아마존에 흠뻑 매료된 퍼시 포셋의 숭고한 여정을 담아냈다.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아마존 탐험이 아닌 미지의 세계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동경으로 채워진 고귀한 발걸음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