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할리우드의 가장 큰 화제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다. 케빈 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미국 여성이 남자친구를 따라 싱가포르에서 “미친듯이 부자인” 그의 가족을 만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1993년 영화 [조이 럭 클럽] 이후 처음으로 할리우드 매이저 스튜디오 영화 주요 출연진이 아시아계 배우로 꾸려졌다. 그 결과도 기대 이상으로, 개봉 후 5일 간 345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북미 개봉만으로 순제작비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 듯하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최근 몇 년간 다양성 부족과 화이트워싱으로 뭇매를 맞은 할리우드에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백인 배우가 없어도 영화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외에 한주 간 할리우드에서 회자된 다양한 말들을 모아봤다.

 

 

제임스는 친구고 그를 사랑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기하는 것도 좋다.
– 크리스 프랫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제임스 건 감독이 해고된 후 영화 출연진은 건을 지지하고 그의 재고용을 요청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그 외에 각자 의견을 표하는 강도는 달랐다. 데이브 바티스타가 소셜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디즈니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비판한 데 반해, 크리스 프랫은 SNS로 성경 구절과 짧은 입장 표명을 한 것 외에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피했다. 프랫은 최근 AP와의 인터뷰에서 건의 해고 소식을 들었을 때의 반응과 그가 지금까지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큰 충격을 받았”으며, 그래서 코믹콘 때 [레고 무비 2] 홍보를 위해 잡아놓은 인터뷰 거의 대부분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또한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서를 작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생각, 노력을 들였으며, 그 성명서가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하고 싶은 말이라 밝혔다. 그는 “제임스 건은 우리의 친구고 그를 사랑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기하는 것도 좋”기 때문에, 지금은 모두가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프랫, 바티스타를 비롯한 배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뜻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최근 제임스 건의 재고용은 없다는 뜻을 다시 한번 확고히 했고, 마블 스튜디오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유튜브 Associated Press

 

 

내가 원한 건 맞지만, 그 이유를 말할 수 없다.
– 루스 윌슨
출처: Showtime

쇼타임 드라마 [디 어페어]의 주연 루스 윌슨이 시즌 4 중도에 깜짝 하차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윌슨의 캐릭터 ‘앨리슨’의 운명이 밝혀진 후, [디 어페어] 제작진은 “루스 윌슨이 시리즈 하차를 요청했다.”라고 공개했다. 루스 윌슨 또한 최근 CBS 디스 모닝에 출연해 자신이 떠나겠다는 의사를 먼저 밝혔다고 인정하면서, “그 이유를 말할 권한이 없다.(I am not allowed to talk about why.)”라고 말했다. 앵커 게일 킹은 윌슨에게 하차 이유가 동료 배우 도미닉 웨스트와의 출연료 차이 때문이라고 물었으나 (윌슨은 지난 2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웨스트보다 출연료를 적게 받는다고 밝혔고, 웨스트는 윌슨이 자신과 동일한 출연료를 받아야 한다고 지지의 뜻을 표했다.), 윌슨은 이를 부정하면서 “처음부터 쇼타임에 동등 출연료 문제로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윌슨의 하차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사람들은 골든 글로브상까지 받게 한 캐릭터와 시리즈를 떠나는 만큼 정말 큰 일이 있을 것이라며 추측을 멈추지 않고 있다.

 

출처: CBS This Morning

 

 

그날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 로자먼드 파이크
출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로자먼드 파이크가 신인 당시 오디션에서 옷을 벗으라는 요구를 끝까지 거절했던 일화를 공개했다. 파이크는 21살 때 [007 다이 어나더 데이] 오디션에 참여했는데, 오디션 당시 “이브닝 드레스 착용.”이란 요구사항에 할머니의 드레스를 빌려입었다. 하지만 영화 의상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 드레스가 “본드걸이 입는 옷”답지 않다며 갈아입을 옷을 건넸는데, “끈 3개만 있다”고 표현할 만큼 너무 노출이 심했기 때문에 파이크는 그 옷으로 갈아입길 거부했다. 대신 속이 비치는 시스루 드레스를 입고 오디션장에 들어갔고, 그곳에서도 드레스를 벗고 속옷만 입어보라는 요구를 받았다. 파이크는 “그날 어떻게 그렇게 굳게 마음을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절대로 드레스를 벗은 오디션 테이프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회상했다. 파이크는 끝까지 옷을 벗지 않았지만 결국 영화에 캐스팅됐고, 장편영화 데뷔에 성공했다. 파이크는 “촬영 현장에서는 프로듀서 덕분에 노출에 대한 부담감이나 위험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Indiewire

 

 

스파이크 리가 거짓 이야기로
영화를 만든 것이 실망스럽다.
– 부츠 라일리
출처: Focus Features

스파이크 리의 [블랙클랜스맨]은 KkK단에 잠입한 흑인 형사 론 스톨월스의 실화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모두가 영화에 대해 좋은 말만 하지는 않는 듯하다. [쏘리 투 바더 유]로 주목받은 부츠 라일리는 [블랙클랜스맨]이 영화 예술 자체로는 흠잡을 데가 없지만 역사를 왜곡하고 악당을 선한 인물로 그려냈다고 비판했다. 라일리는 영화가 “인종 차별과 억압의 역사에서 경찰을 주인공으로 만든 가짜 이야기”이며, 론 스톨월스가 KkK단뿐 아니라 “흑인 급진 단체에도 3년간 위장 잠입해 단체가 인종 억압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자”인 점을 지적했다. 라일리는 당시 FBI가 급진 단체를 수사하는 태도도 함께 비판했다. 그는 FBI가 “백인 우월주의 단체에 FBI 요원과 경찰을 침투시킨 것은 그들을 방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이용해 흑인 급진 단체를 위협하고 공격하기 위함”이었으며, “백인 우월주의 단체를 막기 위한 조치는 어디에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라일리는 “스파이크 리가 잘못된 시각으로 흑인 경찰과 그의 파트너들을 인종차별주의에 맞서 싸운 인물로 그린 것이 ‘좋게 말해서’ 굉장히 실망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Twitter @BootsRiley

 

 

연기는 기술이다.
누구나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
– 글렌 클로즈
출처: 액티버스엔터테인먼트/라인트리 엔터테인먼트

명배우 글렌 클로즈가 최근 스칼렛 요한슨의 [럽 앤 터그] 캐스팅 논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스칼렛 요한슨은 [럽 앤 터그]에서 ‘단테 길’ 역을 맡으려 했으나 시스젠더 배우가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프로젝트 하차를 선택했다. 클로즈는 최근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 팟캐스트에서 “트랜스젠더 캐릭터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거나 감독하는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트랜스젠더 배우들에게 일을 줘야 한다”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적역인 사람을 캐스팅할 수 있는 기회도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클로즈는 “연기는 기술이다. 그래서 누구나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 일을 둘러싼 좌절감은 이해한다.”라고 덧붙였다. 클로즈는 2011년 [앨버트 놉스]에서 평생 남장을 한 채 살아야 했던 여성을 연기했으며,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출처: Deadline

 

 

키아누 리브스와 진짜 결혼한 줄 알았다.
– 위노나 라이더
출처: Regatta

로맨틱 코미디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드라큘라]의 키아누 리브스와 위노나 라이더의 4번째 영화이자 12년 만에 함께 하는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라이더는 EW와 인터뷰에서 [드라큘라] 촬영 당시 리브스와 정말 결혼한 줄 알았다고 깜짝 발언을 했다. 당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신부를 데려와 실제 예식을 진행하면서 촬영했기 때문에, 라이더는 리브스와 진짜 결혼식을 치른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반전이라면 함께 촬영했던 리브스는 이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리브스는 라이더에게 “우리가 ‘네’라고 말했어요?”라고 물었고, 라이더는 “기억 안 나요? 발렌타인 데이 때였는데요.”라고 대답했다. 리브스는 그때서야 깨달은 듯 “세상에, 우리 정말 결혼했네요.”라고 말했다. 1990년대 대표 ‘비주얼 커플’이 실제로 연을 맺었다면 팬들은 정말 기쁘겠지만, 일단은 영화 속 알콩달콩으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8월 31일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출처: EW

 

 

내가 ‘충분히 백인답지 않다.’고 한다.
– 제니퍼 에스포지토
출처: ABC

제니퍼 에스포지토는 1997년 [스핀 시티]로 주목받은 후 [NCIS], [블루 블러드] 등 다수의 TV 시리즈에 출연한 23년차 베테랑 배우다. 작년 [NCIS]에서 하차한 후 지금까지 특별출연 외에 별다른 작품을 하고 있지 않은데, 최근 페이스북으로 자신이 오디션장에도 못 들어갔다고 털어놓았다. 에스포지토는 동료 배우들에게 “캐스팅 디렉터 단계에서 완전히 막혀본 적 있느냐”라고 물었다. 친구의 댓글에 에스포지토는 “내가 지난 한 달 동안 프로젝트 5건에서 내가 ‘충분히 백인답지 못하다’라는 말을 들었다. 어쩌면 아직까지도 이럴 수가 있나?”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에스포지토는 백인인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다.) 그녀는 “’아니다’라고 하기 전에 최소한 기회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 특히나 이 바닥에 몇 년이나 있었던 배우에게.”라고 말하며, “배역을 못 따내는 건 그렇다 치고, 오디션장에 들어갈 기회를 얻지 못하는 건 또다른 문제”라 덧붙였다. 또한 “신인 시절 연극을 할 때 선배 배우가 ‘성을 바꾸라’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맞았다.”라고 떠올리며, 그 충고를 한 사람이 마리사 토메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출처: Facebook Jennifer Esposi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