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콘텐츠은 ‘벌쳐’와 리프린트 계약을 맺고, 독자 여러분께 추천할 만한 콘텐츠를 번역합니다

 

translated by. Tomato92

written by. 젠 체이니

 

이미지: 넷플릭스

 

2015년 이후, 실제 범죄를 기반으로 한 [더 징크스]와 [살인자 만들기]가 널리 알려지고 회자되면서 이런 장르의 작품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후 넷플릭스는 [천사들의 증언], [문제적 유토피아], [이블 지니어스: 누가 피자맨을 죽였나?], 확장된 버전의 [계단, 아내가 죽었다]와 같은 흥미로운 시리즈를 계속 만들고 있다. 옥시전 방송국(Oxygen) 역시 다수의 실제 범죄 기반 시리즈를 만들며 전장에 참여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지만 배우를 기용해 픽션과 논픽션을 합한 작품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팟캐스트 ‘시리얼’에 영감을 준 사건에 토대를 둔 HBO의 [The Case Against Adnan Syed]와 미셸 맥나마라의 [I’ll Be Gone in the Dark], 조던 필 감독이 ‘로레나 보빗’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시리즈 역시 출격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브라보 방송국의 [Dirty John]와 선댄스 채널의 [Jonestown: Terror in the Jungle]도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런 유의 작품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계단, 아내가 죽었다]의 ‘Blow Poke’ 이론이나 법정 장면을 계속해서 갈구하게 만드는 실제 범죄 기반의 작품은 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범죄학 교수 스콧 본이 2016년 타임즈에 기고한 이후 매우 자주 인용되는 심리학적 설명에 따르면, 사람들은 살인이나 다른 극악한 범죄를 다룬 이야기를 보는 것에서 ‘뒤틀린 기쁨’을 얻는다고 한다. 그는 기사에 다음과 같이 작성했다. ‘대중이 실제 범죄에 끌리는 이유는 가장 원초적이고 강렬한 감정인 두려움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대중문화 엔터테인먼트의 원천으로써, 이런 작품은 통제된 환경에서 두려움과 공포를 경험하게 하는 대신 우리에게 실제 위협을 가하지는 않는다.’ 이는 사실일지 모르지만 실제 범죄 시리즈와 결이 다른 공포 영화나 스릴러 영화도 해당된다.

 

심리학 교수 아만다 비커리에 의하면 범죄 실화는 우리의 생존 본능을 자극한다고 한다. 그녀는 최근 허핑턴포스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를 썼다. ‘시청자들은 살인 사건, 살인자, 살인 방식, 피해자 등을 알아가는 동시에 그들 자신이 피해자가 되는 방식을 터득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이런 쇼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이유는 21세기에 우리가 TV를 시청하는 방식에 적격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범죄 시리즈는 현재 TV에서 가장 탄력을 받고 있는 ‘범죄 해결’ 장르와 텔레비전의 새로운 황금기, 혹은 현재 방송 및 스트리밍 콘텐츠를 상징하는 작품들의 주요 요소를 한데 결합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스터리로 가득한 상자와 명품 드라마를 합쳐놓은 것이다. TV는 그동안 우리로 하여금 실제 범죄 드라마에 최적화되도록 훈련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지: CBS

 

실제 범죄에 기반을 둔 작품은 용의자 감별, 증인 인터뷰, 증거 수집 및 조사, 검찰과 변호사의 공방에서 나온 발언 해부와 같이 전형적인 경찰물, 법정물, 형사 드라마에 나오는 심각한 위법 행위를 조사하는 핵심 과정을 보여준다. 앞으로 어떤 일이 밝혀질 거라는 조짐을 나타내는 [로 앤 오더]의 효과음에 자극됐던 우리의 쾌락 중추는 실제 범죄 기반의 작품에 환장한다. 실제 범죄 패러디 작품들이 솜씨 있게 재연되면서, 전형적인 경찰물에 나오는 현실적인 연출법이 이 장르에서도 고개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은은한 조명이 깔린 주방에서 진행되는 카메라 인터뷰에서는 종종 사건을 뒤엎을 만한 사실을 공개하는데, 자칫하면 웃기기까지 한 심각한 톤으로 무장되어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여태까지 범죄 기반 시리즈를 충분히 보았고 앞으로 인기를 끌 만한 다른 작품이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는 [NCIS]가 회색으로 물드는 연출을 쓰며 앞의 전개를 묘하게 암시하는 걸 보는 것처럼 묘한 편안함을 준다.

 

하지만 실제 범죄 기반 시리즈는 궁극적으로 전통적인 픽션 범죄 드라마와 전혀 다른 결을 보인다. 일단 실제 벌어진 이야기를 좀 더 명료하게 사용할 뿐만 아니라 디테일을 훨씬 깊고 광범위하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로 앤 오더]와 CBS 방송국에서 방영되는 대부분의 시리즈에는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반드시 나온다. 하지만 [계단, 아내가 죽었다]와 [살인자 만들기]는 그렇지 않다. 이 시리즈의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한 명의 범죄자가 사법 체계의 물결에서 굽이치는 과정을 몇 시간 동안 볼 것을 요구한다. 그들은 또한 관심과 헌신을 요청하며 작품을 보는 이들이 그들의 견해로 제시된 증거를 분석하기를 촉구한다. 이는 [로스트], [히어로즈], [웨스트월드], [레프트 오버]와 같은 미스터리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작진은 우리에게 친숙하고 약간은 삐딱한 세상을 소개한 뒤 등장인물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들을 자극한 게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흘린다. 또한 다른 의문으로 이어지는 의문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시리즈는 레딧 스레드에 사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범죄 시리즈는 시청자들을 사건 해결자로 변모시키고, 미스터리 드라마처럼 본인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오프라인 혹은 SNS 공간 내에 대화를 조장하여 작품과 시청자 사이의 관계를 형성한다. 팬들은 각자의 ‘이론’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실제 범죄 시리즈가 사람들의 그런 열망을 완벽하게 자극한다.

 

2011년, 헤더 하브릴스키는 미스터리 스타일의 드라마가 가진 영향력에 대해 한탄하는 뉴욕타임즈 기사를 썼다. 사실상 [로스트]에 대해 썼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데, ‘현재 TV 드라마 시장에 유독한 흔적을 남긴 데다 TV 황금기를 위협하고, 죽인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로스트]와 같이 떡밥을 남기는 것에 지나치게 집중한 드라마가 흥했기 때문에 다른 드라마가 비슷한 접근법을 모방했고 작품의 손상을 초래했다며 걱정을 표했다. 헤더는 이에 대한 예시로 논란이 가득했던 [킬링] 첫 번째 시즌을 들었다. 참고로 이 드라마의 홍보문구는 ‘누가 로지 라슨을 죽였나?’였는데, 몇 시즌 동안 이상한 떡밥만 푼 뒤 결국 누가 로지 라슨을 죽였는지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채 종영됐다.

 

[킬링]의 전개 방식은 실제 범죄 기반 시리즈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 작품들은 사건의 사실을 내놓고, 우리의 의견을 한 가지 방향으로 모으고 나서, 그걸 다시 다른 방향으로 보낸 다음 궁극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누가 확실히 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대부분 그들의 견지만큼은 확실히 한다는 것이다. [살인자 만들기]는 시청자에게 스티븐 에이버리가 사진사 테레사 할백을 죽이지 않았다고 생각하게끔 전개한다. [계단, 아내가 죽었다]는 마이클 피터슨이 아내가 죽은 것에 책임이 없다는 것을 정말 열심히 대변한다. [더 징크스]를 본 사람이라면 로버트 더스트가 무죄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에피소드를 다 보고 난 다음이라 할지라도, 이 예시에서 나온 사람들이 무엇을 했고, 하지 않았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 당신이 전통적인 수사물과 법정물에 신뢰를 갖는 이유는 거기에 나오는 경찰이나 변호사가 결국은 범죄를 해결하고 정의를 가져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될 거라는 안심 혹은 깔끔한 결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지난 몇 년간 미스터리 드라마나 세련된 TV 황금기 작품을 본 시청자들이 각자의 스토리텔링에서 받아들인 사실이다.

 

이미지: Showtime

 

지난 20년 동안 인정받은 대부분의 드라마에는 범죄 사업에 연루된 안티히어로들이 나온다. 이런 드라마를 보며 시청자들은 [소프라노스]의 토니 같은 마피아, [위즈]의 낸시 같은 마약 밀매상, [브레이킹 배드]의 마약 제조자 월트, 심지어 [덱스터]의 덱스터 모건과 같은 연쇄 살인마와 본인을 어느 정도 동일시한다. 앞서 예시로 든 작품은 역시나 많은 안티히어로가 나오는 실제 범죄 기반 시리즈를 받아들이는데 도움을 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나쁜 짓을 저질렀을 수도 있고, 호감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그럼에도 매우 흥미롭다. [문제적 유토피아]의 마 아난드 쉴라는 올해 TV에 나온 인물 중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시리즈를 보며 즉각적으로 든 생각은 ‘세상에, 누군가 그녀를 위한 시리즈를 따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였다. 그녀는 놀랍고 두려운 동시에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모순된 인물이다. 한 마디로, 안티히어로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최적이다.

 

[소프라노스]나 [브레이킹 배드]를 보지 않은 대중이 실제 기반 시리즈를 거부할 것이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복잡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주인공을 다룬 이 같은 작품이 다큐 시리즈를 좀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이바지했고, 파악하기 힘든 남성 혹은 여성 캐릭터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건 분명하다.

 

많은 실제 범죄 기반 시리즈는 악역에게 바로 비난을 쏟지 않는다. 대부분 어떠한 책임에 대해 발생한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도 있었을 사법 체계의 결함을 지적한다. [살인자 만들기], [계단, 아내가 죽었다], [이블 지니어스: 누가 피자맨을 죽였나?] 등의 작품은 피해자와 피고가 인종 혹은 종교적 편견이나 사법 문제 때문에 직면한 장애물을 조명한다. [더 나이트 오브], [몸을 긋는 소녀]와 같은 가상의 드라마들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특히나 [더 와이어]는 범죄 드라마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기대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이미지: 넷플릭스

 

실제 범죄 시리즈에 대한 집단적 집착은 장르 자체에 내재된 무엇인가에 분명히 영향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각본이 있는 드라마의 결말을 보고 나면 머리를 흔들며 ‘와, 저런 일이 있었다니 믿을 수 없어’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 실제 범죄 기반 다큐 시리즈의 결말을 본 시청자들 역시 ‘저런 일이 있었다니 믿을 수 없어’라고 말하지만 이는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엄청나게 뛰어난 드라마라 하더라도 이 정도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장르는 없을 것이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How the TV Landscape Teed Us Up Perfectly for True Crime

© 2018 All rights reserved. Distributed by Tribune Content Agency

 

저작권자 ©테일러콘텐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