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사랑은 때때로 초월적인 힘을 발휘한다. 단단한 사랑 앞에서는 그 어떤 고난과 역경도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신분과 계급, 성별, 인종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물리적인 장애물도 굳건하게 버티는 단단한 힘을 가진다.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는 위대한 사랑의 힘을 수없이 목격해왔다. 환상적인 크루즈 여행 중 허리케인에 좌초한 연인의 실화를 그린 영화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는 바로 그 사랑의 힘이 얼마나 경이롭고 대단한지 들려준다.

 

이미지: (주)이수C&E

 

극적인 실화의 주인공 ‘태미’는 실로 도전적이며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남다른 가족사를 지닌 그녀는 고향을 떠나 수년째 발길이 닿는 대로 정처 없는 여정을 즐기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 경비를 마련하고자 머물던 타히티 섬에서 섬세한 기질과 모험심을 지닌 청년 ‘리처드’를 만나 약속이라도 한 듯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짧은 기간에도 젊은 연인 사이에는 서로를 향한 단단한 신뢰와 사랑이 자리 잡고, 이내 두 연인은 태미의 고향 샌디에이고를 향해 장장 6,500km에 달하는 긴 항해에 나선다.

 

영화는 태미와 리처드의 가슴 설레는 로맨스부터 보여주지 않는다. 서늘한 심연에서 시작하는 오프닝은 젊은 연인에게 벌어진 비극의 현장을 비추며 차가운 긴장을 한껏 끌어올린다. 끝도 없이 펼쳐진 남태평양에서 허리케인에 좌초된 요트는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다. 돛대는 힘없이 주저앉고, 비품은 여기저기 흩어졌으며, 선실은 물이 가득 차오른 채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태미는 연인부터 찾지만 불러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저 참담한 절망감을 안길 뿐이다.

 

영화는 이제 조난당한 현재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과거를 천천히 오가기 시작한다. 아무리 사랑의 힘이 강하다 한들 망망대해에 조난당한 연인의 이야기로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정반대 분위기의 현재와 과거가 산만하지 않게 절묘한 시점에서 서로 다른 시간대를 넘나 든다. 그리고 그 간격을 서서히 좁히며 굶주림과 갈증, 부상 속에 생명의 빛이 점차 옅어지는 절박한 현실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이미지: (주)이수C&E

 

쉐일린 우들리는 여느 로맨스 영화 속 여자 주인공과 달리 강한 생명의 기운을 뽐내며, 목적지를 향해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태미를 탁월한 연기력으로 소화한다. 그녀가 아니라면 누가 이토록 태미를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현실에 순응하기보다 모험을 택해왔던 태미는 막막한 현실에 마냥 무너지지 않는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연인을 대신해 요트를 정비하고, 리처드의 도움을 받아 항해에 나선다.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검증받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쉐일린 우들리는 눈을 뗄 수 없는 연기를 보여주며 인물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설득시킨다. 자유분방한 낭만적인 매력부터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절박한 현실에서 생존을 향한 의지와 체념을 반복하는 모습까지 극과 극 감정의 파고를 완만하게 넘나들며, 극의 완급조절을 충실히 해낸다. 감동적인 실화라고 해도 단순한 플롯이 될 수밖에 없는 영화에 생명력을 가득 불어넣는다.

 

쿠엔틴 타란티노와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킬 빌], [헤이트풀8], [셔터 아일랜드] 등 여러 영화에서 깊이 있는 촬영 감각을 보여준 로버트 리차드슨이 구현한 강렬한 색감의 사실적인 영상은 재난과 로맨스가 만난 영화의 극적인 몰입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대자연이 빚어내는 장엄하고 매혹적인 광경을 환상적으로 포착해 영화의 특성상 대부분의 이야기가 바다에서 벌어지는 한정된 공간 설정에도 단조롭게 느끼지 않게 한다.

 

발타자르 코루마쿠르는 이전 작품에서도 그랬듯 재난 자체의 스릴로 시선을 끌기보다 생존 의지와 인간 본연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데 집중한다. 연인에 대한 사랑과 끈질긴 생존 본능이 절망과 두려움을 이겨낸 드라마틱한 생존 실화는 안정된 스토리텔링과 배우들의 호연을 만나 더욱 빛난다. 기적 같은 결말은 자연스럽게 뭉클한 감정을 끌어내며, 새삼 사랑의 힘과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느끼게 한다.